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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병종의 詩畫기행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21일(木)
침묵의 까망… 울부짖는 빨강… 세상 모든 예술이 흘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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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종 작, 미술관에서의 사랑- 사랑은 명작의 전당에서. 30×40㎝, 종이에 혼합 재료, 2019

낮에도 뜨는 별들의 집, 구겐하임, 메트, 모마

떠나갔던 별들이
모두 이곳으로들 흘러들었다.
그리하여
제각기
한 생(生)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초록과 보라와
침묵의 까망으로, 그리고 울부짖는 빨강으로.
문제의 도시 뉴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지상의 뭇별을
이곳으로 불러 모아
낮에도 떠오르게 하였으니,
네 계절이 다해도
지지 않는
꽃의 정원들을 만들었으니,
장하다 아니할 수 없구나.
인상파는 저 멀리 프로방스와 지베르니에서
낮 동안 그들이 보았던
부서지는 보석 알갱이들 같은
빛들을 고이 모아
무덤같이 어두운 이 집들을
환히 비추고 있고,
차마 언어로는 표현
할 수 없어 시(詩)가 되지 못한 채
마음속의 근원을 찾아 길 떠나는 나그네처럼, 추상표현주의는
여인이 한 많은 머리칼을 풀어헤치듯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며
그렇게 담아낸 거친 호흡의
붓질들을 또한
이곳으로들 얌전히 불러 모아들였구나.
잘못 지어진 집처럼,
그렇지
우리네 인생살이며 삶의 풍경이라는 것들이 원래
삐딱하게 지어진
집 한 채 같은 것이었으니
입체주의라는 것은
그 삐딱한 한 모서리에 대고
쾅, 쾅 못질을 해서 문패 달아놓은 것.
그에 비하면 그리스의 부드럽고 우아한 여체는
차라리 슬퍼서
눈물겹게 슬퍼서
그 환영을 붙잡아
까라라의 굳은 돌들로라도 새겨놓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면
이 세상의 모든 그림과 조각은 흘러가며 남겨지는 안타까운 시간의 그림자.
덧없는 마음의 이정표.
육체가 우주 저편으로 사라져 가기 전
신(神)으로부터 부여받은 한순간의 축복을
한입 가득 물었다가
뿜어낸 무지개.
혹은 저주 같은 축복으로
쏟아놓은 피 한 사발.



■ ⑩ 뉴욕의 미술관

메트로폴리탄·모마·구겐하임
미술관마다 보석 같은 컬렉션

작품도 미술관도 ‘지상의 꽃’
문화저력이 도시실력 보여줘
‘뉴욕 = 세계 미술 수도’ 명성


미술의 ‘벨에포크’는 파리시대로 종결됐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파리는 과거의 도시. 아우성치는 현대미술을 다 담아내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다. 미술의 수도는 그렇게 파리로부터 속절없이 뉴욕으로 옮겨졌다.

이 세상 미술가들의 신화와 전설이 모여들었던 곳인 파리로부터 신생제국의 도시 뉴욕이 미술 수도의 새로운 바통을 넘겨받았다. 그 전진기지가 된 것이 메트(메트로폴리탄미술관), 모마(뉴욕현대미술관), 그리고 구겐하임이었다. 파리의 루브르와 오르세, 퐁피두며 오랑주리에 필적할 만한 내용과 규모를 갖추게 됨으로써 단번에 뉴욕은 미술의 명품도시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고 보면 결국 세계적인 도시가 되려면 세계적인 미술관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미술관 없는 도시는 어쩌면 사막과 같아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오래 머물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2박 3일쯤 작심하고 봐야 할 정도의 미술관과 미술품들이 있어야 도시는 비로소 실력을 갖추게 된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봐서 눈의 호사와 탐식도 시들해질 정도가 돼야 하는 것이다.

고요히 미(美)의 물결을 몰아오고 파도를 일으킬 수 있는 매력적인 예술도시, 그곳이 사람들을 구름떼처럼 불러 모으는 도시가 된다.

그런 점에서 뉴욕은 다른 제3의 도시가 필적하기 어려운 도시이기도 하다. 뉴욕이 일찍부터 미술의 성채를 쌓아 올린 것은 높은 빌딩 수백 개를 짓는 것보다 더 ‘아우라’를 내뿜는 일이었다. 자칫하면 며칠 머무르며 거래하고 흩어지는 금융도시로 그칠 뻔했는데, 세상의 모든 예술이 흘러드는 통로가 됨으로써 뉴욕의 문화적 저력이 생겨났다. 특히 미술에 있어서 더 그렇다. 파리에 가면 사람들이 으레 루브르나 퐁피두에 들렀다 오는 것처럼 이제는 뉴욕에 가면 주마간산일지라도 미술관 세 군데쯤은 보고 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른 것이다.

약자 메트로 불리는 메트로폴리탄과 모마로 더 많이 불리는 뉴욕현대미술관, 그리고 페기 구겐하임의 삼촌이자 이 세상 모든 구겐하임미술관의 원조 격인 솔로몬 R. 구겐하임. 사실 이 세 군데를 건성건성으로나마 둘러보지 못한다면 뉴욕은 반만 보는 셈이 될 만큼, 그 안의 컬렉션은 인류사의 보석들이라 할 만하다. 미국의 힘, 아니 자본의 힘이라고나 할까. 세계의 명작들을 참 많이도 끌어모았구나 싶다. 신호등에서 메트의 계단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며 저 건물이 바로 뉴욕의 가벼움과 즉물성을 견인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만 많은 도시가 아니라 최고의 예술과 문화를 거느리고 있는 도시라는 명성을 낳게 하는 것이다.

구겐하임의 둥근 벽을 감아 돌 때는, 바로 이곳이었지 싶다. 1959년 이제는 까마득한 그 옛날에 화가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던 곳.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평면의 벽을 화가들에게 헌정하는 대신 둥글게 감아올림으로써 건축가의 독재에 불을 댕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건축가의 폭주가 시작됐고 미술관은 결국 건축가의 이름으로 남겨지게 된다.

빌바오는 해체주의 프랭크 게리의 이름으로, 퐁피두는 렌초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의 이름으로, 그리고 서울대 미술관은 렘 콜하스의 이름으로. 제아무리 미술사의 빛나는 별들이라 할지라도 순한 양이 돼 그들이 만든 공간 안에, 때로는 무덤 속의 부장품처럼 얌전히 놓여야 한다. 건축가의 상상력이 파격적일수록 세상은 열광하지만 거기 내걸린 작품들이 마냥 다 행복해하지는 않을 것 같다. 모네의 수련은 안도 다다오의 나오시마 지하미술관 깊숙하게 하관(下棺)하듯 내려가야 했고, 기 센 피카소도 별수 없이 화력발전소 굴뚝이 솟아 있는 테이트모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뿐인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드가의 무희들마저 퐁피두에 내걸릴 때는 그 차고 날카로운 파이프의 금속성을 견뎌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과 작품은 지상의 꽃이다. 그들의 상상력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세상에 불을 지른다. 바쁘고 고달픈 여정에서도 그곳이 우리가 들르고 가야 할 길목이 되는 이유다.

화가·서울대 명예교수

■ 메트로폴리탄, 시대 망라 박물관급…휘트니, 미국작가 작품 특화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구겐하임, 뉴욕현대미술관, 시립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노이에갤러리, 프릭컬렉션, 더모건라이브러리앤드뮤지엄, 루빈미술관, 뉴뮤지엄, 클로이스터스…….

그 밖에 이사무노구치미술관 등 수많은 개인 미술관을 포함한 뉴욕은 미술관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미술관이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처럼 시대를 망라한 박물관 성격의 미술관이 있는가 하면 휘트니미술관처럼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술관도 있다.

기부금 입장이 많고 전시 외 세미나와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도 자주 활용된다. 미술관마다 아트숍, 레스토랑, 서점 등을 함께 거느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뉴욕의 미술관들은 보고 먹고 만나는 장소로도 익숙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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