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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3일(水)
“고맙습니다” “조심하세요” 딸잃은 어머니의 배려, 현장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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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 13일째인 12일 수습된 중앙119구조본부 박단비 구급대원이 소방헬기 구급대원 임명장을 받은 2018년 11월 12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본부 헬기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단비 구급대원 가족 제공
‘독도 헬기추락 희생’ 박단비 대원 부모의 절제된 추모

“다른 실종자도 빨리 찾기를”
오열 대신 다른 가족들 걱정

“수색대원도 지치고 힘들 것”
고생하는 대원들 격려까지

휴대전화 등에 사진 1000장
“친구같았던 내 딸 사랑한다”


경북 울릉군 독도 인근 해상에서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영남 1호’가 추락한 지 13일째를 맞는 12일 수색 당국이 수습한 시신이 딸 박단비(29) 구급대원임을 확인한 그의 부모는 먼저 다른 실종자 가족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의지하며 실종자 찾기를 기원했는데 먼저 시신이 수습돼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수색 당국에도 고생이 많고 어렵지만 조금만 힘을 내 나머지 실종자도 찾아 달라고 격려했다. 또 수색대원들의 안전도 신신당부했다. 박 대원의 부모는 슬픔을 삭이며 차분하게 실종자 가족과 수색 당국을 배려·격려하고 딸도 품격 있게 추모해 국민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날 오후 박 대원의 시신이 안치된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병원 장례식장 옆에서 만난 아버지 박종신(56) 씨는 “사고 소식에 하늘이 무너졌고 날마다 나쁜 꿈을 꾸다 깨기를 반복해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시신 발견 소식을 들으니 고맙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어머니 이진숙(51) 씨는 “실종자 가족들이 의지하며 실종자를 모두 찾기를 기원하며 애를 태웠는데 딸을 먼저 찾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딸이 희망의 불씨가 돼 나머지 실종자도 하루빨리 찾도록 기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실종자들이 우리 딸에게 얼른 나가라고 밀어준 것 같다”며 거듭 미안해했다.

박 씨는 딸이 헬기 동체 인양지점 부근 해상에 뜬 채로 발견된 것으로 미뤄 나머지 실종자 3명도 이 부근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색 당국이 조금 더 힘을 내 수색에 힘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도 박 씨는 “실종자를 찾는 데 많은 시일이 지나 수색 대원들도 추운 날씨에 지쳐 힘들 것”이라면서 “딸은 구조활동을 하다 변을 당했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원은 충남 홍성이 고향으로 서울 모 대학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병원에서 응급 구조사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지난해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3개월 동안 중앙소방학교에서 교육받고 그해 10월 중앙119구조본부에 배치됐다. 대구의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며 소방활동을 한 새내기 소방대원으로 사고 헬기 탑승 소방대원 5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었다.

부모는 박 대원이 위험한 소방관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항상 응원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딸이 소방관이 되는 것을 말렸지만, 중앙소방학교 교육 당시 참관한 이후 안심했고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기에 자랑스럽게 여기고 매일 격려했다”며 “딸도 교대근무로 쉬는 날이면 집에 찾아와 밝은 얼굴로 하는 일을 자랑했다”고 회상했다.

부모는 휴대전화 등에 딸 사진 1000여 장을 간직할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다. 어머니 이 씨는 “딸은 듬직하고 자상해 나에게는 엄마 같았고 남편에게는 친구였다”면서 “특히 아들은 딸이 동생인데도 누나처럼 의지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학창시절에도 예쁘고 똑똑하고 인사를 잘해서 선생님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다”고 자랑했다. 이 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9시 30분쯤 딸에게 전화했는데 받지 않아서 의아하게 여기던 중 사고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아버지 박 씨는 “가슴은 아프지만, 우리 딸이 자랑스럽게 일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나라로 보내주기로 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편, 헬기 제작사가 포함된 프랑스 사고 조사 당국은 블랙박스 훼손을 우려하며 독도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에 인양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지원단은 이번 주말쯤 인양하기로 실종자 가족들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mail 박천학 기자 / 전국부 / 차장 박천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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