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책 실패로 집값 올려놓더니 이번엔 ‘종부세 폭탄’

국세청이 20일 9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 및 다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일제히 발송했다. 최고세율을 작년의 2%에서 3.2%로 대폭 상향 조정한 데다, 공정시장가액 비율까지 높이는 등 지난 9·13 부동산대책에서 강화된 세금이 처음으로 부과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금 부담이 지난해보다 최대 3배까지 늘어난다. 정부로서는 종부세 수입이 1년 만에 50%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종부세 규모가 갑자기 커진 배경에는 이런 세율 조정만 있는 게 아니다. 납세자들을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이번 ‘종부세 폭탄’이 문재인 정부의 참담한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 정부가 지난 2년여 동안 무려 17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서울 집값은 22주 연속 상승세다. 서울 강남에서는 3.3㎡당 1억 원을 넘어선 아파트가 나타나는 등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 정부의 집권 기간만 계산해도 서울 부동산값 상승률은 15.7%로 같은 기간 박근혜 정부의 2.6%, 이명박 정부의 5.4%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이런 바람에 웬만하면 집 한 채가 종부세 부과 기준인 9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집 하나 갖고 있는 보통 직장인과 은퇴자도 종부세를 내게 됐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온갖 부동산 대책이 실패로 끝나자 정부는 갈수록 센 종부세 폭탄을 터뜨릴 태세다. 잘못된 판단이다. 부동산 시세가 오르는 지역의 고가 주택 소유자들이야 종부세 몇천만 원쯤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집값 폭등에다 과표 인상 덤터기까지 쓰게 된 중산층으로서는 원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누가 집값 올려 달라고 했던가. 종부세 도입 취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자는 것이었다. 정작 투기꾼은 집값이 왕창 오르니 상관없고, 일반 국민의 주거 안정만 해치게 됐다. 현 정부의 종부세 폭탄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 조세 징벌일 뿐이다.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