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음악동네>유재석의 트로트 도전…‘1등성 찬스’ 버려야 진정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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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산슬 ‘합정역 5번 출구’

이번 학기 과목 중에 ‘스타론’이 있다. 천문우주학과에서 하늘의 별을 관측한다면 문화콘텐츠학과는 지상의 별을 탐구한다. 별은 밝기, 크기, 위치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6등성은 맨눈으로 겨우 보이는 별인 데 반해 1등성은 6등성보다 100배 밝다.

세상이 어두울 때, 마음이 외로울 때 빛이 되는 존재가 스타다. 살다 보면 하늘의 별보다 마음의 별이 더 각별할 때가 있다. ‘별들에게 원했어/별들에게 원했어/나의 님이 돼주기를/별들에게 원했답니다’(패티김 ‘별들에게 물어봐’ 중).

어두울 땐 잘 보이지만 가까우면 오히려 안 보이는 게 스타다. 친근감과 신비감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스타로 인정받는다. 태양도 별의 일종인데 별 같지 않게(유별나게) 느껴지는 건 심리적 거리가 너무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간쯤 나타나서 그 시간쯤 사라지는 게 태양이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아무리 달려 봐도/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비 ‘태양을 피하는 방법’ 중).

7080세대의 기억 속에도 별이 있다. ‘저 별은 나의 별/저 별은 너의 별／(중략)별이 지면 꿈도 지고/슬픔만 남아요’(윤형주 ‘두 개의 작은 별’ 중). 외국인 유학생이 묻는다. “5060은 50∼60대인데 7080은 왜 70∼80대가 아니죠?” 설명이 길어진다. “2030, 5060은 나이별 분류인데 7080은 1970∼198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를 가리키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대한민국 7080은 음악동네에서 특별히 우대받는다. ‘콘서트 7080’이 무려 14년 동안(2004년 11월∼ 2018년 11월) 방송된 걸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요무대’ 나가기는 불편하고 ‘뮤직뱅크’ 나가기는 불가능한 7080 가수들은 ‘콘서트 7080’ 폐지 소식에 마음이 심란했을 것이다.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장기하와 얼굴들 ‘별일 없이 산다’ 중). “별일 없지?” 이건 친구 사이에 안부를 묻는 말이지만 연예인이 정말 별일 없다면 그건 비극이다. 별일 없다가 결국은 별 볼 일 없어지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조용히 살면 이 바닥에선 별똥별 되기 십상이다. 사돈 간엔 ‘무소식이 희소식’이지만 연예계에선 ‘화제가 없으면 존재도 없다’는 게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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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엔 뉴스가 거의 없다. 그러나 연예계엔 뉴스 없는 날이 없다. 이 동네에선 6등성이 1등성 되고 1등성이 6등성 되는 일도 일어난다. 지난주 월요일(18일) ‘아침마당’(KBS 1TV)엔 뜻밖의 스타가 뜻밖의 코너에 등장해 화제가 됐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속담을 무색하게 한 개그맨 유재석(사진)이다. 거의 20년째 1등성인 그가 6등성들의 무대까지 ‘침공’한 이유가 뭘까. 재벌의 골목빵집 점령인가, 아니면 개인의 재능확장성 노후보험인가.

유재석은 유망 트로트 가수들을 소개하는 코너에 유산슬이란 이름으로 출연했다. 그의 ‘무한도전’(MBC)이 채널을 바꿔 확장된 모양새다. ‘합치면 정이 되는 합정인데/왜 우리는 갈라서야 하나/바람이 분다/사랑이 운다’(유산슬 ‘합정역 5번출구’ 중). 들어보니 어설픈 노래가 아니라 구슬픈 노래였다. 웃기는 노래가 아니라 울리는 노래였다.

음악동네 역들은 전통적으로 이별의 플랫폼이다. ‘사람들은 오가는데/그이만은 왜 못 오나/안개 깊은 새벽/나는 떠나간다’(손시향 ‘이별의 종착역’ 중). ‘안 오는 건지/못 오는 건지/오지 않는 사람아’(진성 ‘안동역에서’ 중). ‘돌아오지 않는 사람/기다린들 무엇 하나/첫사랑 떠나간 종점’(은방울자매 ‘마포종점’ 중).

트로트 가수로의 출발점이 종점이 안 되려면 ‘1등성 찬스’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합정엔 정도 있지만 함정도 있기 때문이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