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ence >거짓은 빛을 속일 수 없다… 편광 따라 정보 바뀌는 3차원 홀로그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광학기술 기반 고차원 위조방지 기술

2개 레이저광선 위상差 통해
간섭무늬 만드는 게 홀로그램
지폐·신용카드 확인 등에 활용

서울대 공대 이신두 교수팀
위조방지 컬러QR코드 개발
눈으로 정보 인식 쉽게 되고
선택적 추출까지 가능해져
제작비 저렴…활용 무궁무진

빛은 색을 만든다. 태양광 등 가시광선이 프리즘을 통과해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가지 무지개색으로 분해되는 것은 파장의 길이 차이에 따른 현상이다. 투과·반사·굴절·산란·회절·간섭 같은 빛의 성질도 서로 다른 색을 만드는 원인이다. 구조색(構造色·structural color)은 색소에 의해 발현되는 색깔이 아니라, 물체의 표면 구조 때문에 나타나는 색을 말한다. 공작새나 모포 나비의 날개 색깔은 표면의 미세한 구조 차이로 인해 빛이 상호 간섭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빛은 거짓을 밝힌다. 인간은 빛이 만드는 색을 암호 제작과 해독에 사용해왔다. 광(光) 정보 보안 기술은 지폐, 신용카드 등의 위조방지에 널리 쓰인다. 홀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홀로그래피의 원리는 레이저 광선을 2개로 나눠 하나는 직접 스크린을 비추고, 다른 하나는 보려는 물체에 비추는 것이다. 직접 스크린을 비추는 빛을 ‘기준광’(reference beam), 물체를 비추는 빛을 ‘물체광’(object beam)이라 한다. 물체광은 울퉁불퉁한 물체 표면에 반사되면서 스크린까지의 거리(위상차)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이때 변형되지 않은 기준광이 물체광과 간섭을 일으키며 그 간섭무늬가 스크린에 저장된다. 이 간섭무늬가 저장된 필름을 홀로그램이라고 한다. 저장된 영상을 다시 재현하려면 기록할 때 사용된 광선을 다시 스크린에 쏘아야 한다. 재생 광선은 기록 광선과 같은 진동수를 가진 파동만이 3차원으로 재현되고, 파장과 위상이 다른 파들은 그냥 저장된 홀로그램을 통과해 버리기 때문에 기록 시 사용된 기준광과 반드시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서울대 공대의 이신두 교수팀이 광학 기반의 새로운 고차원 위조방지 기술 및 광 정보 보안 저장 매체를 개발했고, 세계적 학술지 ‘옵틱스 익스프레스(Optics Express)’에 편집장 선정 논문으로 게재됐다. 빛의 방향에 따라 저장 정보의 색상이 달라지는 컬러 QR 코드도 개발 가능하게 됐다. 이신두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액정성(液晶性) 고분자를 사용한 비등방형(非等方型·anisotropy) 광 공진기(共振器) 구조를 기반으로 위조방지 기술과 저장 매체를 개발하고 그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단순한 2차원 QR 코드를 넘어 빛의 편광(偏光) 방향에 따라 다른 광 정보를 인식하는 3차원 홀로그램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의를 갖는다. 지금까지의 광학 기반 광 정보 위조 방지 기술과 저장 매체 제작 기술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미세공정을 거쳐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 교수팀의 광 정보 저장 매체는 미세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넓은 면적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

액정성 고분자의 배열과 빛의 편광성에 따라 광 정보가 저장, 추출, 인식되기 때문에 복제도 대단히 어렵다. 게다가 광 공진기 내 고분자 배열 방향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컬러 QR 코드나 컬러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다. 저장된 정보는 맨눈으로도 인식할 수 있으며, 빛의 편광에 따라 선택적인 정보 추출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연구 성과에 대해 “CD 같은 기존의 고용량 광 정보 저장 매체는 물론, QR코드나 RFID 카드 등에서도 높은 수준의 보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을 이용하면 싼 비용에 다중의 광 정보 저장 매체 제작이 가능해 위조방지와 보안 측면에서 큰 잠재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의 이신두 교수, 이인호 박사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서울대 정보기술사업단 BK21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의 이병호 교수와 미국 미네소타대 전기공학과의 오상현 교수가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 용어설명

광 공진기(optical resonator) : 레이저 발진이나 공진을 일으키기 위해 사용되는 공학 소자. 이 중 반사율이 큰 두 장의 거울을 서로 마주 보게 한 구조를 파브리 페로(Fabry-Perot) 공진기라고 부른다. 광 공진기는 입사하는 빛의 파장 중 공진 혹은 공명 파장에 해당하는 빛만을 투과한다.

빛의 편광(light polarization) : 빛은 전자기 파동으로서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수직으로 진동하면서 전파되는 횡파의 일종이다. 이때 전기장이 진동하는 방향을 편광 방향이라고 하고, 편광판은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만 통과시키게 된다.

홀로그램(hologram) : 두 개의 레이저 광선이 만나 생기는 빛의 간섭무늬를 이용해 필름이나 감광 건판 등 기록 매체에 3차원 이미지를 기록한 것. 빛의 간섭성을 이용해 3차원 이미지 재현이 가능하며, 어떤 각도에서든 완전한 3차원 영상을 볼 수 있는 점이 특징.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 : 신호를 여러 주파수 성분으로 분해해 어느 주파수 성분이 얼마만큼 포함돼 있는지를 분석하는 수학적 방법.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