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꿈속에서도 아른거리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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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1924∼2004)

종갓집 맏며느리로 손이 마를 날이 없으셨던 어머니. 웬 일복(?)이 그리 많으셨는지, 잔가지에 바람 잘 날 없어서인지, 식사조차 제대로 하시지 못할 정도로 바쁘시고 늘 힘드셨지요. 당신의 아픔이 시작되던 날, 바쁜 자식들한테 누가 될까 아픈 내색조차 안 하시며 홀로 끙끙 앓으시면서도 기미가 생긴 저를 오히려 걱정해 주며 토닥거려 주신 어머니.

‘어머니! 아프신 몸을 이끌고 자식들 무탈을 기원하러 절에 불공드리시던 모습, 어머니의 큰 사랑!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국화 향이 은은하다’는 생전의 어머니 말씀이 떠올라 국화꽃을 들고 성묘 가던 날 무덤 위 풀숲 위로 큰 새 한 마리가 맴도는 것을 보며 당신의 큰 아픔보다 자식의 작은 기미를 걱정하셨던 어머니 생각에 이 시를 써서 올려 봅니다.

빈 성묘

명절을 지내고 길 나설 때／ 성치 않으신 몸으로 먼발치에서／ 손 흔드시며 지켜보시던／ 꿈속에서 아른거리는 주름진 얼굴

어머니의 야윈 손 꼭 잡고／ 몇 날 며칠 밤새도록 도란도란／ 말벗이 되어드리고 싶은데／ 무덤 위 무심히 자란 풀숲만이／ 발걸음 소리에 반가운 듯／ 고개를 빠끔 내밀고

풀숲 위를 맴도는 큰 새 한 마리／ 한참 만에 오는 당신의 막내딸／ 강한 햇살에 기미가 생길까／ 그늘을 만드시려는지／ 큰 날개를 활짝 펴신다.

막내딸 임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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