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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7일(日)
“마라탕도 싫다”…홍콩시위 대자보 갈등 대학가 ‘반중감정’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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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대 게시판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와 반대 목소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온라인 커뮤니티서 노골적인 감정 표출…학생들 스스로 ‘자제’ 요청도
전문가들 “감정적 대응 바람직하지 않아…상호 이해 기초한 균형 필요”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나 현수막이 훼손되고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 간 충돌 사태까지 벌어진 것을 계기로 국내 대학가에서 ‘반중’(反中) 감정이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해 평소 품고 있던 개인적인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다거나 중국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글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대자보 등 훼손 사건이 일어난 서울시내 몇몇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인 유학생과 중국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고려대 재학생·졸업생 등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훼손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중국인 여러분, 전 그냥 여러분이 싫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중국인들이 에티켓을 지키지 않고 팀 프로젝트 수업에서도 불편함을 준다며 “비단 홍콩 문제뿐 아니라 중국인을 싫어하는 이유도 많다”고 썼다.

일부 이용자는 ‘중국인들에게 해줄 말’이라면서 성적 의미가 담긴 욕설과 비하하는 말을 적었고, “대화는 상식, 식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국인은 대화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난하는 글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최근 인기를 끄는 중국 음식 마라탕(麻辣湯)을 거론하며 “마라탕을 먹으면 그 돈이 중국인에게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제 불매해야 하나 싶다”면서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마라탕 식당을 찾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역시 홍콩 시위 대자보와 관련해 같은 갈등이 있었던 한국외대 커뮤니티에도 반중 감정이 엿보이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재학생·동문이 이용하는 ‘에브리타임’에는 중국인들을 ‘노답’(답이 없다)이라 지칭하며 “다른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 “대화 나누기조차 싫어진다”는 등 비판하는 글이 곳곳에 있었다.

한 이용자는 “알면 알수록 혐오스러운 나라가 중국”이라며 “미세먼지 문제가 자국 탓임을 절대 인정하지 않고 6·25 전쟁 당시에는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참전한 것도 합리화한다”고 썼다.

이처럼 중국과 중국인을 향한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자제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몇몇 학생들은 “모든 중국인이 나쁜 것은 아니다”, “서로 지킬 것은 지키자”며 양측에 차분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학생들이 의견을 표출하는 대자보를 훼손하는 것은 도를 넘은 일”이라면서도 “문제 행위를 한 당사자가 아닌 중국과 중국인을 무조건 욕하고 헐뜯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고려대 ‘에브리타임’에는 중국인 학생이라고 밝힌 한 익명 이용자가 “(대자보 사태로) 학교 다닐 때 불안하고 무섭다”며 “제발 모든 중국인한테 혐오스러운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국 학생들에게 호소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학가에서 잇따르는 대자보 훼손행위는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이와 관련된 논란이 중국에 대한 감정적 반발심리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전문가로 알려진 한 대학교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관점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 학생들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학생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막는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대자보 훼손행위를 비판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주변국, 특히 중국에 대한 반대 감정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이어야 한다”며 “중국인이 싫고 중국과 관련한 것도 싫다는 식의 감정적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인들은 홍콩 문제를 식민주의 청산이자 일국양제의 문제로 생각한다”면서 “(양국 학생 모두) 상호 이해에 기초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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