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훈련 조정’ 꺼낸 美… 北유인·韓압박 이중포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의장대 사열하는 한·미 합참 박한기(왼쪽) 합참의장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14일 오전 제44차 한미군사위원회(MCM) 개최에 앞서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연병장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무개차를 타고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스퍼 “훈련조정 가능”

美국방·군 수뇌부 서울 총출동
韓 향해 지소미아·방위비 압박
北엔 비핵화협상 촉구 측면도

오는 15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 차 방한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미국 국방당국 주요인사들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와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 동맹의 핵심축을 흔드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연일 한·미 연합훈련을 비판하고 있는 북한을 향한 유화책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번복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성격도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에스퍼 장관은 13일(현지시간) 한국행 전용기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 태세를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면서 한·미 연합훈련 추가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앞두고 북한이 전날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담화를 낸 데 대한 1차적 반응이다. 미·북 비핵화 협상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북한에 ‘당근’을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에스퍼 장관은 북한이 연일 언급하고 있는 ‘연말 협상시한’에 대해서도 “어떠한 해외 국가든 해외 지도자든 무언가를 말할 때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 카드는 방위비 분담금 대규모 증액을 위한 미국 측의 압박수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워게임(전쟁게임)’이라면서 비용 측면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내비친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14일 한미군사위원회(MCM) 참석 차 먼저 방한한 밀리 합참의장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 측 인사들의 발언은 주한미군 철수를 염두에 뒀다기보다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 고위 인사들은 MCM 및 SCM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에스퍼 장관은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이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전 한·일 국방, 외교장관 회담을 각각 개최해 최종 담판을 벌이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미를 추진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