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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8일(月)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독일 과학 일으켜 세운 大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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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베를린의 자연과학박물관 1층 공룡 화석 전시실에서 과학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연사들의 명강연을 청중이 귀기울여 듣고 있다. 독일 붕괴장벽재단 제공

■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독일 과학주간’

“독일의 합리적 과학기술로
무지와 편견의 벽을 허물자”
붕괴장벽재단의 대중 강연

베를린 전역 과학주간 행사
전세계 과학자·기업가 모여
“베를린 장벽 이후 남아있는
지구상의 모든 분단의 벽도
이성으로 차례차례 허물자”


독일이 합리적 과학기술로 모든 무지와 편견의 벽을 허물자는 이성(理性)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붕괴장벽재단(Falling Walls Foundation)은 지난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으로 학문 간 경계 허물기, 차세대 혁신 아이디어 발굴을 내걸고 전 세계 가장 탁월한 학자들을 초청, 대중에게 15분씩 강연 퍼레이드를 벌였다. 붕괴장벽모임(Falling Walls Conference)은 미국의 TED와 비슷하지만, 상업적 색채가 더 옅고 정치·경제·예술 등 현실사회와 과학의 만남에 특히 주목한다. 참가자들은 지적 토론과 대화를 음악 콘서트처럼 즐기며 세계 석학들과 미래의 비전을 공유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연사로 초청된 카이스트 생명과학공학과의 이상엽 특훈 교수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잘 요약해 발표해주니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서도 배우고 토론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며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지식 축제의 장”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보급을 역설하는 강연에서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인류는 1주일에 5g, 신용카드 1개 분량의 플라스틱을 먹는 셈”이라고 설명해 청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붕괴장벽재단의 제바스티안 터너 박사는 ‘다음에 허물어질 벽은 무엇일까’란 주제로 열린 재단 설립 10주년 콘퍼런스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통치하는 미국에서, 시진핑(習近平)이 지배하는 홍콩에서, 지구촌 곳곳에 새로운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면서 “인간의 이성이 구축해온 열린 사회와 민주주의에 닥치는 새로운 도전에 과감히 맞서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1일부터 10일까지 통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열흘간의 과학주간에서도 전 세계 과학자와 기업가, 정치인, 언론인들이 모여 베를린 장벽 이후 남아있는 모든 분단의 벽도 인간의 이성으로 차례로 허물어뜨리자는 담대한 제안들을 쏟아냈다.

과학주간 기간 베를린 전역에서 베를린자연과학박물관(MNB), 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 독일학술연구지원처(DFG) 등이 주관하는 다채로운 과학 행사들이 열렸다. 특히 예술도시 베를린의 명성답게 컴퓨터공학(인공지능)과 예술을 접목하는 예술과학(Art Science) 이벤트가 눈길을 끌었다. 또 막강한 독일 과학기술 정책과 예산 지원의 원천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부 당국자와 연구자들의 설명도 이어졌다. 막스 플랑크 협회, 라이프니츠 협회, 바이젠바움 연구집단 등 여러 연구소가 모인 과학결사체의 현황과 추진과제 등도 소개됐다. DFG의 게르노트 가드 박사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과학자를 돕고 있다”면서 “과학주간은 과학과 이성의 힘을 믿는 지성인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연대하는 귀한 자리로서, 특히 한국은 독일 통일의 후계자로 다음 장벽을 허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 용어설명

붕괴장벽모임(Falling Walls Conference) :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념해 2009년 설립된 붕괴장벽재단(Falling Walls Foundation)이 베를린 과학주간 마지막 날에 전 세계 ‘올해의 가장 혁신적 연구’ 발표자들을 초청해 여는 모임. 과학과 사회를 잇는 가교를 목표로, 학문 경계를 허무는 15분간의 농축 강연으로 기후변화 등 전 인류적 도전에 대한 지적(知的)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다.

베를린 과학주간(Berlin Science Week) : 2016년부터 매년 11월 일주일 동안 베를린에서 당대의 가장 앞선 과학적 성과를 소개하는 독일 정부 차원의 행사. 과학을 중심으로 예술·사회 등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 과학자, 기업인,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인들이 한데 모여 시 전역에서 강연, 워크숍, 축제 등 다양한 형식의 플랫폼으로 대중과 만난다. 올해는 특히 독일 자연과학박물관 주관으로 130여 개 부속행사를 진행해 참석자만 2만여 명에 달했다.

막스 플랑크 협회(Max-Planck-Gesellschaft, MPG) : 독일의 과학 진흥을 목적으로 여러 연구소를 관리 및 경영하는 독립 비영리 연구 기관 연합회. 연방 정부와 16개 주 정부로부터 80% 이상의 자금 지원을 받아 1만3000여 명의 직원과 4700명의 과학자, 1만1000명의 포스닥 및 박사과정생, 방문자 연구를 돕는다. 핵심인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연구의 우수성, 특히 우수 과학자의 인적 지원에 집중한다. 우수한 과학자가 연구하길 원하는 독립적 주제를 정하면 외부 전문가와 내부 교수들이 모여 책임자를 선정하고 필요한 연구소를 만들어 준다. 연구소에 사람을 맞추는 게 아니라, 사람에 연구소를 맞추는 것이다. 하르나크의 원리(Harnack principle)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기존 대학연구소와 차별되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도 막스 플랑크 연구소를 모델로 설계했다. 32번의 노벨상 수상 기록을 지녀 단일기관으로 세계 최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베를린(독일)=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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