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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홍콩 대혼란’ 현장을 가다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21일(木)
좌절·불안에 떠는 홍콩…英에 “거주권 달라” 청원 10만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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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대 집결했던 세력 와해
“24일 선거로 심판을” 의견속
선거 공정성에 회의론도 퍼져
해외이민 고민하는 시민 급증

체포된 1000여명중 242명은
형사법원 6곳서 첫 심리 받아


약 5개월간 이어지던 홍콩 민주화 시위의 동력이 급속하게 떨어진 뒤 외국으로 ‘엑소더스’를 모색하는 홍콩 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던 홍콩이공대 민주화 시위 집결세력이 와해되면서 무기력감에 빠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4일 예정된 홍콩 구의회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많은 사람이 홍콩을 등지는 선택지를 고민하는 이유다. 경찰은 21일 홍콩이공대 ‘정리 작전’에 들어갔다.

◇10만 명이 영국 시민권 복원 탄원=지난 19일 새벽 홍콩 민주화 시위의 ‘최후 보루’로 여겨졌던 홍콩이공대에서 경찰의 추적을 피해 빠져나온 22세 대학생은 “몸이 좋아지는 대로 홍콩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홍콩을 바꾸지 못했다는 절망감과 실질적 자유를 제한받을 수 있다는 상실감 등으로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몽콕(旺角), 침사추이(尖沙嘴) 등지의 반정부 시위에 참가해 왔던 28세 여성도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쟁취되지 못한다면 결국 영국으로의 이민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결혼을 앞두고 직장을 그만뒀다는 이 여성은 “예비 남편이 영국 시민권자”라며 “예비 시부모님이나 우리 부모님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정부 및 의회의 청원란에는 홍콩에 거주하는 영국 해외시민(BNO) 여권 소지자에게 완전한 시민권을 보장해 달라는 청원에 1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이전에 약 300만 명의 홍콩 주민이 영국에서 거주할 권리까지 보장받는 영국부속영토시민(BDTC)용 여권을 소지했다. 이후에는 무비자로 영국 방문이 가능하다고 해도 거주나 노동의 권리는 제한된 BNO 여권으로 대체됐다. 이에 대해 영국 거주권을 다시 보장해 달라는 청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에는 수백 명이 주홍콩 영국 총영사관에서 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BNO 여권을 보유하고 있는 홍콩 시민은 약 17만 명이다. 시민권 복원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BNO 여권 발급을 원하는 홍콩 시민의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BNO 여권을 보유하고 있거나, 신청 자격을 갖춘 시민은 3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정부는 “이는 1984년 체결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청원에 거부 입장을 밝혔다.

◇구 의회선거도 절망적=오는 24일 열리는 홍콩 구의회 선거를 통해 판을 바꾸자는 의견도 있지만 공정 선거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어 홍콩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20일 홍콩반부패감시단체에 따르면 지금까지 201건의 선거부정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날 카렌 황 홍콩 반부패독립위원회(ICAC) 커뮤니티 릴레이션 오피서는 지금까지 “선거 후보자나 예비 후보자 등에게 물리력이나 협박을 행사한 사건이 67건이나 되며, 이는 과거 선거 때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보호시설의 노인들이 사전선거를 위해 투표소로 이동할 때 누구를 찍어야 할지 적힌 종이를 갖고 들어가거나 투표할 후보자들의 번호가 인쇄된 종이를 들고 가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홍콩자유언론(HKFP)은 이들이 가진 종이 등이 대부분 친중파 후보에 투표할 것을 명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홍콩은 410만 유권자가 등록돼 있는데 30% 이상이 61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돼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선거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지만 이마저도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바나바스 퐁 홍콩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선거 당일 유권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경우 1시간 30분가량 투표시간을 연장할 수 있고, 그 이상 지체될 경우 12월 1일까지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퐁 위원은 이전까지 홍콩중문대와 홍콩이공대 인근 홍콩전상학원에 배치됐던 투표소를 다른 곳으로 바꿀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홍콩이공대 검거 마무리 수순=홍콩이공대와 인근 지역에서 체포된 242명은 21일 형사법원 6곳에 출석해 심리를 받았다. 기소된 사람 대부분은 학생이며 나머지는 연구원과 교사, 판매원, 식당 종업원, 사업가 등이었다. 검찰은 시위대의 보석에 반대하진 않았으나 시위대가 홍콩 내 주소지에 남아 있고 시위 장소 인근에 가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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