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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2일(火)
“연주자들, 앙상블 맞추려면 의식 밑에서부터 동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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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음악 거장 아르토 노라스(왼쪽)와 랄프 고토니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각기 첼로와 피아노를 연주하는 포즈를 취하며 즐겁게 웃고 있다. 왼쪽 아래 사진은 실제 연주 모습. 신창섭 기자

■ 방한 연주 북유럽 거장 첼리스트 노라스·피아니스트 고토니

- 노라스
“작곡가와 연주, 굉장한 경험
연습때 펜데레츠키, 지침 정확
쇼스타코비치, 좋다고만 해”

- 고토니
“이제는 솔로보단 실내악 집중
음악,소리의 정보 탐구하는것”
공연전 조율만 3번 ‘완벽주의’


“두 분의 여유 있고 서정적인 연주가 좋았다는 분이 많더군요. 하지만 이 연주는 엄청난 공력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연습에 집중하며 60여 년을 노력한 대가들의 결과물입니다. 쇼스타코비치 2악장의 하모닉스를 일일이 첼로 지판(Fingerboard)을 짚으며 연주하는 기술은 노라스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고토니의 완벽에 가까운 컨트롤은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으면 흉내 내기 어렵습니다.”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77)와 피아니스트 랄프 고토니(73) 듀오 콘서트를 두고 작곡가인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10월 22∼11월 8일)는 국내외에서 뛰어난 연주자들이 참여했는데, 그중 핀란드 출신의 유럽 음악계 거장인 노라스와 고토니의 존재감은 유별나게 컸다. 두 사람은 지난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쇼스타코비치와 야나체크의 첼로 소나타를 들려줬다. 베토벤이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의 주제를 변주한 곡도 연주했다. 무엇보다 뜻깊었던 것은, 올해 49세인 한국 작곡가 류재준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국내 청중에게 선사했다는 점이다.


연주 전에 두 사람을 만났을 때, 노라스는 “류재준 소나타를 다른 나라에서는 자주 연주했는데, 한국에서는 초연”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류재준이 (림프종으로) 투병을 하며 작곡한 것이라 뜻깊다”며 “이걸 작곡 중일 때 내게 이메일을 보내 과연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이젠 몸이 많이 회복한 듯해서 좋다”고 했다.

70이 넘은 나이에 해외 연주 투어를 다니는 것은 힘에 부치지 않을까. 고토니는 시차 탓에 몸이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막상 연주를 시작하면 음악 그 자체에서 끊임없이 힘을 얻는다고 했다. 그는 “관절염이 생겨서 솔로보다는 실내악에 집중하고 있다”며 “앙상블 호흡을 맞추려면 연주자들이 의식 아래로 들어가 동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토니는 이번 연주에 앞서 예술의전당이 보유한 피아노들을 다 살핀 후 연주용을 선택했다. 공연 전 조율만 3번을 부탁한 것에서 그가 얼마나 완벽주의자인지 알 수 있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이며 교육자로서도 활약해 온 고토니는 음악현상학에 관한 책들을 펴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그는 “소리는 파장에 불과하지만, 음악은 그 소리가 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탐구하는 것”이라며 “물속에 다양한 생물이 사는 것처럼, 음악에도 많은 것이 살고 있기 때문에 연주자는 그것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헬싱키음악원 동문으로 50년 이상 함께 연주해 왔다. 노라스는 “15세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는데, 고토니가 독일로 떠난 뒤에도 음악을 매개로 우정을 지켜왔다”고 했다. 그는 이번 연주곡에 포함돼 있는 소나타를 작곡한 러시아 거장 쇼스타코비치(1906∼1975) 제안으로 함께 연주한 경험이 있다. 그는 “작곡가와 함께 연주하며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라며 “쇼스타코비치는 공손하고 수줍은 성격으로 협연 연습 때 무조건 좋다고 하더라”고 되돌아봤다. 그는 “펜데레츠키(폴란드 출신 작곡가·1933∼)는 ‘다 안 좋다’고 거칠게 말하는데, 정확히 지침을 주는 장점이 있다”며 웃었다.

시벨리우스 음악원 교수로 세계 각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을 가르친 노라스는 “최근 유망 첼리스트가 많이 나온 나라로 한국과 중국이 꼽힌다”며 “이는 그만큼 좋은 스승들이 한국에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 교육을 어떻게 시키느냐가 그 나라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고토니는 “한국 학생을 많이 가르쳐봤는데, 기교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며 “이런 사람들과 음악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즐겁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도 한국에서 모차르트 심포니 등을 연주할 예정인데, 수준 높은 한국 청중을 또 만날 생각에 즐겁다”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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