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신변비관 메모’ 발견… 또 악플·루머에 무너진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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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자택서 극단적 선택
인기유지 불안감도 요인 꼽혀

경찰 “구씨 부검계획 없다”

24일 숨진 가수 구하라가 앞서 세상을 떠난 설리와 함께 루머와 악플 등에 대한 스트레스로 장기간 우울증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져 극단적 선택에까지 이를 수도 있는 아이돌 가수들의 내적 고통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앞서 세상을 떠난 설리, 종현 등도 우울증을 호소해온 터라 가치관이 정립되기 전인 10대부터 활동을 시작하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돌 가수들의 정서 관리 필요성도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구하라의 사망은 극단적 선택으로 볼 수 있는 사망 현장, 타살 혐의점이 없는 점 등을 바탕으로 스스로 자살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특히 현장 거실 탁자에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짧은 자필 메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계획은 아직 없다”며 “유족 의견과 현장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검찰과 협의해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하라는 24일 자정 12시 35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같은 날 오후 6시 10분쯤 가사도우미에 의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가사도우미는 구 씨를 발견하고 소방당국에 신고했으며, 경찰 역시 소방 측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고 출동해 현장 감식 등 조사에 나섰다.

연예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하라는 지난해 9월 헤어진 연인과 폭행 및 협박,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루머 등을 이유로 법적 공방을 이어오면서 고통을 호소해 심리 치료를 받아왔다. 활동을 재개하며 증상이 다소 완화됐지만 지난 10월 절친한 동료였던 설리의 비보를 접한 후 더욱 힘겨워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구하라·설리와 친분이 깊은 연예인 A 씨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구하라와 설리는 함께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서로에게 기대고 챙겨왔다”며 “갑자기 설리가 떠난 후 구하라의 우울증이 더 심해져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구하라는 5월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매니저에게 발견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건강을 회복한 후 “이제부터는 든든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이겠다”며 올해 6월 일본 프로덕션과 전속 계약을 맺은 후 현지에서 활동해왔다. 지난 13일 새 앨범을 발표한 후 불과 닷새 전인 19일 도쿄에서 공연을 마치고 입국했기 때문에 이번 소식은 그의 행보를 지켜보던 팬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줬다. 구하라에 앞서 세상을 떠난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 설리 모두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적잖은 부를 쌓았다. 그런 그들이 20대 젊은 나이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배경에는 외부적 요인 못지않게 심각한 심적 고통이 도사리고 있다. 인격 모독적인 악성 댓글이 가장 큰 폐해로 지목되고 있지만 인기 유지에 대한 불안감, 폐쇄적 인간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 가족 부양의 부담 등 평범한 또래들이 느끼지 못하는 요소가 적잖다.

연예계에는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KBS 2TV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제작발표회가 취소되고, 배우 이승기·공효진의 인터뷰는 게재 시기를 27일 이후로 미뤘다.

안진용·송유근·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