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논란에 실망 크지만… 그∼래도 뜨거운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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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오디션 주춤하는 사이
틈새 장르·연령대 새로 부상
불씨 살리며 참가자 더 늘어

주부들 대상‘보이스퀸’흥행
‘미스터트롯’은 1만여명 참가
스타 키워내 선순환 이어져

‘오디션 명가’라 불렸던 케이블채널 엠넷(Mnet)의 투표수 조작 논란에 실망했던 대중이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아이돌 연습생을 앞세운 연예기획사와 방송사 간 짬짜미로 얼룩진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아픔을 남다른 사연을 가진 비(非)연예인 출연자들의 도전을 통해 치유받는 모양새다.

◇트로트·주부… 소외된 이들의 도전

지난 21일 처음 방송된 종합편성채널(종편) MBN 새 예능 ‘보이스퀸’(연출 송상엽)은 전국 시청률 5.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지상파를 포함해 동 시간대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이자 MBN 역대 첫 방송 최고 시청률이었다. 28일 방송된 2회는 시청률이 7.5%까지 치솟으며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주부들의 못다 이룬 꿈을 펼칠 무대를 선사한다는 콘셉트를 가진 ‘보이스퀸’은 과거 큰 인기를 누렸던 ‘주부가요열창’의 최신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80명 출연진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여성 보컬 그룹 버블시스터즈의 멤버 박진영을 비롯해 가수 란, 개그우먼 정재윤뿐만 아니라 송가인의 친구로 알려진 소리꾼 이미리 등이 참여했다. 비(非)연예인 출연자 중에는 그룹 DJ DOC 백업 댄서, SM 연습생 출신을 비롯해 시아버지가 ‘1호 팬’이라는 며느리, 여군 출신 CEO 등 저간의 사정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이들이 즐비하다. MBN 관계자는 “‘주부’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며 “이런 사연과 더불어 남다른 가창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더 크게 호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방송돼 역대 종편 최고 시청률(18.1%)을 기록한 TV조선 ‘미스트롯’의 남성 버전인 ‘미스터트롯’ 역시 내년 초 방송을 앞두고 있다. 전작이 송가인, 홍자 등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며 큰 흥행을 일군 터라 ‘미스터트롯’에는 1만5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만 하더라도 신인 혹은 무명 트로트 가수들과 오디션 프로그램을 꾸린다는 콘셉트가 ‘무리수’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트로트를 주류 장르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이들의 놀라운 실력과 사연은 대중을 무장해제시켰다. 그 결과 국악인 출신 트로트 가수 송가인이라는 대형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후 사뭇 달라진 ‘미스터트롯’의 위상을 증명하듯 아이돌 그룹 NRG 멤버 천명훈, 밴드 Y2K 보컬 고재근, 가수 JK김동욱 등 유명 가수들이 도전장을 냈다. 오디션 열풍 속에서 트로트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달라짐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소외당하던 트로트 가수들이 스타로 도약할 수 있는 등용문이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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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디션에 열광하나?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은 ‘오디션 공화국’이었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가 등장한 후 지상파, 종편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났다. ‘슈퍼스타K’ 시리즈와 ‘미스트롯’이 각각 역대 케이블채널, 종편 예능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알 수 있는 지표다.이를 통해 가수 서인국, 허각, 악동뮤지션, 버스커버스커 등이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권불십년이라 했다. 오디션 열기도 2015년을 전후해 시들해졌다. ‘슈퍼스타K’나 SBS ‘K팝 스타’의 우승자 중에서도 제대로 데뷔나 활동조차 못 해보는 이들이 늘었다. 이때부터 보다 체계적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한 아이돌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듀스 101’ 시리즈로 주도권이 넘어갔으나 최근 프로그램 조작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철퇴를 맞았다.

하지만 오디션의 불씨는 살아남았다. 트로트, 주부 등으로 눈을 돌리며 그동안 10∼20대에 맞춰졌던 참가자의 폭이 넓어졌다. 아울러 틈새시장쯤으로 여기던 장르와 연령층이 오히려 주류로 등장했다. 쉽게 싫증을 느끼고 항상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대중의 입맛에 적중한 셈이다.

또한 이로 인한 스타의 탄생은 관련 업계 전체가 부흥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송가인이 포문을 연 후, 방송인 유재석이 ‘유산슬’이라는 이름으로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며 저변을 확대, 트로트 시장이 활성화 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항상 새로운 얼굴을 찾고 쌍방향 소통을 중시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저마다의 사연과 실력으로 무장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트렌드에 가장 부합하는 플랫폼”이라며 “‘슈퍼스타K’ 이후 배우, 아나운서, 래퍼 등을 뽑는 오디션이 연이어 등장했듯 이제는 트로트(장르), 주부(대상)로 외연을 확장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