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평가>韓美동맹·북핵 등 핵심 피한 채 ‘수박 겉핥기’ 답변

■ 외교·안보

안이한 인식에 대안 제시 없어
모병제 등 주변부에 시간 할애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가생존과 직결된 핵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 편향적 시각을 드러냈다”고 평가하면서 한·미 동맹 균열과 북한 비핵화 협상, 한·일 관계 악화 등 총체적 위기 등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는 ‘외눈박이 3무(無) 외교’라고 우려했다.

먼저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 균열과 한·일 관계 악화,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 등으로 한꺼번에 닥친 ‘퍼펙트 스톰(총체적 위기)’에 대한 안이한 상황 인식을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구체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노력도 미흡했다는 것.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문제는 물론 한·미 동맹과 한·일 및 한·중 관계 등 핵심 현안을 모두 피해갔다”면서 “반면 여당 일각에서 총선을 앞두고 제기한 모병제 등 주변적 현안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향후 한·미·일 3각 협력 및 한·미 동맹 훼손을 방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의 한국의 일본 안보 방파제 역할 발언은 유엔사 후방기지인 주일미군기지의 향후 유사시 한국 방어 역할을 간과한 일방적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또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는 굉장히 보람을 많이 느끼는 분야로, 남북관계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면서도 교착 상태인 미·북 비핵화 협상에 대한 구상을 밝히지 않았다.

신 센터장은 “2년 전에 비해 북한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는 동시에 핵무기 보유 수를 늘리는 등 국제정세가 북한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냉엄한 현실에는 눈감은 듯한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