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인세 골프역사칼럼니스트
온그린 파… 3명과 연장 합류
우승 저서 ‘모던 스윙’ 바이블로 통해
현대 스윙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 호건은 샘 스니드, 바이런 넬슨과 함께 20세기 ‘미국의 골프 삼총사’로 불렸다. 호건과 스니드, 넬슨 모두 1912년 태어난 동갑내기로 20세기 중반 미국 골프를 삼등분했다. 그중에서 호건은 둘과는 달리 늦게 빛을 봤다.
1950년 6월 8일 제50회 US오픈이 열린 필라델피아 메리언 골프장. 사람들은 아무도 호건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호건은 한 해 전인 1949년 2월 2일 대회를 마치고 텍사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안개 낀 새벽 숲길을 운전하다 마주 오던 트럭과 정면 충돌했고 조수석에 탄 아내를 지키려다 대형참사를 빚었다. 당시 그를 치료했던 의사는 온몸의 뼈가 거의 다 부러져 다시는 골프채를 잡지 못할 불구의 몸이 됐다고 했다. 호건은 이 사고 말고도 어려서부터 불운했다. 그는 텍사스에서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난을 못 이겨 어린 호건이 보는 앞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가족 모두가 거리에 나앉자, 그는 방과 후 기찻길 옆에서 신문을 팔기도 했고 친구 소개로 골프장 캐디 일도 했다. 마침 근처 골프장 캐디였던 넬슨과 친구가 됐다.
1930년 채 18세가 되기도 전 그는 고교를 중퇴하고 돈을 벌기 위해 프로골퍼가 됐다. 하지만 우승 없는 무명선수 생활이 이어졌고, 1943년에는 2차세계대전에 참전까지 했다. 호건은 1946년부터 몇 차례 우승으로 이름은 알렸지만 3년 뒤인 1949년 죽기 직전의 교통사고를 당한 뒤 1년이 넘는 투병으로 사람들에게서 잊혔다. 끈질긴 재활 끝에 16개월 만에 US오픈에 참가했던 호건을 두고 갤러리들은 불굴의 의지를 높이 샀다.
호건은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까지 선두그룹에서 선전을 펼쳤다. 1타 앞섰던 호건은 17번 홀에서 나온 보기로 먼저 경기를 마친 로이드 맹그럼과 조지 파지오에게 동타를 허용했다. 호건은 한 홀이 남았지만, 마지막 18번 홀은 메리언 골프장에서 가장 어렵고 긴 458야드짜리 파 4홀이었기에 파만 해도 다행인 홀이었다. 200야드가 더 남은 상황에서 세컨드 샷을 고민하던 호건은 갑자기 우드가 아닌 롱 아이언을 들었다. 그것도 치기 어려운 ‘드라이빙 아이언’으로 불리는 1번 아이언이었다.
호건은 힘차게 1번 아이언을 휘둘렀고 공은 정확하게 그린을 향해 날아가 홀 앞 15m 앞에 떨어졌다. 2퍼트로 파를 기록하며 합계 287타를 기록한 그는 플레이오프에 합류했다. 다음날 3명이 치른 연장전에서 호건은 69타를 쳐 73타와 75타를 친 둘을 제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의 하이 퍼스킨 기자가 전날 18번 홀에서 호건이 세컨드 샷을 치고 난 후 피니시하는 뒷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호건의 우승은 대서특필됐다.(사진) 그 한 장의 사진이 훗날 20세기 최고의 골프 스윙이라는 호칭을 얻으면서 골프사에 남는 샷이 되었다. 호건은 64차례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과 9번의 메이저 우승 및 4대 메이저 우승을 모두 차지하게 되는 첫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170㎝, 67㎏의 왜소한 체구인 그는 초창기 지독한 악성 훅을 고치기 위해 첫손에 꼽힐 정도로 연습벌레가 됐고 결국 그는 스윙을 교정하면서 자신의 스윙비밀을 담은 저서 ‘벤 호건의 모던 골프 스윙’을 펴냈는데 20세기 골프 스윙의 바이블로 평가받게 된다.
영영 골프를 치지 못하게 된 운명에서 절망을 딛고 일어선 호건은 사람들 가슴에 위대한 골퍼로 자리 잡았다.
골프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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