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매일 등굣길 ‘하이파이브·허그’… “스킨십으로 자존감 높여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학생자치위원회가 자체 기획해 진행한 게릴라 콘서트, 교내 축제 , 허그이벤트 등 모습.

- 인천 부원중학교 박상범 교장

학년에 상관없이 동질감 부여
학생이 주인인 학교로 변화

자치 동아리실서 ‘끼’ 연마
게릴라 콘서트·버스킹 행사도

점심시간 20분간 ‘부원뉴스’
건의사항 등 투명하게 공개

지각하지 않으려 허겁지겁 교문으로 뛰어가는 학생, 회초리를 들고 서 있는 선생님. ‘등굣길’ 하면 흔히 떠오르는 모습이다. 인천 부평구의 부원중학교에서는 이런 모습보다는 아침마다 등굣길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함께 하이파이브나 허그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부원중에서 진행하고 있는 ‘허그이벤트’다. 손 한 번, 눈길 한 번에 지나지 않는 허그이벤트는 학교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전교생은 반복되는 하이파이브와 허그에 서로의 얼굴을 알게 됐다. 학생들이 학년에 상관없이 동질감을 형성한 덕분인지, 구역을 나눠 영역 다툼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다.

허그이벤트를 탄생시킨 것은 부원중의 학생자치위원회다. ‘학생이 주인인 학교, 학생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로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박상범 교장 선생님의 생각이 학생자치위원회 활동의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 12일 박 교장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인) 것”이라며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은 성취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자치위원회는 평소 학생들이 가졌던 생각을 기획안으로 작성하고 실행에 옮긴 뒤, 평가회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다음 행사에 반영한다. 지난해 박 교장이 부임하면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생자치실’이 교내 한쪽에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학생회에 소속된 학생들 주도로 학교에 필요한 것들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자치실에 대해 좋은 반응이 나오면서 ‘자치동아리실’도 생겼다. 이곳에는 아이돌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바닥을 새로 단장하고 거울도 설치했다. 두 공간을 이용하는 데 있어 사용시간과 시설관리 방식은 모두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다. 박 교장은 “오는 12월에 교내 축제를 진행하는데, 자치동아리실에서 연습한 동아리 학생들이 나와 끼를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를 밝혔다. 앞서 학생자치위원회에서는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는 교권보호 캠페인을,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는 한국전쟁을 기리는 행사를 진행하였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장에서 게릴라콘서트와 버스킹 행사도 진행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상범(앞줄 맨 왼쪽) 부원중학교 교장이 올해 인천 강화군 그레이스힐 강화수련원에서 열린 ‘우리가 학교의 주인이다’를 주제로 한 리더십 캠프에 참석해 학생 등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원중학교 제공

학생자치활동의 또 다른 성과는 부원중의 소식을 전하는 ‘부원뉴스’다. 점심시간 중 2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부원중만의 뉴스프로그램으로, 지난해 한 학생이 낸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부원중에서는 학생회 대표들이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모아 회의를 하고, 이를 교장 선생님에게 전달하면 그 결과를 대자보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이런 폐쇄적인 방식을 모든 학생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뉴스’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 게 부원뉴스다. 요즘 부원뉴스는 단순히 교내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학생들 스스로 학교의 문제를 알리고 개선하는 데도 활용된다. 화장실 바닥에 버려진 휴지를 치우는 문제나, 식사를 마친 뒤 제대로 치우지 않은 식판이 늘어가는 문제 등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문제점을 지적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개선하는 식이다.

박 교장이 이렇게 학생자치활동을 강조하게 된 것은 최근 학생들의 자존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직접 계획하고 활동하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치 공간과 방법들을 만들게 됐다. 이 덕분에 주변에서 ‘학생들이 밝아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박 교장도 학생들 속으로 들어가 아침 등굣길 허그이벤트를 함께한다. 평상시 우울해 보이는 학생이 보이면 손을 한번 잡아보기도 하고, 지나갈 때 하이파이브를 하라며 오른손을 들고 서 있기도 하는 게 박 교장의 일상이다.

박 교장은 외부인이 자신의 학교를 보면 교장의 결정이 느리고 결단력이 없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속도가 늦더라도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구성원 모두가 공감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0여 년간 교육 현장에 몸 담고 있는 베테랑 교사지만 지금도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주변 어느 학교도 부원중만큼 학생들 스스로 움직이는 학교는 없을 것이라며 학생들을 향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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