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안포 사격’ 석연찮은 軍대응에 의문 확산

軍 인지여부·은폐의혹 불거져
北의 합의위반도 뒤늦게 확인
北 도발일 선택배경 등도 의문

지난 23일 오전 북한의 서부접경지 창린도 ‘해안포 도발’과 군의 대응을 둘러싸고 의문이 확산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남북군사합의에서 약속한 완충 구역에서 도발을 감행한 이유, 이 과정에서 군의 도발 인지 여부와 더불어 축소·은폐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첫째 의혹은 우리 군이 북한의 해안포 사격을 인지하고 은폐했는지 여부다. 군 소식통은 26일 “김 위원장의 동선과 포 사격 동향 파악 과정에서 포착된 특수정보(SI) 보안을 우려해 대북 정보를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군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 동선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북한의 통신정보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KS-12 85㎜, 또는 76.2㎜ 해안포의 궤적은 연평도에 배치된 대포병레이더 ‘아서’로 추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군이 북한의 해안포 사격을 정확히 인지했다기보다 23일 오전 발사음 정도만 파악한 뒤 2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후 추가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왜 국방부가 북한 보도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 사실을 발표했느냐다.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 정상회의 때문에 당초 이 사실을 숨기려 했다가 북한이 발표하자 뒤늦게 부랴부랴 위반 사실을 공개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추가로 발사 장면 등을 공개할 경우를 대비해 급하게 서둘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셋째는 김 위원장이 이 시점에 남북군사합의를 왜 대놓고 위반했느냐다. 2010년 11·23 연평도 포격 사건 9주년을 겨냥했을 것이라는 분석부터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재 뿌리기’라는 관측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이 다양한 접경지역 중에서 왜 하필 창린도를 택했느냐도 관심거리다. 북한은 창린도를 ‘전선(戰線) 섬’이라고 칭하면서 창린도 방어대를 ‘조국의 전초선 섬방어대’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만큼, 연평도 등에 대한 기습 도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