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큰누님, 詩 한편 올립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남순(1927∼2016)

지난 2016년 12월 12일 별세하신 어머님 같은 큰누님. 천안시립화장장에서 화장해 천안시 한신 마을 선영에 안장, 40여 년 전 이미 고인이 된 남편 옆에서 영면에 들었다. 이제 우리 11남매 중 나를 비롯해 2남 2녀만 남고, 7명이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갔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동네에서 앞뒷집에서 사돈을 맺어 결혼하고, 남편 따라 서울로 가서 살다가 6·25전쟁으로 시댁과 친정집이 있는 고향으로 피란 와서 농사를 지으며 사시던 큰누님. 어쩌다 고향에 가면 간장, 된장, 고추장에서부터 농사지은 잡곡, 들기름, 참기름 등 바리바리 싸 주시며 “너는 내 자식과 똑같다.” 선천적인 지병(심장질환과 기관지확장증)을 안고 사는 막냇동생인 내가 안쓰럽다며 “열심히 살아야 된다”고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주시던 어머니처럼 정도 많고 인자하던 큰누님이셨는데…. 떠난다는 것은 이렇게 허망한 것인가. 삼가 큰누님이 떠난 파란 하늘나라를 바라보며 편하게 영면하길 기원하면서 ‘추모시’ 한 편을 올린다.

순리(順理)

강산은 제멋대로 변해도／탄생의 축복이 있는가 하면／죽음의 슬픔도 있나니／살아야 한다는 본능으로／희망의 끈 모질게 잡았는데／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리

세상은 제멋대로 돌아도／변하지 않은 것은／누군가의 옷고름을 잡고 우는 것／그래도 뿌리치고／가야 하는 것이 인생

남들은 호상이라 말하지만／큰누님 영정 바라보니／문득 앞서가신 어머님 생각／치맛자락 잡고 주저앉아 울어도／아무런 말없이 떠나시던 날／엊그제 같은데…

이 세상 수많은 복중에서／일복만 타고나셨던／큰누님마저 오늘,／울엄니 계시는 곳으로 가셨네.

탄생과 삶과 주검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옛 성현은 말하지 않았던가! 본래 우리는 어머니와 한몸이었지만 세월이 갈라놓고, 또 다른 세월은 어머님, 큰누님과 나를 저세상과 이 세상이라는 곳으로 갈라놓았다. 1987년 9월 27일 77세의 울 엄니, 2014년 4월 5일 96세의 작은 엄니가 가신 천상으로 떠나신 큰누님. 언젠가는 나도 울 엄니 가신길, 작은 엄니 가신길, 큰누님 가신 길을 따라갈 몸이 아닌가.

동생 박민순(수필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독자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