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하산 前사장’이 불 지른 철도파업과 公共개혁 파탄

경제난이 가속화하는 와중에 철도노조의 전면 파업이라는 악재가 추가됐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일 오전 9시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KTX 3대 중 1대, 화물열차는 3대 중 2대가 멈춰 섰다. 강추위 속에 시민과 기업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파업은 노조의 정당한 권리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철도노조의 비효율과 방만 경영이 개선되긴커녕 악화일로다. 그런데도 노조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 역시 철도개혁에 역주행하고 있다.

노사의 최대 쟁점은 3조2교대를 4조2교대로 바꾸기 위한 인력 4600명 충원 문제다. 586 정치인 출신인 오영식 전(前) 코레일 사장이 지난해 6월 노조와 맺은 ‘교대근무체계 개편 노사합의서’에 근거한다. 첫 공식 일정이 해고자 농성장 방문이었을 정도로 친(親)노조 성향이었던 그는 수천억 원의 비용이 수반되는 교대근무체계 개편을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과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2020년 1월부터 시행키로 덜컥 합의했고, 파업의 빌미가 됐다. ‘낙하산 사장’이 불을 질러놓고, 정작 자신은 빠져나간 셈이다.

이번 철도 파업은 문 정부 들어 심화한 공공(公共)기관 방만 경영과 모럴해저드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코레일은 총부채가 15조 원이 넘고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는 만성 적자기업이다. 그런데도 지난 2년 간 임직원 11%를 늘리며 흥청거리더니 이젠 노조가 연간 5000억 원이 필요한 대규모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간 큰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2893억 원 당기 순이익을 공시했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1050억 원 적자로 드러났다. 전 정부에서 추진해온 공공개혁을 적폐로 낙인찍어 파탄 내고, 공공기관에 무차별 낙하산 인사를 투입해 코드정책의 전위부대로 내몬 문 정부가 바랐던 결과는 이런 것인가. 낙하산 사장은 정부 코드에 맞춰 온갖 생색을 내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 뒷감당은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 몫이다. 실종된 공공개혁의 필요성이 더 절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