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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21일(木)
영화를 보면… 法의 이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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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편의 잘 만든 영화는 사람들의 인식의 폭을 넓혀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게 한다. 사진은 악과 정의의 문제를 다룬 영화 ‘조커’의 한 장면. 자료사진

- 법의 이유 홍성수 지음 / 아르테

국민참여재판 다룬 ‘소수의견’
법정서의 정의 실현 문제 조명

日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형사절차의 교과서로 불릴 만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 등선
법에 따른 ‘노동권 보장’ 다뤄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사람들은 ‘기생충’이 보여준 양극화에 분노하고, ‘조커’의 화려한(?) 변신에 감정이입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은 사람들의 인식의 폭을 넓히고 종종 사회의 품위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혹은 커다란 창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이 칼이 될 때’(2018, 어크로스)로 혐오표현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홍성수 교수는 ‘법의 이유’에서 영화가 “민주시민에게 필요한 법의 이념과 정신을 쉽고 알차게” 전달하는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규정한다. 법은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며, 영화는 그 울타리를 넘나들며 사회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영화 ‘소수의견’은 “법정에서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의 문제”를 살필 수 있는 작품이다. 2009년 용산참사를 배경으로 다룬 이 작품의 시선은, 제목 그대로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소수자의 편”에 서 있다. 소수자의 편 중심에 ‘국민참여재판’이 있다. 2008년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직접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제도”로, 배심원들이 법정 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에 대해서도 토의한다. 재판부는 이를 참고해 최종 판결을 선고한다. 배심원의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가질 뿐, 그 자체로 재판부의 판결로 귀결되지 않는다. ‘소수의견’에서도 배심원들은 “정당방위 성립을 인정해 무죄 평결”을 하지만,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한다. 현실에서 보듯 “법이 정의를 실현하는 데에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법정이 “정의를 실현하는 상당히 유용한 공간”이라며 “그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한다.

대개의 국민은 법 없이 살 수 있지만, 혹시라도 모른 ‘형사 절차’에 들어갈 때 참고할 만한 내용도 있다. 저자는 ‘3장 국가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에서 “형사 절차의 교과서” 같은 일본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를 한 번쯤 봐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주인공 뎃페이는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심으로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선다. 이 모든 과정에서 뎃페이는 “국가권력이 무고한 시민 한 명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는 세간의 말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시민은 ‘함부로 잡혀가지 않을 권리’가 있음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시민들을 잡아 가두는 공권력이 횡행한다. 저자는 ‘영장주의’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미란다 원칙’ ‘진술거부권’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국가가 괴물이 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건 결국 시민들의 힘이라고 애써 강조한다.

‘10장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에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청일전자 미쓰리’ ‘미생’ 등 다양한 TV 드라마와 ‘또 하나의 약속’ ‘파업전야’ ‘카트’ 등의 영화가 예시로 사용된다. 먼저 저자는 “부지런히 일을 한다”는 의미의 근로자(勤勞者)가 아닌 “사람의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라는 의미를 지닌 노동자(勞動者)가 더 적절한 용어라고 말한다. 노동을 다룬 거의 모든 드라마와 영화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등장하는데,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 숨길 수 없는 치부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결국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결합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노동자들이 대등하게 사용자와 협상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파업이 남용되면 사용자가 회사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지 않느냐 걱정하는 목소리가 온 매스컴에 도배되지만, 우리 법이 그리 서툴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노동조합법에 파업이 남용되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들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파업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만 시민들도 그 정당성을 인정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법의 이유’는 이 외에도 장애인의 권리와 법, 민사소송법, 편견과 혐오표현 등 실생활과 직결된 법 이야기는 물론 역사부정죄, 사형제도 등 보다 큰 사회적 맥락의 법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호시탐탐 공권력을 남용하려는 국가에 맞서 저항하고, 감시하면서 정당한 시민의 권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진정한 시민이 되는 방법에 다름 아니다.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창구는 영화뿐 아니라 인생 도처에 놓여 있다. 292쪽, 1만7000원.

장동석·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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