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절망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애트우드 ‘미친아담’ 3부작 출간
폐허·탐욕스러운 세상에 저항
뜨거운 ‘인간들의 의지’ 담아

올해 부커상 수상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왼쪽 사진)의 디스토피아 소설 ‘미친 아담’(민음사)3부작이 출간됐다. 2003년 1편 ‘오릭스와 크레이크’가 첫 선을 보인 뒤 ‘홍수의 해’(2009)와 ‘미친 아담’(2013)으로 이어진 작품은 환경파괴, 유전자 조작, 복제, 성형중독, 포르노, 빈부 격차 등 우리 시대 문제들을 치밀하게 담아낸 문제작이다. 국내에서는 ‘오릭스와 크레이크’가 2008년, ‘홍수의 해’는 2012년 출간됐고, 이번에 ‘미친 아담’이 번역, 출간되면서 3부작의 완성된 면모를 드러냈다.

유전자 조작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진 시대. 천재 과학자 크레이크는 피임과 최고의 쾌락을 제공하면서 젊음도 회복시키는 ‘환희이상’ 알약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알약은 인간의 몸 속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전 세계 복용자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끔찍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시작된 치명적인 전염병은 인류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스트립쇼 클럽 댄서 렌은 감염을 의심받고 격리 구역에 갇힌 덕분에 살아남고, 환경단체 ‘신의 정원사’ 멤버 토비는 스파 건물에 숨어 지내는데 성공한다. 우여 곡절 끝에 만난 두 사람은 렌의 친구 아만다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최종편 3부는 여기서 시작한다. 토비와 렌 일행은 크레이크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탐욕 없는 신인류 크레이커와 합류해 레지스탕스인 ‘미친 아담’ 세력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환희이상’과 ‘신의 정원사’의 비밀이 밝혀지고 의문의 퍼즐들이 맞춰지면서 세상을 향한 작가의 경이로운 비전이 전모를 드러낸다.

애트우드는 ‘미친 아담’에 대해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라기 보다는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이라고 밝혀 SF 팬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하지만 촘촘한 과학적 사고와 세계에 대한 과학적 비전 위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과학소설이지만, 그 안에 풀어놓은 통찰과 방대한 사유의 측면에서 보면 사변소설이기도 하다.

인류 자멸 가능성에 대한 진심 어린 경고인 이 작품은 소설의 장르적 정의가 무엇이든 폐허가 된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서로를 지켜내려는 사람들, 이종(異種)간의 이해와 공생, 고군분투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 이야기꾼을 통해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 등을 그려내며 디스토피아 절망 속 희망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1부 작가의 말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쓰고 있는 동안 점차 현실이 되어 갔다. 그러한 현상이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그렇듯, 나는 우리 앞에 보이는 그 길을 가지 않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완성했다. 내가 인류의 미래를 비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낙관주의자다. 희망을 가지자!” 애트우드의 부커상 수상작인 ‘증언들’은 내년 1월 황금가지에서 번역 출간된다.

최현미 기자 sunm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