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심하게 타나 했는데… ‘계절성 우울증’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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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바람 불면 찾아오는 ‘감정 기복’ 원인과 치료

과다수면·무기력 심해지고
잦은 과식·체중 불면 의심

생체리듬 조절하는 멜라토닌
일조량 줄며 분비 늘어나 발생

매일 30분정도 햇볕 쬐거나
실내光·수면박탈요법도 도움
한달이상 지속땐 병원 찾아야

짧은 가을이 깊어가면서 겨울을 목전에 두고 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해가 가는 느낌이 들고 후회할 일들로 만감이 교차할 때, 찬바람이 한차례 지나간다. 이맘때면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이런저런 생각에 우울감을 느끼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거나 남들보다 유독 오래 간다면 병원 방문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계절성 정동장애’로 인한 우울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중 우울증으로 국내 병원을 찾은 환자는 90만2100명에 달한다. 봄(88만933명)이나 겨울(83만3941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에 더해 계절 변화에 따른 정서 반응이 심하게 나타나는 계절성 정동장애 환자도 발생하는 탓이다. 계절성 정동장애란 우울증뿐만 아니라 기분이 들뜨는 조증 등 기분 변화가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말은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우울증이 계절적 영향을 받아 주기적으로 나타날 때에 한해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불면, 식욕저하, 체중감소 증상을 보이지만 계절성 우울증에서는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자는 과다수면이 나타나고 무기력증이 심해진다. 또한 탄수화물 섭취가 증가하고 과식을 해 체중이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이런 증상이 생기는 것은 몸속 호르몬 때문이다. 일조량이 갑자기 변하면서 수면 주기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조절에 문제가 생긴다. 멜라토닌 호르몬은 해가 지면 분비가 늘어나 잠 호르몬으로도 불리는데, 가을철에 해가 짧아지면서 이 호르몬의 분비가 평소보다 늘어나는 것이다.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늘면 몸과 마음에 진정작용을 하면서 기분이 가라앉게 된다. 잠이 쏟아지고 우울감도 늘어난다.

계절성 우울증을 치료하려면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이 좋다. 매일 30분 정도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뇌 속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돼 계절성 우울증을 막는 데 도움된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조절해 안정감을 느끼게 하며,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또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전구물질(어떤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재료가 되는 물질)인 트립토판이 형성된다. 즉, 해가 기울기 전에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면서 산책이나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늘어 우울감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계절성 우울증이 심한 사람 중에는 환경 변화에 반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아 별도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평소 햇볕을 충분히 쬐지 못하는 사람은 광치료(light therapy)가 도움이 된다. 일정 시간 기계를 통해 빛을 쬐는 치료법이다. 실내광보다 20배 밝지만, 자외선이 차단된 빛을 내는 기계 앞에서 매일 아침 20∼60분 정도 빛을 쬐는 방식이다. 수면 시간을 제한하는 수면박탈 치료는 우울증 때문에 망가진 수면 사이클을 정상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

계절성 우울증이 의심된다고 모두 치료받아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일조량에 따른 호르몬 분비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누구에게나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햇볕을 충분히 쬐는 등 관리를 한 이후에도 이런 기분 변화와 무기력한 상태가 1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우울증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 중 일부는 조울증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더욱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우울증 상태에서 우울증 치료제를 사용하면 조증으로 전환되거나, 오히려 충동적으로 자살 등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