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폐 한국당, 현역 50% 물갈이와 ‘해체 통합’ 나서야

김세연 의원이 17일 발표한 불출마 선언문은 제1야당이자 보수 정치세력의 중심인 자유한국당이 ‘죽어야만 살아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김 의원은 한국당이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다”면서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도 맡고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 등을 통해 민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김 의원이 “한국당의 수명이 다했다”고 진단한 것은 당이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중병에 걸렸고, 회복 가능성도 없음을 재확인해준 것이다.

김 의원은 “한국당 현역 의원 전원이 물러나고 당도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면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앞장서 달라”고 요구했다. 비현실적으로 들릴 정도지만, 사즉생(死卽生)의 실천 외에는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연한 주장이다. 같은 날 30·40대 청년 당협위원장들이 “현역 의원 50%를 물갈이해야 한다”고 요구했을 정도로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영남 지역 다선의원 등은 요지부동이고, 황 대표는 “당을 위한 충의”라면서도 파격적 쇄신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이 지난 상황에서 경제·안보 위기가 거론될 정도로 국정이 불안해졌지만, 한국당은 대안 정당으로 부각되기는커녕 비호감도만 높아지고 있다. 당내 쇄신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고,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 우리공화당 및 보수 시민단체와의 통합이나 연대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조국 사태 이후에 잇단 자충수로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이대로 가면 총선 패배는 명약관화하고, 개헌선까지 무너져 국가 정체성이 뒤집힐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현역 의원 50% 물갈이는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일 뿐이다. 그런 토대 위에서 한국당 간판을 내리고, 탄핵 찬반 시비를 묻고 갈 수 있는 합리적 인사들 중심으로 다시 뭉치는 ‘해체 통합’ 아니면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