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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3일(水)
천상계 포착 향한 끝없는 도전…‘블랙홀 사진’까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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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참여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 칠레 안데스 산맥 고산지대에 건설 중이다. 모두 완성되면 빅뱅 이후 몇 억 년 이내의 천체도 직접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자료사진

■ 우주과학사

이관수의 멀티버스 - ③ 천체망원경 발달사

갈릴레오 관측이 시초… 렌즈식 장대 망원경→거울식→‘허블’→‘뉴호라이즌’까지 등장
최신형은 전파망원경 여럿 활용… 몇년에 걸친 시·공간의 데이터 모아 사진 촬영


선명한 천체사진들은 놀랍다. 저 멀리 있는 은하를 어떻게 이토록 선명하게 찍었을까. 더군다나 요즘은 놀라운 천체사진들이 아주 흔해졌다. 심지어 지난봄에는 블랙홀 사진마저 발표됐다. 많은 사람이 도대체 빛이 나오지 않는 블랙홀을 어떻게 찍을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보통 천체망원경은 있는 그대로 찍지만, 블랙홀은 그럴 수 없지 않으냐는 의문이었다. 기술적 세부 내용은 많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체망원경은 일찍부터 천체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도구였다.

천체망원경은 1610년 3월 세상에 알려졌다. 갈릴레오가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를 출판한 것이다. 갈릴레오는 이 책에서 망원경으로 하늘을 본 결과를 사상 최초로 소개했다. 달의 산맥, 금성의 삭망, 목성의 4대 위성 등 상상도 못 했던 결과들이 잔뜩 나열됐다. 은하의 개념도 바뀌었다. 그때까지는 세계 각지에서 은하수를 ‘무엇인가의 흐름에 일부 밝은 별들이 섞여 있다’고 여겼다. 갈릴레오는 은하수의 뿌연 흐름이 사실은 맨눈으로는 구별되지 않는 작은 별들이라고 밝혔다. 그야말로 인류사의 한 획을 그은 책이었다.

당연히 반발도 나왔다. 천체망원경으로 본 하늘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지 아니면 망원경이 만들어낸 착시인지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느냐고. 당시 자연철학에 따르면 천상계와 지상계는 구성 물질부터 다른 별도의 세계였다. 지상계 안에서는 지상 물체인 망원경이 잘 작동하겠지만, 그렇다고 원리가 다른 천상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믿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갈릴레오는 특유의 화려한 화술로 이러한 반발을 격파했다.

문제는 반대자들도 합리적이고 경험적인 근거가 확실했다는 점이다. 당시 렌즈 표면은 공 모양으로 깎아서 사용했다. 그래서 물체가 여러 겹으로 겹쳐 보이는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구면수차) 더욱이 색깔별로 화상이 갈라지기도 했다.(색수차) 프리즘으로 무지개를 만들 때 빨간빛과 파란빛이 꺾이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눈이 좋은 사람일수록 망원경으로 보는 시야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갈릴레오가 평생에 걸친 호적수로 여긴 케플러가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볼록렌즈의 표면이 덜 볼록할수록 구면수차가 줄어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얇은 렌즈는 빛이 덜 꺾이니 초점거리가 길어진다. 그래서 17세기에는 망원경의 길이가 아주 길어졌다.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아예 장대 위에 주 렌즈를 올려놓고, 밑에서 대안렌즈를 들고 이리저리 춤추듯이 돌아다니며 별을 보는 공중부양 망원경을 사용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토성의 고리를 발견했다. 폴란드의 천문학자 헤벨리우스는 초점거리가 45m에 이르는 장대 망원경을 만들었다. 전 유럽에 명성을 떨쳤지만, 정작 획기적인 발견은 없었다. 장대가 바람에 춤추는 것을 막기 위해 이리저리 끈을 조절하느라 실용성이 떨어졌다. 때때로 망원경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결국 렌즈를 공 모양 대신 포물면 모양으로 깎는 방향으로 점차 대세가 바뀌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숙련노동이었다. 덕분에 젊은 뉴턴이나 철학자 스피노자는 렌즈 깎기로 괜찮은 벌이를 누릴 수 있었다. 지금도 포물면 가공은 몇 년씩 걸리기도 하는 고된 작업이다.

뉴턴의 반사망원경은 렌즈식 망원경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빛이 렌즈를 통과하면서 꺾이는 각도는 색깔별로 다르지만, 거울에서 반사되는 각도는 색깔과 다르다. 뉴턴은 구면 금속 거울을 사용해서 렌즈 대신 거울로 빛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거울 망원경을 잘 쓰게 될 때까지는 백 년이 걸렸다. 뉴턴이 사용한 금속 거울은 빛 반사율이 20%도 안 됐다. 삼국시대 청동 거울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뉴턴 이후 천체망원경은 한동안 렌즈식 망원경이 주도했다. 영국의 렌즈 장인들이 색수차를 거의 극복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존 돌랜드는 굴절률이 다른 두 개의 렌즈를 복합시키는 아크로마트 렌즈를 고안했다. 그렇게 해서 붉은빛과 파란빛이 같은 지점에 초점이 맺히도록 했다. 아들인 피터 돌랜드는 굴절률이 각기 다른 세 장의 렌즈를 겹쳐서 적어도 세 빛깔의 빛이 한 곳에 초점이 맺히는 아포크로마트 렌즈를 발명했다. 이런 방식은 현재도 널리 쓰인다. 좋은 렌즈는 예나 지금이나 빛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장치인 셈이다.

1770년대 영국의 왕실악단 연주자였던 윌리엄 허셀은 천문관측 취미에 빠졌다. 좋은 렌즈는 너무나 고가였기 때문에, 거울식 망원경을 자작하기 시작했다. 몇 년의 시행착오 끝에 새로운 거울용 합금을 발명했다. 빛 반사율이 60%대로 올라갔다. 지름이 커질수록 빛을 예민하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허셀은 계속 더 큰 거울 망원경을 제작했다. 천왕성 발견으로 왕실 천문학자가 된 이후에는 길이 12m, 지름 1.2m인 초대형 거울 망원경을 만들기도 했다.

대형 망원경일수록 새로운 문제가 거듭 발생했다. 바람이나 망원경 양쪽 끝의 기온 차 때문에 화상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즉 공기가 춤추고, 그에 따라 화상이 춤춘 것이다. 허셀이 평생 애용한 망원경은 지름 46㎝, 길이 6m짜리 금속 거울 망원경이었다.

19세기 내내 천문관측 발달은 다시 렌즈식 망원경이 주도했다. 금속 거울은 반사율이 떨어져 사진을 찍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에 독일의 유리공 프라운호퍼가 투명도와 굴절률을 조절하는 기법들을 연달아 개발해서 유리 렌즈가 거의 완벽하게 개량됐다. 독일의 광학산업은 여기서 비롯됐다. 그런데 렌즈의 지름은 1m가 실질적 한계였다. 가공도 오래 걸렸지만, 렌즈가 클수록 온도 차 때문에 자꾸 비틀리기 때문이었다.

20세기 초대형망원경은 다시 거울 식으로 대세가 바뀌었다. 프랑스에서 유리 거울 제작기술이 완성된 덕분이었다. 일반 거울은 저렴해져서 화장실에 넣을 정도로 저렴해졌고, 망원경용 거울은 거대하고 정밀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비록 2∼3년 걸렸지만, 초대형 유리 거울은 노력에 비해 넘치는 보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미국인들은 프랑스에 1.5m, 2.5m, 5m 점점 더 큰 거울을 주문했다. 큰 망원경일수록 천문대 내부의 공기가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더 자세한 사진을 충분히 찍을 수 있다고 믿었다.

▲  네덜란드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의 공중부양 망원경. 하위헌스는 망원경 개량을 통해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및 토성의 고리를 발견했다.
초대형 거울이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다. 워낙 거대한 유리 덩어리에 금속(은이나 알루미늄)을 얇게 코팅한 것이라, 유리 본체가 처지는 현상이 심각해졌다. 비스듬히 뜬 별을 관측하기 위해 거울을 기울이면 거울 아래쪽은 푹 꺼지고 위쪽은 잡아 당겨졌다. 큰 거울일수록 빛에 민감하고, 큰 거울일수록 더 잘 처졌다. 팔로마 산의 지름 5m 망원경은 명성에 비해 쓸모가 없었다. 2차대전 이후 두 세대 동안 천체 망원경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발달하는 춘추전국시대였다. 거울 문제는 전자 제어 기술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큰 거울이 문제라면, 작은 거울을 여러 개 이어 붙이면 되지 않을까? 작은 거울을 꼭 통짜 거울처럼 빽빽이 붙일 필요가 있을까? 전자기술이 발달했으니 몇 개의 작은 거울로 거대한 통짜 거울의 일부를 흉내 내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구태여 한 천문대 안에 망원경을 다 넣을 필요는 무엇인가? 여러 천문대 각각을 조각 거울 한쪽인 것처럼 제어하면 안 될까? 제미니 망원경은 한 짝은 하와이에 다른 한 짝은 남미에 있다.

공기의 진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산으로 천문대를 옮기다 못해, 우주항공기술을 사용했다. 나사(미 항공우주국)는 객실 천장에 아예 사각형 구멍을 뚫은 전용기에 망원경을 실어서 성층권에서 관측했다. 유명한 허블망원경처럼 아예 대기권 바깥에 천체 망원경을 올려놓기도 했다. 비행 망원경과 우주 망원경들은 새로운 과제를 낳았다. 허공에서 망원경의 방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해결책은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하는 것인데, 종종 당황스러운 일도 벌어졌다. 외계 행성 탐색용 케플러 우주망원경에 짝퉁 자이로스코프가 납품돼서 고장난 것이다. 사건 이후 케플러 망원경은 도리도리하는 아이 머리처럼 빙빙 돌았다. 할 수 없이 나사는 타이밍을 맞춰 전자사진을 찍는 식으로 재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부터 출현한 최신 천체 망원경들은 모양만 사람을 닮지 않았을 뿐 사실상 거대한 로봇이다. 망원경을 기울이면 중력 때문에 거울이 찌그러진다고? 그렇다면 각도에 맞춰 거울을 밀어서 상쇄한다. 이런 기술을 능동광학이라고 부른다. 공기가 춤추느라 별빛도 춤춘다고? 그렇다면 그 춤사위에 맞춰 거울을 흔든다. 이런 기술을 적응광학이라고 부른다.

한국도 10%의 지분으로 참여하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은 이런 기술의 종합체다. 7장의 조각 유리거울을 사용하는데, 중심 조각은 대칭으로 만들고, 나머지 6조각은 중력을 감안해서 미리 비대칭으로 만든다. 실제 사용할 때는 받쳐둔 제어장치로 중력과 온도 차를 감안해서 거울을 비튼다. 이렇게 모은 빛을 얇은 금속거울을 사용해서 관측장비로 보내는데, 몇 밀리 초 단위로 금속거울을 진동시켜 공기의 진동을 상쇄한다. 들어온 빛을 그대로 모으기만 하는 망원경은 현대 천문학의 정밀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블랙홀 사진을 찍은 뉴호라이즌 망원경은 원래 존재하던 전파망원경을 여럿 묶어 사용한 것이다. 공간적으로 떨어진 곳에서 전파를 모았을 뿐만 아니라 몇 년에 걸친 관측 데이터 즉 시간적으로 분산된 자료를 하나로 묶어 사진을 찍었다. 흔히들 사진은 한 곳의 한순간을 보존한다고 여기지만, 천문사진들은 이미 몇 세대 전부터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고 있었다. 우주과학이 이야기하는 시공간의 확장은 이미 눈앞의 천문사진 한 장을 통해 주변에 스며들어와 있는 것이다.


■ 용어설명

거대 마젤란 망원경 : 칠레 안데스 산맥 고산지대에 건설 중인 초거대 망원경. 8.4m급 거울 7개를 육각형으로 배치해 직경 25m급 거울의 해상도를 얻는 것이 목적.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10배 이상으로 해상도가 높은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여겨진다. 총예산 12억 달러 중 10%를 한국이 부담해, 우리나라는 전체 관측시간의 10%만큼 사용권을 얻었다. 주 반사경 구조체의 무게는 1000t급, 천문관측을 위해 회전시켜야 하는 총질량은 2700t급이다. 이런 초중량 구조물의 위치와 방향을 몇 각분 때로는 몇 각초 이내로 제어한다. 한국은 보조 거울 납품을 맡았는데, 직경 1m급 거울을 포물면으로 오차 10나노미터 이내로 가공한다. 이런 오차가 온도변화에도 불구하고 유지돼야 한다. 2023년경부터 부분 완성된 망원경으로 시험 관측할 예정. 모두 완성되면 빅뱅 후 몇 억 년 이내의 천체도 직접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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