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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4일(木)
‘감동있는 새 얼굴’ 찾기… 평판조회·비밀면접 ‘007 작전’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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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 김학민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이병록 전 해군 제독.
■ 21대 총선 5개월앞… 與野, 인재영입 전쟁

민주당, 내달 10일 인재영입위 발족… 사실상 이해찬 ‘1인 체제’로 검증 분란 최소화
한국당, 3월부터 프로세스 가동 2000명 DB 구축했지만 ‘박찬주 역풍’에 주춤

처음부터 ‘공천 약속’은 안해
출마 지역구도 추천하지 않아
비례대표일 경우 당선권 배치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인재 영입전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참신한 인재 영입은 총선 필승 카드로 꼽힌다. 역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을 새 얼굴로 교체한 비율이 높은 정당이 대부분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재 영입 과정은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다. 인터넷 검색뿐 아니라 다양한 차원의 추천과 평판 조회 등을 통해 철저한 검증을 진행한다. 보안도 필수다. 정치권 인사들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비밀리에 만나 면접하거나 설득 작업을 진행한다. 공천 실무진은 철저한 ‘입단속’에 시달린다. 21대 총선을 150여 일 앞둔 지금도 새로운 인물을 찾으려는 여야의 치열한 물밑 작업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직접 뛰는 당 대표, 각 당의 영입 프로세스는?=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 10일 인재영입위원회를 공식 발족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이해찬 대표가 직접 맡고, 위원은 따로 두지 않는다. 사실상 이 대표 ‘1인 체제’로, 이는 인재 영입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이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실무를 맡아 새 얼굴 찾기에 열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대표는 당 소속 의원 128명 전원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했다. 검증 또한 이 대표가 직접 챙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직접 만나야 설득이 되고 안심을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13일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과 김학민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 3명의 입당식을 열었다. 민주당으로선 첫 외부인사 영입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월 이명수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일찌감치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추천과 검증은 인재영입위가 진행하고 최종 결정은 황교안 대표가 하는 시스템이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각 당협위원회와 직능단체로부터 인재를 추천받아 2000명이 넘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고, 실무진이 후보군을 직접 만나 설득·검증하는 작업을 거쳤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며 한국당 지지율이 회복되자 자발적으로 입당을 타진하는 인사 또한 100여 명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황 대표가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1호 인재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역풍을 맞았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 영입 문제를 인재영입위는 물론, 최고위원들과도 상의하지 않는 등 독단적인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다. 황 대표는 결국 “내년 총선 인재 영입 1차 절차를 인재영입위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국당은 지난달 31일 1차 인재영입 리스트를 발표했다.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과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인 수호 아버지로 유명한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인 장수영 정원에스와이 대표 등이 포함됐다.

정의당은 당세에서는 밀리지만 인재 영입 경쟁에서 가장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으로 활동했던 이자스민 전 의원, 진보정당 최초의 군 장성 출신 영입자인 이병록 전 해군 제독(준장), ‘거리의 변호사’로 통하는 권영국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 등을 연이어 영입했다. 정의당은 인재영입위를 따로 두지 않고 심상정 대표가 주변에서 추천을 받아 면접을 진행하고 입당 여부를 타진한다.

◇보안 유지는 생명=인재 영입 실무진이 꼽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보안 유지다. 특히 기존 정치권 인사가 아닌 외부인을 영입할 땐 더욱 조심해야 한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인재 영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여의도 근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인물은 참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평범한 국민 가운데 감동 있는 이야기를 지닌 분들을 찾았다”며 “하지만 이런 분들은 정치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40년 혹은 50년씩 살아온 터라 외부에 알려지는 순간 큰 상처가 될 수 있어 보안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보안은 추천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선 정치인에겐 되도록 추천을 받지 않는다. 추천 즉시 언론에 새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당은 주로 포털사이트 검색을 활용한다.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과거에 했던 인터뷰 등을 모아 자료로 만들어 후보군을 추린다. 평판 조회도 되도록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대신 인터넷 검색을 선호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다. 20대 총선 당시 인재 영입을 총괄한 최재성 의원이 포털에서 ‘호남 인재’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양 전 최고위원의 존재를 알게 됐고, 삼성전자 대표전화 교환원을 통해 연락을 취했다는 에피소드는 아직도 회자되는 이야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양 전 최고위원이 민주당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후원금을 달라는 소리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더라”며 “입당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고, 수차례 거절당한 끝에 양 전 최고위원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면접·검증도 첩보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양 전 최고위원의 경우 서울역 근처 만화방에서 실무진과 처음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의도엔 보는 눈이 많아 누가 누굴 만났다는 소문이 퍼지기 십상”이라며 “영입 대상이 일하는 곳에 찾아가거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장소에서 약속을 잡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천은 유동적=정치권의 인재 영입은 곧 ‘공천 보장’으로 여겨지지만, 실무진은 “그런 약속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당 관계자는 “영입되는 분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치를 한번 펼쳐보고, 전문성을 발휘해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사람에게 ‘어느 지역구에 출마하라’고 하는 것도 실례고, 애초에 공천은 정해진 규칙대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된 김정우 의원이 대표적이다. 당 관계자는 “김 의원은 처음엔 고향인 강원 철원군에서 출마하겠다고 했다”며 “험지이기도 하고 뛰고 있던 다른 주자도 없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기 군포갑 지역구에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한 민주당이 김 의원의 마음을 바꾸게 했다.

다만 비례대표의 경우, 영입 인사를 당선권에 배치해 홍보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20대 총선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유능한 경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경제 전문가인 최운열 의원을 영입해 비례대표 4번에 배치했다. 한국당의 전신 격인 새누리당은 19대 총선 당시 이준석 비대위원, 손수조 중앙미래세대위원장 같은 20대 ‘젊은 보수’를 중용함으로써 보수 색채를 완화하려 애썼다. 최근 정의당에 입당한 이자스민 전 의원도 이때 다문화·이주노동자를 대표해 새누리당에 영입됐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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