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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27일(水)
푸틴 재집권뒤 국방비 2.5배 늘리며 첨단전력 박차… 美패권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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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하는 북극곰’ 러시아

2012년 푸틴이 다시 집권하며
공격적 외교안보 정책 탈바꿈
‘GDP 대비 국방비’ 세계 2위로
푸틴 “2033년까지 군비 현대화
최신무기 비중 70%까지 확대”

트럼프의 新고립주의 파고들며
시리아 등 중동서 조정자 역할
중남미·아프리카로 영향 확대
한반도 상황도 적극 개입 꾀해


지난 23일 러시아 4대 함대의 하나로 동부군관구 산하인 태평양 함대의 모항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중심에 자리 잡은 사령부 건물 앞 해군부두에 고성능 레이더를 장착해 대공·대잠·대함 탐지는 물론, 우주발사체 관측능력까지 갖춘 크릴로프원수호가 길이 211m, 배수량 2만3780t의 선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말임에도 출항 준비를 하는 듯 수병들이 러시아 제국 당시 해군기가 꽂힌 선미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옆에는 대잠 작전능력을 갖춘 배수량 6200t의 우달로이Ⅰ급 구축함 비노그라도프제독호를 비롯해 태평양 함대 산하 군함 여러 척이 나란히 정박해 위용을 과시했다. 동해를 비롯해 오호츠크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태평양 함대는 서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미 해군 7함대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태평양 함대는 구(舊)소련 붕괴 후 한동안 신형 군함 건조·전력화가 중단됐다가 2012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집권 뒤 다시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을 통한 대리통치 기간에는 실용주의 노선을 유지하다 복귀 이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격적 외교·안보정책으로 탈바꿈, 국방비를 대폭 증강했다. 2015년 12월에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채택,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최신 군함, 잠수함을 다수 배치하고 있는 태평양 함대의 세르게이 아바칸츠 사령관은 이미 지난해 12월 군기관지를 통해 대대적인 전략 증강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아바칸츠 사령관은 함대가 크루즈 미사일 호위함 8척, 미사일함 4척 등을 인도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건조된 보레이급 최신 전략 핵잠수함 3척 중 2척이 태평양 함대에 배치됐다. 스텔스 성능을 강화한 신형 디젤 잠수함도 속속 전력화하고 있다.

◇푸틴 이후 첨단 비대칭 전력 집중=푸틴 대통령의 집권 전후 국방예산에서도 차이가 크다. 글로벌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1년 1조5160억 루블(약 27조9399억 원)이었던 러시아 국방예산은 2016년 3조7753억 루블로 5년 만에 149.3% 급증했다. 지난해는 2조8270억 루블로 소폭 감소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3.9%로 미국(3.2%), 한국(2.6%)보다 앞서고 사우디아라비아(8.8%)에 이어 세계 2위에 달할 정도로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엄청난 군비 지출을 감수했던 구소련과 달리 가격 대비 성능과 파괴력 높은 첨단 비대칭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비대칭 전력은 적의 취약점을 노리고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핵·생화학·탄도미사일 등의 대량파괴무기(WMD)와 기습공격이 가능한 비정규군 등을 말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며 2030년대까지 이어질 군비 현대화 프로그램에서 레이저 무기, 극초음속 무기, 전투로봇, 첨단 드론 등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내년부터 2033년까지 주요 과제는 군비의 질적, 양적 특성 강화”라며 “향후 몇 년 동안 러시아군의 최신 무기 비율이 70%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사력 과시를 위한 대규모 군사훈련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시베리아·극동 지역에서 병력 30만 명이 참가해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된 ‘보스토크 2018’ 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도 10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동원한 ‘그롬(우레) 2019’ 훈련이 진행됐다.

▲  지난 23일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가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대공·대잠·대함 탐지능력을 갖춘 2만3780t급 크릴로프사령관호가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깨어나는 북극곰, 세계를 넘보다=대외정책에서도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신고립주의 행보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이 발을 빼고 있는 전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높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2015년 뛰어든 시리아 내전에서의 승전과 최근 터키와 쿠르드족 간 갈등 중재를 통해 미국의 안마당이었던 중동에서 새로운 힘의 ‘조정자’로 떠올랐다. 용병 투입 등 우회적 방식으로 리비아 내전까지 개입하고 나섰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고 있는 베네수엘라, 쿠바 등 중남미 우방국가에 대한 지지·지원은 물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군기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렇듯 구소련 붕괴 이후 사실상 손을 뗐던 아프리카 역시 러시아의 공세적 외교 사정권에 들어왔다. 지난 10월에는 제1회 러·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최근 두드러진 러시아의 팽창적 군사·외교 확장노선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지속된 경제제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 등 악화하는 대미·대유럽 관계에 대한 반발과 함께 국력 신장에 따른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 열망,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제질서 재편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알렉산더 가부예프 카네기모스크바센터 선임연구원은 25일 “강대국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한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위신을 높이는 동시에 강화된 입지를 무기판매, 에너지 시장 영향력 강화 등 경제적 이득으로 바꾸고 미국 중심 세계질서를 다극체제로 바꾸고자 한다”고 진단했다. 대표 관영 매체인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블라디슬라프 프로닌 편집국장은 “서구 언론은 러시아가 나토 영역까지 치고 나오고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구소련이 철수한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에 미군이 들어오는 식으로 미국이 러시아 국경에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군사력 강화는 물론,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한 적극 대응, 다극화 및 다자주의, 에너지 자원의 전략적 이용 등을 내세운 푸틴호 러시아의 최근 공세적 대외정책 기조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부예프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냉전시대 구소련 역할을 할 능력은 없을 수 있지만 한정된 자원을 집중해 무게 이상의 타격을 가하는 능력은 적어도 10년은 지속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 직속 전략구상처의 안톤 모스칼렌코프 국장도 “러시아의 적극적 외교·안보 행보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하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남 전 국립외교원 교수 역시 “러시아는 경제적 손해를 감소하더라도 팽창적 외교·안보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고 강대국의 자존심 회복을 바라는 러시아 국민도 이를 감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반도에도 복잡한 변수로 작용=강대국 노선을 강조하며 미국 중심 국제질서를 견제하고 나선 러시아의 움직임은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에도 복잡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 재집권 후 러시아는 대외적으로는 북한 비핵화 원칙과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WMD 확산 저지 등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경을 맞댄 북한을 미·일 동맹에 맞대응하는 완충지대로 여기는 데다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안보현안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6자회담 개최를 주장하는 등 현 상황에 대한 적극 개입을 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지난 21일 “미국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일이 그런 식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미국 주도의 북한 비핵화 협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 서동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전략적 중간자 입장에서 북한 핵실험은 물론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에 대해 양비론적 입장을 통해 러시아의 존재감과 전략적 운신의 폭을 넓히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러시아 내부에서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모스칼렌코프 국장은 사견을 전제로 “중국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러시아는 30년 전 구소련 시절과 달리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북한 매체들이 오히려 러시아를 비판하는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KPF 디플로마 ‘러시아전문가’ 과정 참여 후 제작됐습니다.
e-mail 김남석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남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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