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케어 포퓰리즘 한계 보여주는 ‘MRI 축소’ 검토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가 집권 2년 간 3600만 명의 국민에게 2조2000억 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주었고, 상급 종합병원 건보 보장률도 68.8%까지 높였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불과 4개월 만에 복지부는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건보 적용 확대로 건보 재정이 위협받으면서 스스로 축소 불가피론을 입에 올리고 있다. 애초부터 재정의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지를 감춘 채 업적만 내세우던 ‘건보 확대 과속(過速)’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의 벽에 부닥쳤음을 자인한 셈이다.

MRI를 중심으로 촬영 건수와 진료비가 무서운 추세로 팽창한 문제와 관련, 복지부는 18일 과잉 진료 전면 조사, 경증 환자 건보 혜택 축소 검토 등 사실상의 후퇴 선언을 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건보 재정은 급속히 부실화하고 있다. 지난해엔 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았고, 현재 추세라면 20조5955억 원에 달하던 누적 적립금이 2024년에 완전 소진될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 있다. ‘의료 낭비’ 부작용과 병원 규모별·지역별 의료 양극화 문제도 심각하다. 문턱이 낮아지면서 너도나도 초음파 검사나 MRI 촬영을 요구하는 바람에 정작 암 환자 등 중증환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 소재 대형 병원들의 경우 하루 24시간 MRI를 가동하는 처지다.

건보 혜택 확대는 당연히 반길 일이다. 하지만 비용이 따르는 것이 문제다. 적립금이 고갈되면 건보료 부담 급증이나 의료 서비스 악화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문 정부는 임기 중엔 펑펑 쓰고, 힘든 뒤처리는 다음 정부로 미루는 나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MRI 혜택 축소 검토에 나선 것은 미흡하나마 바람직하다. 이제라도 건보를 망치고, 미래세대 부담을 키울 ‘문(文)케어’를 전면 재설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