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맹국 全方位 우려 반영해 ‘지소미아 폐기’ 철회해야

한·미 동맹과 한·일 관계에 결정적 분수령이 될 순간이 임박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오는 23일 0시를 기해 폐기되더라도 대한민국 안보가 당장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혈맹인 미국이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안보 협력의 상징적 장치로 규정하고, 폐지 반대 의견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동맹국의 입장을 반영해 일본에 이미 통보한 ‘종료’ 결정을 번복해야 할지, 아니면 폐지를 강행하고 후폭풍을 감내해야 할지, 결단의 순간에 직면했다.

이미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의 많은 당국자가 지소미아 폐기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해왔다. 급기야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지소미아 관련 한·일 논쟁은 오직 북한과 중국만 이롭게 한다”며 “대북 정보 공유를 위해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한·일은 역사적 차이를 뒤로하고 안보를 최우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한·일 관계에 문제가 있으면 북·중이 이득을 본다”고 했다. 이 정도면 전방위(全方位)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에서는 “(한·미 관계에) 상상 못 할 파장이 일 수도 있다”는 발언도 나온다.

보기에 따라선 내정간섭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심각한 발언들이다. 그러나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니다. 당초,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발표하면서 ‘국가적 자존심’‘국민적 자존감’ 운운하고,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었는데, 터무니없는 오판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잘못된 판단을 내린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 지소미아 폐기 결정 후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비롯해 세 차례에 걸친 초대형 방사포 도발로 대남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영공을 수시로 넘나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감축·철수론을 공론화할 기류여서 70년 동맹은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우려를 적극 반영해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깨끗이 철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