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愛올래>생강 찹쌀도넛·한과…고사리손들의 ‘달콤한 체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서두마을 서두교회에서 어린이들이 생강 찹쌀도넛 만들기 체험을 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김낙중 기자

전북 완주 봉동 서두마을

반죽 이리저리 굴리니
갖가지 도넛 모양 ‘척척’
튀겨 내놓자 금방 동나

생강청에 담근 유과
잠시 식힌 뒤에
고물 묻히는 것도 재미

郡, 참가비용 50% 지원
주민 140명 작은 마을에
입소문 타고 탐방객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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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쫀득쫀득해요.” “매울까, 안 매울까!”

지난 15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서두마을 서두교회. 50여 명의 아이와 지도 교사들이 생강을 섞어 만든 ‘찹쌀도넛 만들기 체험’에 흠뻑 빠져 있었다. 충남 논산에서 차로 30여 분을 달려온 리벤하임몬테소리 어린이집 단체 체험단이다. 4~7세의 어린아이들로 구성된 체험단이다 보니 “까르르 까르르” 웃음이 여기저기서 끊이질 않았다. 찹쌀도넛 만들기 프로그램 진행자인 박미선(41) 사무장은 매일같이 체험 교실을 운영해온 숙련된 솜씨를 발휘하며 아이들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었다. 손뼉 몇 번에 아이들을 집중시킨 그는 “여기 서두마을에서 생산되는 생강은 맵지 않아요. 어린이 여러분이 먹을 수 있게 아주 달고 맛있어요. 감기도 예방해줘요. 다 같이 안전하게 만들어서 맛있게 먹어 볼까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예!”라고 소리를 지르며 금세 반죽 삼매경에 빠졌다.

6명씩 짝을 맞춰 8개 테이블에 나눠 앉은 꼬마 요리사들은 두건과 앞치마를 맞춰 입고 고사리손으로 반죽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렸다. 한 남자아이는 “슬라임(말랑말랑한 질감의 장난감) 같다”고 했다. 어린아이들이라 집중이 쉽지 않을 텐데도 사무장과 교사의 지도에 따라 작은 완두콩 모양부터 제 손바닥만 한 별까지 갖가지 모양의 도넛을 척척 만들었다.

30여 분간의 반죽을 끝내고 10여 분 뒤 갓 튀겨진 생강 찹쌀도넛이 테이블마다 전달되자,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아이들 입 크기에 맞게 4등분 된 도넛은 5분도 채 안 돼 금방 동났다. 생강 찹쌀도넛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생강 향이 은은하게 덧입혀져 도넛 특유의 기름진 맛을 잡았다. 김지민(6) 양은 “3개 먹었는데 더 먹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단체 체험교실은 점심 후 전통 한과 체험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유과를 집게로 집어 미지근한 생강청에 담갔다가 잠시 식힌 후 고물을 묻히는 과정을 곧잘 따라 했다.

지도 교사가 “다 끝내고 다 같이 먹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한과와 찹쌀 튀밥(고물)을 몰래 입에 넣기 바빴다. 박 사무장은 한 테이블을 가리키며 “10개 넘게 담긴 한과를 세 접시나 줬는데 금세 싹싹 비우네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린이집 김상미(58) 원장은 “어린이집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듯하다”며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맛으로 즐기는 등 오감 체험이 가능한 데다가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논산 근교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없는데 비교적 가까운 봉동읍에서 체험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완주군이 농촌 체험 행사에 참가 시 50%의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두마을의 찹쌀도넛·한과 체험 프로그램은 운영된 지 2년쯤 됐다. 전체 인구가 14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 마을이었으나 봉동읍의 특산물인 생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박 사무장의 제안에 뜻있는 마을 어르신들이 의기투합해 추진됐다. 생강을 찾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토종 씨앗으로 생산한 토종 생강의 장점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였다. 처음엔 여기저기 연락해 단체를 모아야 했지만, 이제는 입소문이 나 1~2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완주=곽선미 기자 gs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