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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
[정치] Leadership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2일(火)
공포정치로 내부불만 누르고… 核카드로 국제사회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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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31일 강원도 원산 갈마 일대에서 시험 발사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가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사진에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김 위원장을 합성했다. 뉴시스

■ 권력장악 성공한 北 김정은

가장 가난한 국가 北지도자
무력 과시하며 트럼프와 협상
南엔 큰소리, 중러와는 협력
핵은 체제유지 마지막 보루

잔인한 숙청으로 기반 다지고
정책실패 책임은 아래로 넘겨
자본주의도 일부 지역서 허용
‘돈맛’ 보여주며 민심 달래기도


오는 12월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지 8년이 된다. 2011년 12월 김 국무위원장이 28세 나이에 권력을 계승했을 때만 해도 3대 세습에 대한 불만과 짧은 권력 승계 과정, 불안전한 권력 기반 등으로 그가 권력을 유지하지 못한 채 실각하거나 북한의 ‘집단 지도체제’를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하지만 젊은 독재자는 이를 비웃듯 정적들을 차례로 제거하며 권력을 안정화했다. 김 위원장이 체코 주재 북한대사이자 삼촌인 김평일을 북한으로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그의 권력 장악이 완료됐다는 방증이라는 게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수많은 정적을 숙청하는 등 공포정치로 권력 기반을 다졌다.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을 공개 처형한 것으로 정점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철권통치를 하면서 자본주의를 통제 가능한 지역에 제한적으로 일부 허용하는 등 ‘돈맛’을 보게 해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권력과 리더십은 ‘핵’에서 나온다. 핵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의 지도자 김 위원장이 국제무대에서 큰소리치는 힘의 원천이며 한국을 윽박지르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힘이 되고 있다.

◇‘핵’을 가진 독재자 = 북한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 수준으로, 경제력만 따지면 별 볼 일 없는 국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핵을 갖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 등 국제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그의 대내적인 권력이 할아버지에서 이어진 ‘백두혈통’에서 나온다면 대외적인 힘은 핵에서 나온다. 김 위원장은 대남 관계에서도 ‘빈곤한 국가’의 지도자가 아니라 ‘핵보유국’ 지도자로 대우받길 원하고 이를 주민 선전에 활용한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올 연말 시한을 제시하며 큰소리치고, 금강산 남측 시설물 폐쇄 등 한국과의 경제협력 등 교류에서는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위원장은 핵을 지렛대로 이용해 중국, 러시아와 군사적, 경제적 협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미국과 한국, 일본과는 비핵화 협상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면서 10여 기의 핵무기를 추가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에게 핵은 체제 유지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국제 제재에 따른 경제 악화로 사실상 재래식 전력 증강이 멈춘 상황에서 외부의 군사적 공격에 대응할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전기작가 더그 위드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며 “그(김정은)의 아버지는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핵은 그의 유일한 안전 보장 수단”이라고 말했다.

◇‘제왕학’ 수업 =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정남과 김정철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평양 저택에 거주시키며 철저하게 제왕학을 교육시켰다. 김정일의 개인요리사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와 고위급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별도로 선발된 직원들의 관리를 받으며 생활했고 노동당 고위 자제의 자녀들을 비밀리에 저택으로 불러 함께 놀게 했다. 아무리 높은 고위 당원이라도 이들을 부를 때 호칭은 ‘대장 동지’였으며, 깍듯이 존댓말을 썼다. 김정일은 자녀들에게 주로 별 계급장이 붙여진 황갈색 인민군복을 입혔는데 지도자 수업의 일환이었다.

북한 전문가인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WP) 베이징(北京) 지국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유년 시기 군함·비행기 장난감에 대한 집착이 강했고, 김정일은 아들을 위해 정교한 모형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12세이던 1996년부터 5년간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유학하며 농구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유년시절 형인 김정철과 농구를 하면서도 지나친 승부욕을 보였다고 한다. 경기 진행 속도가 빠른 농구에선 적시 적소에 선수를 투입하는 용병술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실제로 그는 권력을 물려받고 과감하게 선대의 원로들을 내보내거나 숙청시키는가 하면 새로운 인물을 중용시키는 용병술을 선보였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6년 3월 핵무기 병기화 사업 현장에서 핵탄두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구형 물체 앞에서 사업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퓰리스트’ 리더십 = 김 위원장 집권 초반 북한의 대외경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 교역은 장성택과 그의 일파가 전담하다시피 했다. 2013년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에서 활동 중인 돈주들이 흩어지며 한때 북한의 대외경제가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2014년 ‘기업소법’을 개정해 기업 자금 조달에서 은행뿐 아니라 주민들의 유휴자금, 즉 사금융 동원을 보장하는 등 조치를 단행했다. 평양 주요 거리에 들어서기 시작한 초고층 아파트에도 민간 자금이 들어갔다.

민간 자금이 투입된 건설은 불법(살림집법 위반)이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건설 현장을 시찰하면서 누구도 이에 이의를 달지 못하게 됐다. 당국의 묵인하에 돈주들은 아파트를 짓고 이를 민간에 분양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직장이 없던 주민들은 건설 현장에 동원돼 시장가격에 따른 임금을 받게 되고 당국 또한 각종 세금을 얻는다. 여기에 고위 관료들은 건설 현장 감독이란 명분하에 뇌물을 챙긴다. 누구도 불평할 수 없는 구조다. 김 위원장 또한 민간 자금이 들어간 건축물을 본인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3대 국책사업으로 불리는 △백두산 삼지연군 관광단지 건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에 집중하며 군 병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강산 관광 지역까지 챙기고 있다.

◇책임은 아래로…무오류 리더십 = 김 위원장의 경제 노선은 △경공업·농업 우선주의 성장 △대북제재에 대응한 국산화 △정보기술(IT) 기반의 현대화·정보화로 요약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내부 산업을 육성해 버티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대외 수출입 길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시장화 과정에서 자본의 맛을 본 돈주들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김 위원장에게 집권 초반은 정치적인 고난을 넘는 것이었지만 이후는 경제 문제다.

김 위원장은 2010년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당시 내각 총리였던 김영일을 좌천시킨 바 있으며,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이끌었던 박봉주 또한 군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교체하기도 했다. ‘수령 무오류론’이 뿌리 깊은 북한에선 최고지도자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최근 북한에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가 경제 현장을 시찰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사안을 챙기기보다 일정 정도의 권한을 내각에 넘긴 것인데 이는 향후 야기될 경제 실정의 책임까지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 김정은의 측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숨지기 약 3년 전인 2009년 1월에야 후계자로 내정되며 짧은 후계자 수업을 거쳤다. 어머니가 재일동포 출신인 고영희란 점과 할아버지인 김일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을 정도로 정통성이 취약했다. 하지만 철권·공포정치로 기존 원로들을 숙청하며 자신만의 인맥을 구축했다.

나이 : 35
학력 : 김일성군사종합대 졸업, 스위스 유학
주요 공식 직함 : 국무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노동당 위원장,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등 8개 공식 직함

▲  왼쪽부터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전일호 상장 (국방 과학자).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여정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백두혈통이다. 김여정은 김 위원장을 최측근 거리에서 보좌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교 분야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 집권 기간 주요 보직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는 지난 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당시 황병서(당시 군 총정치국장)·김양건(당시 당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한국을 찾으며 ‘실세 3인방’으로 불렸다. 다른 2명이 사망하거나 좌천된 반면 최 상임위원장은 아직도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김재룡 내각 총리

김재룡은 지난 4월 박봉주 전 내각 총리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 집권 2기의 경제 수장인 내각 총리에 발탁됐다. 그는 지방 당 관료 출신이다. 정보당국은 그가 자강도 당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경제 성과를 낸 것이 김 위원장의 눈에 들어 발탁된 것으로 분석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당시, 김 위원장의 옆자리에 최 부상이 앉은 장면은 그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노 딜’로 결렬될 조짐을 보이자, 최 부상이 새 협상안을 내는 등 비핵화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일호 상장 (국방 과학자)

전일호는 북한 미사일 개발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김정은 위원장의 주요 발사체 참관 현장에 동행하며 보좌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에는 ‘화성-15형’ 발사 현장 사진에서 김 위원장과 전 상장이 함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e-mail 정철순 기자 / 정치부  정철순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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