“한국정부, 민주주의 위기 맞은 홍콩에 대해 입장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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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럼’ 참석 한국 온 ‘홍콩인권전선’부의장 에릭 라이

고교생때인 2000년대부터
홍콩 민주화 운동에 참여

“文정부, 이전정부 탄핵뒤
집권해 민주주의에 큰 빚
홍콩, 하고 싶은 말 하면
대가 치르는 사회로 변해”

“문재인 정부는 한국 국민이 이전 정부를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탄핵한 뒤 집권했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누구보다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기를 맞고 있는 홍콩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올 들어 격화되고 있는 홍콩 시위를 주도한 단체인 ‘홍콩인권전선’의 에릭 라이(31·사진) 부의장은 10일 오후 경기 판교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연수센터에서 열린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역대 어느 한국 정부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라이 부의장은 ‘한국 정부로서는 한·중 관계 때문에 홍콩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호주, 영국 등 많은 나라가 그들 사회에서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한국도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발전위원회 등이 주최하고 코이카가 후원해 11일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홍콩 밥티스트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라이 부의장은 고등학생 시절인 2000년대부터 홍콩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왔다.

라이 부의장은 홍콩 사태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일국양제’와 ‘자유민주주의’의 유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는 독립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여론조사를 해보면 80%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며 “어떤 정치적인 견해를 가졌든 정치에 참여할 수 있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홍콩은 현재 점점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 부의장은 “최근 젊은이들의 홍콩의 주택과 취업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이 시위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은 홍콩 사회에서 아주 보편적이고 오래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라이 부의장은 홍콩 시위가 최근 폭력 시위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홍콩 시위대가 피해를 주는 식당이나 상점은 모두 친중파 인사나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곳”이라면서 “만약 시민이 불법을 저질렀다면 체포되고 법정에 서게 되며 응당한 법적 처분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이 부의장은 “경찰은 시위대를 고문하고 성폭행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경찰의 잔인한 진압을 통제할 법적 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시위대의 주된 요구 사항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