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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21일(木)
문예지에 아이돌 인터뷰… 취향 저격으로 ‘독자’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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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시장 판 뒤흔든 ‘독립잡지’

잡지 1권에 영화 1편 분석·전문용어 없는 철학·3040 유부남 위한 ‘꿀팁’으로 인기
3년간 잡지사 19% 사라졌지만 색깔 있는 주제·깊이 있는 분석에 정기구독 증가세


1998년 창간해 20여 년간 발행돼 온 잡지 ‘인물과 사상’이 지난 9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미용실에 가면 흔히 볼 수 있었던 ‘여성중앙’ ‘인스타일’ ‘쎄씨’ 등의 잡지도 지난해 잇따라 폐간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뉴스 소비주기가 빨라지고 SNS를 통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확산하면서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제 인쇄 매체에서 트렌드를 찾지 않는다. 재정 악화로 창간 50주년을 코앞에 두고 무기한 휴간을 선언했던 잡지 ‘샘터’의 경우 후원과 구독 문의 성원에 힘입어 발행을 이어나가기로 해 화제를 모았지만, 활자가 잘 읽히지 않는 요즘 세상에 기존 종이 잡지의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사람이 종이 잡지의 종말을 우려하는 가운데, 한쪽에선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누구나 에디터와 편집자가 될 수 있는 독립 잡지가 새로운 움직임의 주역이다. 독립잡지는 출판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이끌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 기존 종이 잡지의 주된 수입원은 광고와 협찬이었다. 독립잡지는 이로부터 독립해 독자 생존을 실천하는 매체다. 독자를 사로잡을 무기는 심층적인 내용이다.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 대신 목표 독자층의 눈길을 끌 만한 주제가 독립잡지의 관심사다. 이들 잡지는 심층적인 내용을 독자적인 관점으로 다룬다. 따라서 과월호를 읽어도 오래됐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지난해 나온 ‘뉴필로소퍼’ 한국판은 어려운 전문용어가 눈에 띄지 않는 생활 철학·인문 잡지이다. 균형 잡힌 삶, 일, 소통 등 우리가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논의를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의 적절한 지점에서 부드럽게 펼쳐온 ‘뉴필로소퍼’는 최근호에선 부동산을 매개로 물질을 향한 현대인의 갈망을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뉴필로소퍼’와 함께 호주 ‘불퍼블리싱’(The Bull Publishing)의 한국판인 ‘우먼카인드’는 여성의 시선으로 다양한 가치를 읽어내려는 시도를 담은 계간지다. 여성의 자아와 정체성, 동시대 세계 여성의 삶을 다루면서 문학·철학·역사·사회학·심리학 등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2016년에 창간한 ‘볼드저널’은 30~40대 기혼 남성을 주된 독자층으로 겨냥한 계간지다. 이 잡지는 ‘가족과 함께 멋진 주말을 보내는 법’ ‘21세 아빠가 성 감수성을 배워야 하는 이유’ 등 기혼남성의 소소한 고민을 담아 기혼 남성 독자를 사로잡았다. 2015년에 창간한 ‘프리즘오브’는 한 호에 하나의 영화만을 다루는 계간 영화잡지이다. 이 잡지는 매호 160페이지에 걸쳐 한 편의 영화에 대한 정보·비평·감성·인터뷰 등을 싣는다. 여러 편의 기사가 동시에 한 편의 영화를 다루고 있어 깊고 방대한 분석이 특징이다.

◇디자인과 편집 = 사진 잡지 ‘보스토크’는 한 손으로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작은 반양장본으로 출간돼 눈길을 끌었다. 기존 사진 잡지의 경우 폭이 넓고 위아래도 긴 판형이 주류를 이뤘다. 여기에 ‘보스토크’는 ‘사라지는 나의 도시’ ‘타임 슬립’ ‘모두의 혼자’ 등 매호 다른 주제를 선정해 그에 걸맞은 콘텐츠들을 모아 엮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천편일률적인 판형과 디자인, 다소 어려운 내용으로 문학을 하는 사람들만 읽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문예지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은행나무 출판사가 2015년에 창간한 격월간지 ‘악스트’는 화보를 방불케 하는 감각적인 사진과 신선한 디자인, 독자의 눈높이를 낮춘 내용과 구성으로 소설의 저변을 넓히는 시도를 했다.

민음사가 2016년에 창간한 격월간지 ‘릿터’는 문예지로선 이례적으로 아이돌 인터뷰를 수록해 대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문학동네 임프린트 엘릭시르가 2017년에 창간한 ‘미스테리아’는 국내 첫 미스터리 전문 격월간지로 예술잡지를 방불케 하는 파격적인 디자인·색·글꼴·레이아웃 등을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틈새시장 =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 잡지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잡지 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2014년 1조3754억 원에서 2017년 1조354억 원으로 24.7% 감소했다. 사업체 수는 같은 기간 2509개 사에서 2021개 사로 19.4%, 종사자 규모 또한 1만8314명에서 1만2154명으로 33.6% 줄어들었다.

반면 정기간행물 등록현황 기준으로 종별 구분이 ‘잡지’로 등록된 정기간행물은 같은 기간 4838종에서 5107종으로 5.56% 증가했다.

또 정기구독자가 있는 잡지 비율은 2014년 76.2%에서 2017년 88.7%로 12.5%포인트 늘었다. 잡지의 주요 수익원 중 광고의 비중은 같은 기간 37.4%에서 37.7%로 0.3%포인트 증가했지만, 판매수입 비중은 38.5%에서 42.4%로 3.9%포인트 상승했다.

불황 속에서도 정기구독자를 확보하고 광고보다 판매수입 비중을 늘린 잡지가 많아졌다는 말이다. 특색 있는 콘텐츠로 무장한 색깔 있는 잡지가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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