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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22일(金)
‘동백꽃’ 손담비 “음반 미루면서까지 하고 싶은 연기였죠”
“‘연기자 손담비’ 계기 된 것 같아 뿌듯해요”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손담비 [키이스트 제공]

“향미, 이 역할 놓쳤으면요? 아유, 진짜 생각도 하기 싫어요(웃음).”

가수 겸 배우 손담비(36)는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에서 자신이 연기한 향미 캐릭터를 ‘흔치 않은 기회’라고 표현했다. 극 중 향미는 술집 ‘물망초’ 마담의 딸로 태어나 이민 간 동생 뒷바라지에 헌신하지만, 가족에 외면당하고 끝내 죽임까지 당한 비운의 인물이다.

최근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손담비는 “원래 음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향미 캐릭터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음반을 나중으로 미뤘다”고 고백했다.

“향미가 너무 매력이 있었어요. 놓치고 싶지 않았죠.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아요. 왜 조연에 가까운 향미를, 그렇게 (음반을) 포기까지 하면서 선택했느냐고요. 제겐 캐릭터가 주는 의미가 중요해서 향미는 저만 연기를 잘하면 되겠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향미를 선택했어요.”

립스틱이 묻을까 봐 맥주잔에 입술을 대지 않고 술을 마신다는 설정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꼼꼼한 임상춘 작가의 대본은 손담비의 연기와 만나 매력이 배가 됐다. 손담비는 향미 캐릭터에 맞춰 푸석푸석한 머리를 만들기 위해 탈색을 한 뒤 뿌리염색을 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

네일도 일부러 벗겨진 채로 뒀고, 옷도 튀는 색 위주로 촌스러운 것만 골라 입었다.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했다지만, 손담비는 “이왕 가는 거 확실하게 가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선택했다”고 밝혔다. 독특한 말투와 눈빛까지 더해져 향미는 그저 그런 조연, 그 이상이었다.

“향미가 ‘맹’하면서 말도 느릿느릿하고, 사람을 바라보면서 바라보지 않는 듯하게 말하잖아요. 전 원래 성격이 급해서 말을 빠르게 해요. (연기할 땐) 느리게 얘기하면서 아무런 표정도 없어야 하는 것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대본 연습을 엄청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도 상의를 많이 했고요.”

대중에 손담비는 ‘미쳤어’나 ‘토요일 밤에’ 등 히트곡을 발표한 댄스 가수로 기억된다.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위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던 이미지와 옹산 카멜리아 술집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향미의 이미지는 너무나 다르다.

▲  ‘동백꽃 필 무렵’의 손담비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댄스 가수 시절의 저랑 향미는 엄청나게 떨어져 있죠. 사실 연기로도 이런 역할은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되게 생소했죠. 대신 그만큼 재미가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촌스럽게 잘 나올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연구하다 보니까 항상 재밌었던 것 같아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서 더 흥미를 갖고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종영 후 그는 향미를 떠나보내며 “애착이 안 생길 수가 없는 인물”이라며 “그동안 노력한 게 생각이 많이 났고, 연민도 생기더라”라고 돌아봤다. 특히 감정적으로 동요가 많이 된 장면으로는 마지막 스쿠터를 탈 때를 꼽았다.

‘동백꽃 필 무렵’은 모성에 관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정숙(이정은 분)과 동백(공효진), 동백과 필구(김강훈), 곽덕순(고두심)과 황용식(강하늘)…. 옹산 마을 주민들 사이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엄마와 아들딸 사이는 유독 눈물샘을 자극한다. 손담비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고 고백했다.

“정숙이 동백을 위해 하나 해주고 간다는 게 생명보험이었잖아요. 정숙처럼 ‘엄마는 왜 항상 희생할 수밖에 없는가’ 이 주제 때문에 엄마를 많이 떠올리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엄마한테 더 잘하겠다고 문자도 보냈어요. 엄마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런 것들이 와닿으니까 울컥하고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향미로 ‘인생 캐릭터’를 만난 손담비는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활발한 배우 활동을 예고했다. 그렇게 연기 욕심 많은 그에게도 연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있었다.

“2∼3년 공백기가 있었을 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죠. 그냥 가수 계속해야 하나…. 그래도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맞는 캐릭터를 못 만났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버텼어요. 가수 하기 전부터 연기는 가슴에 담아왔던 꿈이에요.”

손담비는 ‘동백꽃 필 무렵’을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은 작품으로 꼽았다.

“대중에게 연기하는 손담비로 비친 것 같아요. 이제 혼선은 없으실 것 같고요(웃음). 가수 손담비는 잠시 잊고 연기자 손담비로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그것 하나만으로도 큰 걸 얻었습니다. 그에 힘입어서 다음 작품에선 정말 더 좋은 모습으로 나타날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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