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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Consumer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3일(水)
시스템 오류 중복결제 ‘환불 불가’ 사이트 폐업 ‘환불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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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항공권·호텔 예약대행사이트

항공권·숙소 예약 간편하지만
환급 지연·위약금 피해 쏟아져
작년 소비자 불만사례 1324건

숙소 결제 이후 사이트 폐쇄
예약 확정 안되고 환불 못받아

해외에 본사 있어 국내법 한계
예약시 환급보상기준 확인하고
카드거래취소 ‘차지백’ 활용을


한 기업체 임원인 이모 씨는 지난 9월 미국 여행을 위해 글로벌 예약대행사이트를 통해 187만 원을 주고 한 렌터카업체의 차를 예약했다. 그러나 여행 당일 예약한 차를 받기 위해 필라델피아 공항의 렌터카업체 사무실로 가니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미국에서부터 캐나다까지의 여행을 위해 차를 빌렸지만, 업체는 규정상 자사의 차량은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해 뉴욕, 오하이오 등 일부 지역에서만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차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씨는 급히 다른 업체의 현장 결제를 통해 차를 빌리고, 예약을 진행했던 업체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 씨는 “렌터카업체에 직접 영어로 문의해 보니 해당 지역에서 운행이 불가하다는 내부 규정이 분명히 있었다”면서 “이는 당연히 대행업체가 예약자에게 알려줬어야 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행업체의 한국 지사 고객센터에는 연결도 잘 안 됐고, 겨우 연락되더라도 변명만 일삼는 데 질려 다시는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글로벌 예약대행사이트의 ‘횡포’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예약 절차가 간편하고 요금 비교가 쉬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만큼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글로벌 숙박·항공 예약대행사이트 관련 소비자 불만은 2017년 394건에서 2018년 1324건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의 수치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이 씨의 사례처럼 취소·환불·교환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1069건으로 전체의 80.7%를 차지했으며 계약불이행(103건, 7.8%), 위약금·수수료 부당 청구 및 가격 불만(68건, 5.1%)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자원에 실제 접수되는 사례도 예약이나 계약, 결제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다. 4월 글로벌 숙박 예약대행사이트를 통해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호텔을 예약했다가 봉변을 당한 윤민정(가명) 씨의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예약결제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고, 결제가 안 됐다고 생각한 윤 씨는 재결제를 진행했다. 이후 예약번호가 두 개가 발급됐고 호텔비 46만 원이 중복 결제된 것을 알게 된 윤 씨는 대행업체에 취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는 환불 불가 상품이라 취소 시 전액이 위약금으로 부과된다며 사실상 환불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상적으로 예약을 받았던 사이트가 폐업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호텔 예약대행사이트인 ‘아모마닷컴’이 그 예다. 9월 14일 홈페이지에 폐업을 갑작스럽게 고지하면서 기존에 예약했던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앞서 4월 조성필(가명) 씨는 이번 달 신혼여행을 위해 이 사이트를 통해 아프리카 세이셸에 있는 호텔에 4박을 예약하고 총 375만 원 결제까지 마쳤다. 그러나 호텔에 연락했지만 예약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답만 돌아왔다. 다급해진 조 씨는 신용카드사에 결제 취소를 요청했지만 결제일로부터 4개월 이상 지나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고도 대응이나 개선이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기본적으로 해외에 본사를 둔 사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주요 사이트들만 봐도 ‘아고다’의 경우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부킹닷컴’과 ‘익스피디아’는 각각 네덜란드, 미국에 본사가 있다. 한국 지사로 연결이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이고 본사에 직접 연락해 피해를 호소하려고 해도 영어 등 언어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 소비자가 항의하기 쉽지 않다.

관계 당국도 제재에 나서고는 있지만 국내법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아고다와 부킹닷컴에 대해 ‘환불불가’ 약관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는데, 이들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송 결과가 나오더라도 어느 쪽이든 항소할 것으로 보여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시일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예약대행사이트도 있기는 하지만 해외업체들의 점유율이 워낙 높다. 최경환 대안신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내국인이 숙박 예약 때 외국 예약대행사이트를 이용하는 비율은 83.6%에 이른다. 이에 관계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정위와 익스피디아, 아고다 등 글로벌 예약대행사이트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9월 발족했으며, 논의를 거쳐 내년 6월까지 상생협의안을 만들고 소비자 보호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소비자들도 사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원은 예약 때 반드시 예약대행사이트의 자체 환급보상기준을 확인하고, 상품이 지나치게 저렴할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약 취소·변경 때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아예 환불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 시스템 문제로 인한 중복 결제나 과도한 위약금이 부과되는 피해를 본 경우 예약대행업체에 이의를 바로 제기하고, 해결이 안 되면 거래내역, 사업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내역 등 입증자료를 준비해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국제거래 소비자포털(http://crossborder.kca.go.kr)’에 접수할 필요도 있다.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차지백 서비스’도 활용해야 한다. 차지백 서비스는 소비자가 피해를 봤을 때 카드사에 직접 승인된 거래를 취소하도록 요청하는 서비스다.

김수현 기자 sal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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