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훈련소에서 처음 받은 아버지 편지… 이젠 꿈속 전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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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1943~2019)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나는, 어떤 중요하고 급한 일로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렴풋하지만 그 일은 아마도 학교와 관련된 일이었으며, 내가 기다리던 전화의 주인공도 동료 교사였던 것 같습니다. 기다리던 전화벨이 울렸고, 저는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아닌, 웃음이 묻어있는 “진∼봉아!”라는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렸습니다. 그 뒤의 다른 말씀은 없었지만, 단번에 그 목소리가 아버지의 목소리임을 알았고, 내가 기다렸던 전화는 아니었지만 내 이름을 부르는 아버지 음성에 곧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아버지가 전화하셨네! 평상시 전화 잘 안 하시는데 왜 전화하셨지?” 그러나 잠시 후, “어…어…아버지는…안 계시는데! 이제 이 세상에 안 계시는데!”라는 혼잣말을 했습니다. 꿈속에서….

나의 아버지는 지난 1월 어느 날 밤, 고향 집에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고, 마지막 말씀도 듣지 못한 채 아버지를 보냈기에 슬픔과 허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던 꿈에서 깨자마자 나는 기시감과 함께 침대에 앉아 옛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갓 입대한 신병교육대에서의 일입니다. 훈련을 받은 지 1주일 정도 지나서, 강원도 전방에서 ‘빡세게’ 훈련을 받고 있노라고 고향 집 부모님, 대학 동기, 고등학교 때 친구, 교회 친구들에게 첫 편지를 보냈습니다. 군사우편으로 내 편지가 가고 다시 답장이 오는 시간을 1주일 정도라 생각했기에, 첫 편지를 보낸 1주일 후부터는 편지를 받을 생각에 힘든 훈련도 참을 만했습니다.

“누가 먼저 답장을 썼을까? 대학 동기? 잘 따르던 후배? 교회 친구?”

군대 오기 전 인간관계도 나쁘지 않았고, 입대를 위한 송별회 때에도 모두 답장과 면회를 자주 하겠다고 약속했기에, 쏟아지는 답장 편지에 기대도 되었고 나와의 친밀도를 시험해볼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보았습니다. 드디어 9일째 되던 날, 훈련병들에게 온 편지를 나누어주던 우리 내무실 담당 조교가 나의 이름을 불렀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관등성명을 대며 내게 온 첫 편지를 받았습니다.

‘보내는 이? 이종성.’

나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가난으로 학교 교육의 배움이 짧으셨던 아버지셨기에, 내가 자라는 동안 아버지가 편지를 쓰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보았기에 아버지가 내게 편지를, 그것도 훈련소에서 받게 될 첫 편지를 쓰셨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평상시 말씀은 많지 않으셨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셨고, 늘 나를 믿고 온화함으로 격려해주셨던 아버지는 내가 쓴 첫 편지를 받자마자 바로 편지지와 봉투를 사서 답장을 쓰셨던 것 같습니다. 편지에서 아버지는 군대에 있는 작은 아들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 하지만 동시에 나를 믿고 있음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날 밤, 나는 부끄러움과 죄송스러움과 감사함에 잠이 들 때까지 펑펑 울었습니다. 아직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단 한마디, 새벽에 나의 이름을 불러주신 아버지의 꿈속 전화를 받았던 오늘 하루 종일 아버지를, 아버지가 내게 전화해 이름을 불러주셨던 이유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혹시,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요즘 나의 생활을 보시며 “쉬엄쉬엄 살아! 결국에는 다 잘 될 거야”라고 말씀하시고 싶었던 건 아닐까? 당신께서 돌아가시기 전 못한 말을 이렇게나마 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전화를 받은 오늘, 무척이나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아버지, 꿈속에서라도 전화 종종 주세요!

아들 이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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