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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10문10답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9일(火)
14세기 최대 1억명 희생…中서 잇단 흑사병 확산 가능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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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베네치아 거리에서 흑사병 의사 복장을 한 사람이 서 있다. 17세기 흑사병 환자를 전문적으로 다루던 의사들은 새 부리 모양의 가면과 함께 장갑, 장화, 챙 달린 모자, 발목까지 내려오는 겉옷을 입었다. 게티이미지뱅크

14세기 최대 1억명 희생… 2012년 마다가스카르 60명 사망
항생제 보급으로 치료 가능… 中당국 정보통제가 ‘괴담’ 키워

쥐 벼룩 통해 페스트균 전염
폐렴형은 사람사이 전파 가능
과거 유럽선 봉건제까지 흔들

네이멍구서 3명 잇따라 확진
2014년이후 중국서 6명 사망
전세계 매년 2500여명 감염

한반도엔 공식 발병기록 없어
위생 향상돼 국내 창궐 힘들어
항생제 등 치료제 충분히 확보


▲  15일 중국 베이징의 차오양 병원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이 병원은 지난 12일 네이멍구 시린궈러 출신 부부에게 흑사병 판정을 내렸다. EPA 연합뉴스
중국에 때아닌 흑사병(페스트·Black Death) 비상이 걸렸다. 수명의 환자 발생에도 난리가 났다. 14세기 유럽을 휩쓸며 최대 1억 명을 희생시켰다는 흑사병에 대한 공포와 무관치 않다. 특히 이번 흑사병 쇼크는 병 자체보다 중국 당국의 정보 통제에 대한 불신이 화를 더 키웠다. 지난 12일 베이징(北京) 시내의 중형 병원에서 흑사병 판정을 받은 환자 2명은 몽골과의 국경지대인 네이멍구(內蒙古) 주민이다. 베이징으로 이송돼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20일이 지났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은 불안에 떨었다. 지난 3일 베이징 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이들은 발열과 호흡 곤란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에는 네이멍구에서 흑사병 환자 1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네이멍구 시린궈러(錫林郭勒) 보건당국에 따르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55세 남성이다. 지난 5일 시린궈러의 한 채석장에서 야생 토끼를 잡아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의 2명 환자와 같은 시린궈러에 살고 있었는데 이번에 확인된 흑사병의 종류는 림프절 흑사병으로 확인됐다. 네이멍구 보건당국은 “아직 앞서 확진 받은 두 환자와 이번 환자 간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만 밝혔다. 현재 이 남성은 네이멍구 울란차푸(烏蘭察布)의 한 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 남성과 접촉한 사람은 28명으로 확인됐다.


① 흑사병 감염 경로와 종류는

페스트균이 흑사병의 원인균이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에게 기생하는 벼룩이 쥐의 피를 빨아먹는 동안 페스트균에 감염되고, 이 벼룩에게 사람이 물리면 페스트균에 감염된다. 드물게 폐렴형 흑사병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페스트균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흑사병은 크게 폐 흑사병(폐렴형), 패혈증 흑사병(패혈증형), 림프절 흑사병(가래톳형)으로 나뉜다. 가래톳은 서혜부 림프선이 염증으로 부어오른 현상을 일컫는다. 가래톳형은 가래톳이 심해지고 오한, 38도 이상의 발열, 근육통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으면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패혈증형은 발열, 구토, 복통, 설사 등 일반적인 패혈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혈관이 응고돼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쇼크, 말단부 괴사, 급성 호흡 부전 증후군이 일어나기도 한다. 폐렴형은 세 가지 형태 중 가장 중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만큼 치사율도 가장 높다. 갑작스레 발생하는 오한 및 발열, 두통, 심혈관계 부전, 호흡 부전 등이 주된 증상이다.


② 치료 가능한가

19세기 들어 프랑스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1822~1895)가 발병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냈다. 흑사병이란 이름도 이 시기에 붙여졌다. 피부의 혈소 침전에 의해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을 병의 이름으로 삼았다. 중세에는 흑사병에 걸리면 모두 사망했지만, 현대 사회에 들어서는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초기 진단 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대응이 빠를수록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겐타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등 항생제를 조기에 투여하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진단,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률은 크게 높아진다.


▲  흑사병은 페스트균(위 사진)에 감염된 쥐에게 기생하는 벼룩이 피를 먹다 먼저 전염된 뒤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옮겨 발생한다.
③ 中 ‘흑사병 괴담’ 확산한 배경

중국인들은 이번 흑사병 환자 발생 사실이 20여 일 후에야 알려진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초기에 발생했을 때 중국 보건당국이 정보를 통제하는 데만 급급해 쉬쉬하는 동안 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흑사병이 퍼지는 것을 우려한 중국인들 사이에선 괴담이 돌고 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베이징의 한 아동병원에 환자들이 입원해 출입이 통제됐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에 해당 병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등 혼란이 계속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흑사병 관련 온라인 토론을 통제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사회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웨이보에는 “무서운 것은 흑사병이 아니다. 대중에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두렵다”는 비판 글이 올라왔다.


④ 한국 유입 가능성은

한국 질병관리본부(KCDC)는 흑사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낮고, 발생하더라도 항생제가 충분히 확보된 상태이므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감염병 위기경보는 가장 낮은 단계인 ‘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인간 사이에서 흑사병이 전염되는 유일한 경로는 비말 감염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흑사병으로 폐렴을 앓고 있는 환자가 기침할 때 나온 박테리아가 섞인 침 등을 주변의 다른 사람이 흡입하게 될 경우를 말한다. 이는 환자 주변 약 1.8m 이내로 근접해 있을 때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매우 드문 경우라는 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설명이다. 시민들의 위생관념 등이 자리 잡은 국내에서 과거와 같이 흑사병이 창궐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다만 11월에는 인플루엔자(독감)도 본격적으로 유행하는 시기인 만큼 흑사병을 비롯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손 씻기 등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좋다고 보건당국은 강조한다.


⑤ 해외여행객들 주의점

현재 흑사병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전 지역과 콩고민주공화국 내 이투리주 지역 등에서도 유행 발생이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흑사병 사태는 중국 베이징과 네이멍구에서 발병 사례가 보고된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KCDC에 따르면 흑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들 유행지역을 방문할 경우 우선적으로 쥐나 쥐벼룩,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또 감염이 의심되는 동물의 사체를 만져서도 안 된다. 발열이나 두통, 구토 등 흑사병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 또는 의심환자와도 접촉을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체액(고름 등)에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해외를 여행하는 도중 감염된 사람을 통해 전파될 확률은 낮지만 만약 페스트균에 감염됐다면 2일 이내에 발견해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므로, 유행지역 여행 후 발열, 오한, 두통 등 의심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보건소 등을 통해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⑥ 한반도 과거 흑사병 기록은

통계를 작성한 이래 국내에서 흑사병 감염이 있었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검게 변해 죽는다는 뜻으로 붙여진 ‘흑사병’이라는 이름 자체가 서양에서 유래된 만큼 조선왕조실록 등 옛 기록에서 같은 질병을 찾기도 쉽지 않다. 다만 1910년 10월에 만주 지역에서 발생한 흑사병으로 한인 다수가 피해를 본 사례는 있다. 추운 지방이라 겨울에는 실내 생활만 하는데 이때 위생이 좋지 않은 좁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모여 지내면서 흑사병 피해도 다수 발생했다. 특히 간도 지역에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해 피해가 적지 않았다.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한국인들이 흑사병 공포에 시달리기도 했다. 압록강~두만강의 경계가 잘 방어돼 이때도 흑사병은 한반도로 넘어오지 않았다.


⑦ 21세기 해외 발병 사례는

21세기에 웬 흑사병이냐는 의문이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제 전 세계적으로 매년 2500명 안팎의 흑사병 환자가 발생한다. 주로 마다가스카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한다. 2012년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총 256건의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이 중 60명이 목숨을 잃어 세계 최대 사망자 숫자를 기록했다. 2017년에도 마다가스카르 수도와 동부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500명이 흑사병에 걸렸다. 70.2%에 해당하는 351명이 치사율이 높은 폐렴형 흑사병이었다. 이 중 24명이 실제 목숨을 잃었다. WHO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아직도 연평균 400건 정도의 흑사병 감염 사례가 보고된다. 중국에서도 흑사병으로 숨진 사례는 2014년 3건, 2016년과 2017년, 올해 각 1건으로 나타났다.


⑧ 중세시대 흑사병 규모

14세기 유라시아 전역에 창궐해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1300년대 초 중앙아시아의 건조한 평원지대에서 시작한 흑사병은 실크로드로 왕래하는 유목민을 통해 서쪽으로 이동했다. 1340년대 말에는 흑해와 크림 반도에 이른 뒤 노예무역을 하던 이탈리아 상선을 매개로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당시 흑사병으로 10년 동안 무려 유럽 전체 인구의 30~60%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세계 인구가 4억5000만 명가량이었는데 흑사병 창궐 이후 최대 1억 명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그때 줄었던 인구는 17세기에 이르러서야 회복됐다.


⑨ 사회문화적 영향은

흑사병은 중세 유럽의 봉건제를 크게 흔들고 사회 계층의 급격한 변동을 가져왔다. 인구가 급감하고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영주·귀족이 이전처럼 농노를 착취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수도원은 큰 피해를 봤다. 성직자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자 성직자 희망자에게 요구하던 자격 조건이 완화돼 미신에 쉽게 흔들릴 만한 인물들도 성직자로 양성됐다. 종교의 기능이 약화하면서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이용한 온갖 미신이 출현했다. 종교계는 고행을 통한 속죄를 강조했다. 흑사병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부랑자, 유대인, 한센병 환자 등이 발병자로 지목돼 마녀사냥식으로 살해됐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예술가들이 선호하던 여행이 금기되면서 예술의 후퇴가 일어났다. ‘현재 삶을 즐기자’는 문학 사조가 탄생했다.


⑩ 흑사병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

이탈리아 소설가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흑사병이 가져온 유럽인들의 공포와 사고의 변환을 잘 보여주는 문학 작품이다. ‘열흘간의 이야기’란 뜻의 이 작품에는 흑사병을 피해 시골의 한적한 별장에 몸을 숨긴 청년 셋과 처녀 일곱 명이 열흘간에 걸쳐 차례로 이야기한 100편의 글이 담겼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도 전염병이 휩쓰는 가운데 고립된 도시에서 인간 군상을 그려낸 작품으로 꼽힌다. 카뮈의 작품에서 흑사병은 분명히 프랑스를 전쟁에 휩쓸어 넣은 나치 침략의 상징이며, 페스트의 종언은 파리 해방을 의미한다. 독일 소설가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인데, 주인공 골드문트가 흑사병이 퍼진 후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는 내용이 나온다.

정유정·최재규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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