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의 Deep Read>‘北주민=국민’ 인정은 선택 아닌 의무… 정부의 강제추방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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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선원 강제추방, 헌법상 문제 없나

헌법 제3조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 명시… 단지 현실적 장애에 막혀 헌법 효력 미치지 않을 뿐
정부 송환조치는‘고문방지협약’ 위반한 인권유린… 살인혐의? 범법자라도 우리 재판 절차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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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주민 2명을 북한으로 강제추방한 일로 논란이 뜨겁다. 야권에서는 “북 선원 강제 북송은 국가 살인”이라는 규탄도 나온다. 정부는 이들이 살인사건 연루자여서 북송했다고 설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 북한 주민을 ‘잠재적 국민’이라 한 것도 헌법적이지 않다. 헌법 조문과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정부는 보호의무를 진다. 또 정부는 주권자인 ‘북한 주민 = 국민’을 추방할 수 없다. 이를 부인하는 건 헌법을 부인하는 것이다.

◇헌법은 ‘북 주민 = 국민’임을 말한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남북한 관계의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헌헌법부터 이어진 이 조항은 북한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불법집단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1987년 제9차 개헌을 통해 도입된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이뤄졌다.

헌법 제3조와 제4조는 모순되는 것 아닌가.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남북한 관계가 분단국가로서의 특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모순을 해결했다(헌재 1997.1.16. 92헌바6 등 결정). 이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11.12. 선고 96누1221 판결)는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했다. 이 판례의 요지는 이렇다. <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한 자는 ‘남조선과도정부법률’ 제11호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의 규정에 따라 조선 국적을 취득했다가 제헌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할 것이고…북한지역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칠 뿐이다.…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를 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어야 하고, 따라서 재외 국민이 다른 나라의 여권을 소지하고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하더라도 그가 당초에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점이 인정되는 이상 그와 같은 재외 국민을 외국인으로 볼 것은 아니다.>

◇북 주민 국민 불인정은 위헌

얼핏 보면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북한지역을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선언하는 것이나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결코 그렇지 않다. 첫째, 법은 당위이다. 현실적 장애에 막혀 법 집행이 미뤄진다고 해서 그 법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한 상태에서는 그들의 내란죄 등에 대한 법 집행이 불가능했지만,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는 처벌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지역과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헌법의 효력이 인정돼야 한다.

둘째, 남북한은 하나의 국가였고 앞으로 하나의 국가를 지향한다. 이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이 헌법 제3조와 제4조이다. 만일 이런 조항들이 없고 북한을 미국이나 일본 등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국가로 인정한다면 중국이 북한을 합병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관여할 여지는 전혀 없게 된다.

셋째, 현실적으로 북한과 전쟁이라도 치르지 않는 한 모든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대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의(自意)로 북한의 지배력에서 벗어난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통독 전의 서독이 동독 주민들에게 그러했듯이 국민으로 보호할 수 있고 또 보호해야 한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헌법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인정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이를 저버린 정부의 태도는 위헌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북 주민이 ‘잠재적 국민’이라는 정부 설명은 엉터리

정부는 북한 주민을 귀순을 전제로 한 ‘잠재적 국민’으로 표현한 바 있다. 과연 그러한가. 국민과 ‘잠재적 국민’의 차이는 무엇이며 누가 이를 판단하나. 국민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호의무를 진다. 또 국민은 주권자로서, 나아가 기본권과 기본의무의 주체로서 헌법이 정하는 권리와 의무를 진다. 반면 ‘잠재적 국민’은 사실상 국민이 아닌 사람 즉 외국인을 말하는 것이며, 정부는 이들에게 인도적 차원의 배려를 할 수 있으나 국민에 대해서처럼 보호의무를 지지는 않는다. 외국인은 보편적 인권의 영역을 벗어난 기본권과 기본의무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

헌법 제3조의 해석을 통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끌어낸 결론은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지 아무런 법적 의미도 없는 ‘잠재적 국민’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모든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등록하고 법적 보호를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것은 북한지역을 대한민국의 영토(‘잠재적 영토’로 보는 게 아니다!)로 보지만, 전쟁을 피하고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해 북한지역에 대한 물리력 행사를 자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며 단지 북한 소속으로 남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강제로 대한민국의 법을 적용하지 않을 뿐이다. 이를 마치 ‘귀순’이 전제돼야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엉터리다. 대한민국 영토에 들어온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일 뿐만 아니라 우리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설령 이들이 범법자라 하더라도 귀순 의사를 밝힌 한 우리 법에 따른 재판을 받아야 할 일이지 북한으로 송환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정부는 국민을 추방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이 특별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정상적이지 않은 절차와 과정 때문이다. 왜 공개적으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비밀리에 처리했으며, 왜 그리 서둘러 송환해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 주민 역시 우리 국민이라면 정부는 국민에 대한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살인 혐의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들에 대한 추방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살인죄를 이유로 정부가 우리 국민을 추방할 수는 없다. 정부가 선원들의 귀순 의사를 충분히 인지하고도 북으로 송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탈주민법에서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를 보호 대상자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 법이 정한 지원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귀순한 북 주민이 국민임을 부인하고 북으로 강제송환해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욱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강제추방은 국민에 대한 정부의 보호의무를 완전히 저버린 반인권적 행태다. 유엔의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그 누구도 고문 위험이 있는 국가로 송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국민을 강제송환한 것은 심각한 인권 유린이자 사실상의 고문 방조로도 볼 수 있다. 주권자인 국민을 정부가 국가로부터 배제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세줄 요약

북한 주민은 국민이다 : 헌법 조문과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정부는 보호의무를 진다. 이를 부인하는 건 헌법을 부인하는 것이며 이 같은 정부 행태는 위헌이다.

북 주민이 ‘잠재적 국민’인가 : 정부는 북 주민을 귀순을 전제로 한 ‘잠재적 국민’이라 했지만, 이는 틀렸다. 헌법 제3조의 해석을 통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끌어낸 결론은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지 아무런 법적 의미도 없는 ‘잠재적 국민’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정부가 국민을 추방할 수 있나 :정부가 주권자인 국민을 국가로부터 배제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행태다. 정부는 ‘북한 주민 = 국민’을 강제송환할 수도, 추방할 수도 없다.


■ 용어 설명

‘대법원 1996.11.12.선고 96누1221판결’이란 조선 국적 취득 후 북한법에 의해 북한 국적을 취득해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해외공민증을 발급받은 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한 원심 판결을 수긍한 판례를 말한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한국에서는 1995년부터 발효됐다. 협약 제3조는 대규모 인권침해 사례가 존재해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곳으로의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