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20년 집권 푸틴… 2024년 퇴임해도 어떤 형태로든 권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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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체제 작가·언론인 가니에바

푸틴,재출마·개헌 가능성 일축
특별기관 세워 실권 행사 예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권력을 잡고 있을 것이라는 데 일말의 의심도 없습니다. (대통령 자리를 측근에 물려줬다 되찾은) 2008년 당시 방법을 사용할지, 새 자리를 만들지는 모르겠습니다.”

러시아 유명작가인 동시에 반체제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알리사 가니에바(여·34·사진)는 지난 19일 모스크바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로 20년째 장기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이 오는 2024년 임기 후에도 어떤 형식으로든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상당수 국민이 푸틴을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푸틴 지지는 정부가 구(舊)소련 붕괴 후 힘들었던 1990년대를 계속 떠올리게 하면서 그가 물러나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9년 남성 필명으로 ‘살람, 달갓’이라는 소설을 발표해 최고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고 2015년 ‘신부와 신랑’으로 러시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한 가니에바는 국내에도 지난 6월 ‘상처받은 영혼들’이라는 작품을 출간했다.

2000년 처음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4년 임기 대통령직을 연임한 뒤 2008년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고 총리로 물러났지만 ‘상왕’ 노릇을 하며 사실상 실권을 유지했다. 대통령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2012년 대통령에 복귀했고 지난해 3월 대선에서 다시 당선됐다. 임기를 마치면 세계 최강국의 하나인 러시아에서 24년간 집권하는 셈이어서 이오시프 스탈린(30년) 이후 최장 집권기록을 쓰게 된다.

기록적 장기집권을 이어온 만큼 벌써 러시아 안팎에서는 ‘포스트 푸틴’ 시대에 대한 논의가 많다. 지난해 당선 직후 쏟아진 질문도 다시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였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웃기는 질문이다. 내가 100살까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며 재출마설을 일축했다. 그는 헌법 개정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2008년 당시 헌법의 3연임 불가 조항을 개정하자는 여당 내 의견을 물리치고 4년 뒤 복귀를 택했다.

푸틴 대통령의 말대로 2024년 이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도 권력을 완전히 내려놓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설 것이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푸틴 대통령 스스로 ‘강한 러시아의 부활’에 대한 열망을 보여온 데다 가장 최근인 2018년 대선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76.7%)을 기록한 만큼 국민 지지가 여전히 탄탄해 어떤 형태로든 권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29년간 장기집권하다 지난 3월 갑자기 대통령직을 물러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78) 전 카자흐스탄 대통령 사례를 주목하는 시각도 많다. 그는 비록 대통령직에서 사임했으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종신 의장을 맡고 집권당인 누르오탄당 당수까지 도맡아 여전히 실권을 휘두르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할 경우 구소련의 영향력 재건을 위해 2015년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출범시킨 푸틴 대통령이 관련 기구를 만들어 역할을 격상시킨 뒤 퇴임 후 자리를 옮겨 현직 때와 다름없는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다.

모스크바=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