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쿡>도루묵조림, 오래 끓이면 수분 빠져나가 ‘알’ 질겨져… ‘반숙’ 해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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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전 알 꽉찬 11월이 제철
내장·아가미 제거하면 깔끔
눈 밑 날카로운 돌기 잘라내야

냄비 바닥에 마른다시마 깔고
얇게 썬 무 올리면 안눌어붙어

‘말짱 도루묵’이라니. 공들여 노력한 일이 쓸모없게 됐을 때 쓰는 이 말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루묵은 별로 공을 안 들여 조리해도 훌륭한 맛을 내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도루묵은 평소 깊은 바다에 살다가 산란기인 11∼12월에 해초에 알을 낳기 위해 얕은 곳으로 올라온다. 이때가 알이 꽉 찬 도루묵을 먹을 수 있는 제철이다.

도루묵은 살보다 알을 더 쳐준다. 끈끈한 점액이 섞여 있는 도루묵 알은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다. 이런 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살도 담백한 맛을 낸다. 산란 직전인 12월에는 알이 딱딱해지니 부드러운 알을 맛보려면 11월에 먹어야 한다. 주로 조림이나 구이로 먹는다. 조림은 알을 부드럽게 먹을 수 있고, 구우면 알의 쫄깃한 식감이 배가된다. 너무 오래 끓이거나 바싹 구우면 알의 수분이 빠져 질겨지니 반숙 정도가 좋다.

강원도 출신으로 서울 강남에서 유명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을 졸라 도루묵조림 비법을 배웠다. 도루묵은 비리지 않아 겉만 씻어서 가위로 지느러미를 잘라주는 정도로 간단히 손질한다. 내장이 별로 없고, 빼다가 알이 터질 수도 있어서 보통 내장을 제거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장님은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반드시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눈 밑에 날카로운 돌기가 있는데 미리 잘라내지 않으면 씻다가 손을 다칠 수 있다. 아가미 아랫부분을 조금 자른 후 손가락을 넣어 내장을 뽑아내면 알을 건드리지 않고 아가미까지 빠진다.

사장님의 레시피는 간결하다. 도루묵과 무 이외에 양파, 호박, 버섯 등 다른 재료를 넣지 않으며 양념장을 따로 만들지 않고, 각각의 양념을 적절한 타이밍에 뿌려준다.

냄비에 연필 깎듯 어슷하게 썬 무를 깐다. 조리 시간이 길지 않으니 무를 얇게 썰어야 한다. 무 위에 손질한 도루묵의 머리와 꼬리가 마주 보게 차곡차곡 올린다. 도루묵 10마리 기준으로 간장 3숟가락과 설탕 2숟가락을 뿌려준 후 재료가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10분 정도 끓인다. 고춧가루 2숟가락과 후춧가루도 살짝 뿌려주고, 다진 마늘 1숟가락을 넣는다. 잘게 썬 대파와 청양고추를 한 줌씩 올리고 위에 고춧가루 1숟가락을 더 뿌린 후 한소끔 끓인다. 상에 낼 때 숟가락으로 알이 보이도록 도루묵을 살짝 뒤집어주면 먹음직스럽다.

무 아래에 건다시마 겉면을 닦아 깔아주면 조리는 동안 무가 냄비 바닥에 눌어붙지 않는다. 또 다시마가 시원한 국물을 만들어준다. 조림이나 찌개에는 무의 흰 부분을 사용한다. 당도가 높은 파란 부분은 생채무침용으로 좋다.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