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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5일(金)
아니 벌써? 데뷔 42년… 65세 동심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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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완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일곱 살 어린이 14명을 인터뷰한 후 7년마다 그 아이들을 만났는데 지금 그 ‘아이들’은 무려(?) 63세다. 놀라운 발상이고 끈질긴 추적이다. 그사이에 죽은 이도 있고 인터뷰를 거부한 사람도 있다. 1964년 영국 그라나다텔레비전이 기획한 이 3부작의 한글판 제목(EBS 1TV)은 ‘전대미문 다큐실험 업(Up)’이다. 지원자를 모을 때 제작진이 내건 슬로건도 흥미롭다. ‘7세 아이를 주면 어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대개 어른이 되지만 어떤 어른은 여전히 아이로 남는다. ‘전대미문’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 같은 채널 ‘스페이스 공감’에서 ‘여전한 아이’ 한 명을 추가로 소개했다. 데뷔가 1977년이었으니 구구단으로 치면 ‘칠육 사십이’년이 흘렀다. 그러나 흐른 건 세월의 강일 뿐 김창완(사진)은 여전히 강가의 해맑은 소년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노래는 찾아서 듣지 않는다. 내 마음의 정원에 심고, 우거져서 때마다 피어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피었네 하얀 꽃/너무 예뻤어요/너무 기뻤어요’(산울림 ‘어느 날 피었네’ 중). 그의 눈앞에선 가로등조차 한 송이 꽃이다. ‘해 저문 거릴 비추는/가로등 하얗게 피었네’(‘아니 벌써’ 중). 그러나 꽃의 시간이 예쁘고 기쁜 것만은 아니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산울림 ‘청춘’ 중). 하기야 ‘달은…해가 꾸는 꿈’(박찬욱 감독 데뷔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 그다음은 필히 ‘아니 벌써 밤이 깊었네’이기 때문이다.

소년의 체념은 상념에 가깝고 청년의 비관은 달관에 가깝다.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빈 손짓에 슬퍼지면/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청춘’ 중). 국어교사 시절 산울림의 노래는 삼박한 교재였다. ‘아, 한마디 말이/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중). 이 노래의 전주는 무려 3분 25초다. 긴 베이스터널을 통과한 후 교사는 말했다. “진심을 전하기 위해 이 정도의 인내와 정성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김창완의 노래엔 꿈과 자연, 시간이 어우러진다. ‘꿈이 자라나던 내 어린 시절/내 꿈을 따먹던 청춘시절/(중략) 꿈이 춤을 추네/나비 날아가네’(‘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 중). 그런데 그 나비는 사십 년 전부터 날아다녔다. ‘향그러운 꽃길로 가면/나는 나비가 되어/그대 마음에 날아가 앉으리’(‘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중).

김창완 음악의 핵심은 동심과 호기심이다. ‘텅 빈 애들 놀이터에 앉아 있었지/언제 내가 어른이 돼버린 걸까’(‘Darn It’ 중). 낮에는 상심과 낙심을 오르내리지만 밤에는 초심으로 귀환한다. ‘유치한 동화책은/일찍 던져버릴수록 좋아/그걸 덮고 나서야/세상의 문이 열리니까’(‘시간’ 중). 그가 의젓한 소년으로 버텨낸 건 자기만의 가상공간(cyber)을 마련한 덕분이다. ‘보이는 대로/들리는 대로/상상하는 대로 사이버’(‘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중). 65세의 소년은 오늘도 바람을 씽씽 맞으며 강변을 달린다. ‘다시 광에 자전걸 넣으며/내가 나한테 말을 했지/추억은 꺼내는 게 아니야/추억은 꺼내는 게 아니야/자전걸 꺼내는 게 아니야’(‘녹슨 자전거’ 중).

원고지 열 장으로 김창완과 산울림을 요약할 순 없다. 적어도 세 권의 책 분량은 필요하다. ‘내 키보다는 꿈이 크지/앞으로 작아질지는 모르지만/그래도 갈 테야/가고 싶은 대로/할 테야/하고 싶은 대로’(‘중2’ 중). ‘생각 많은 중2’ 김창완에겐 시간이 선생님이다. ‘영원히 옳은 말이 없듯이/변하지 않는 사랑도 없다/그 사람이 떠난 것은/어떤 순간이 지나간 것’(김창완밴드 ‘시간’ 중). 그날 ‘스페이스 공감’에선 앙코르곡으로 속맘을 전했다. ‘이제는 지나버린 시간이지만/가슴에 별빛처럼 남아있겠지/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사랑한다고’(‘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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