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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29일(金)
수증기로 쪄낸 온갖 나물… 간장 양념 쓱쓱 비벼내자 입안에 잔치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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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산 산채의 ‘산채비빔밥’.

늦가을에 만난 강화도의 맛

산채비빔밥
쑥물로 지은밥에 건강 식재료
나물은 기름에 볶지않아 담백

삼식이 요리
가을 한철만 잡히는 못난 생선
회무침·매운탕으로 육질 즐겨

등뼈찜 있는 정식
명태구이·월남쌈·가지조림…
가정식 백반에 별미 반찬 가득


점점 쌀쌀해지는 바깥기온은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해준다. 이 가을의 마지막 자락을 잡고 싶어 강화도로 향했다. 가을 단풍의 절정은 이미 지났지만 아직 늦가을 단풍과 정취가 충분히 남아 있었다. 오후에 내리기 시작했던 비는 겨울을 더 빠르게 재촉하며 매서운 바람과 함께 무성한 낙엽을 만들어 냈다. 올가을 내게 가장 아름다운 단풍과 낙엽은 전등사에 있었다.

▲  어부가의 ‘삼식이매운탕’.
강화도 하면 생각나는 식재료는 ‘순무’다. 강화도에 거주하기 시작했던 외국인들은 유럽이 원산지였던 외래종 무를 들여와 한국의 토종 무와 결합시켜 모양도 맛도 전혀 새로운 강화도 순무를 탄생시켰다. 강화도가 고향인 셰프의 식당을 가보면 감칠맛이 돋보이는 순무김치가 빠지지 않는다. 강화도 주민이 엄지를 추켜들며 추천하는 식당 세 곳을 소개한다.

광성보를 둘러본 후 마니산 근처로 이동하며 산채비빔밥집으로 향했다. 이미 주차장 규모가 이곳의 유명세를 말해 주는 듯했다. ‘마니산 산채’(032-937-4293)는 인천 강화군 해안남로 1184번길 6에 위치해 있다. 이곳의 김영자 사장은 14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며 지역뿐 아니라 강화를 찾는 많은 방문자에게 산채비빔밥을 소개하고 있다.

김 사장은 강화도에서 쉼터 일을 보게 되면서 이곳에 정착했다. “공기와 물이 좋아야 음식도 좋다는 내 신념이 식당을 하게 된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음식 맛은 장맛에서 나온다. 물과 공기 좋은 이곳에서 장을 만들어 음식을 만드니 음식 맛은 이미 장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식당을 하기 전에는 음식 재료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고 재배되는지 전혀 몰랐어요. 그리고 막연히 돈을 벌기 위해 음식을 만들었던 시절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스스로 공부하고 배우며 식재료에 대한 안목을 키워 나갔습니다. 많은 곳을 방문하며 식재료 공부를 시작했어요.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  호산정의 ‘맛있는 밥상’.
비빔밥에 제공되는 나물은 취나물, 시래기나물, 무나물, 그리고 치커리 등이고 초석잠, 우엉튀김, 제피, 시래기나물, 오가피, 목이버섯, 도라지, 더덕, 전, 순무김치 등의 찬이 찌개, 전과 함께 나온다. 쑥물에 밥을 지어 밥은 곱디고운 파스텔 녹색을 입혔다. 비빔밥에 함께 나온 양념장도 별도로 준비해 고추장 외에 양념한 간장을 넣어 비벼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이 집의 간장 맛을 볼 수 있는 가장 극대화된 메뉴가 산채비빔밥이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 양념장을 넣으니 비빔밥의 맛이 아주 담백하면서 무겁지 않고 밝고 경쾌했다.

“제 음식은 결코 쉽게 만들지 않습니다. 음식으로 병이 생기기도 하고 낫기도 하니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을 연구하고 잘 섭취해야 합니다. 저희 집에서는 나물을 기름에 볶지 않습니다. 물을 끓여 발생되는 수증기로 쪄내기만 합니다.” 기름지지 않고 부드럽고 담백한 이곳 비빔밥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또한 식사 전 개똥쑥이나 야관문 차를 제공해 몸을 따뜻하게 해 음식의 흡수 및 소화를 돕게 한다. “손님들이 떠날 때 건강해진 느낌이라며 웃으며 말할 때 뿌듯하고 보람 있어요.” 현재 일산점도 운영하고 있는 김 사장은 두 개의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그 시기에 꼭 준비하고 만들어 놓아야 하는 계절 음식을 놓치지 않고 미리미리 준비하고 만들어 놓는 일을 가장 최우선으로 중요하게 여긴다.

“봄에는 매실을 수확해 매실청과 매실 장아찌 그리고 매실 효소도 만듭니다. 여름과 달리 가을에는 준비할 게 아주 많습니다.” 돼지감자, 곶감, 된장과 김장도 해야 한다. 주로 청정지역을 다니면서 쑥도 캐는데 쑥은 단오 전에 채취해 쪄서 말려놔야 1년 내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강화에서 재배한 쑥만으로는 물량을 다 댈 수 없어 충청도에 내려가 쑥을 캐오기도 한다.

모든 손님을 직접 맞으며 음식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설명해주는 그의 모습에서 손님을 대하는 자세와 배려, 음식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산채비빔밥 1만1000원, 산채솥밥 1만3000원, 감자전 1만 원, 떡갈비 1만 원. 아쉽게도 손님이 많은 주말에는 솥밥을 먹을 수 없다.

전등사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한 후 외포리에 위치한 해산물 요리 전문점 ‘어부가’로 이동했다. ‘어부가’(032-937-2002)는 양도면 중앙로 1009에 위치해 있다. 요즘 제철인 이름도 재미있는 ‘삼식이’ 회무침과 매운탕을 주문했다. 삼식이는 가을 초입부터 12월 초까지만 잡히는 생선이다. 왜 삼식이일까 궁금했는데 못생겨서 생긴 별명이란다. 뾰족한 가시가 머리에 박혀 있고 색도 거무스름하고 얼굴도 험악한 생선 삼세기는 못났다는 의미로 삼식이, 삼순이로도 불린다. 삼식이 회무침은 큰 그릇에 밥 한 그릇이 나와 비빔밥으로 즐긴다. 회무침과 회비빔밥으로 맛을 비교해 즐겨보는 것도 큰 재미다.

육질이 단단한 생선이기 때문에 회무침으로 즐기면 특히 탄력 있는 육질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 씹는 맛이 고소하다. 회무침이 젊고 싱싱한 초록의 느낌이라면 비빔밥은 넉넉하게 두른 참기름과 밥의 조화로 부드럽고 노련한 보라색 맛이다. 삼식이 탕 역시 생선 살 고유의 탄력이 빛을 발해 탕으로 즐길 때도 육질은 살아 있고 맛도 칼칼해 비 오는 날씨에 제격이었다. 삼식이무침 3만 원, 삼식이탕 4만 원. 밴댕이스페셜 1인 2만5000원.

강화도에 가면 반드시 가봐야 한다는 조양방직을 둘러본 후 강화 사람들이 사랑하는 맛있는 밥상을 만드는 호산정이라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호산정’(032-932-8592)은 강화읍 국화리 658에 위치해 있다. 일요일 저녁이었지만 예약하지 않아 하마터면 식사를 하지 못할 뻔했다.

배연성 대표는 “원래 등갈비구이를 팔았으나 일손도 부족하고 여력이 없어 몇 년간 팔지 못하고 가정식 백반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이 지나고 나니 등갈비구이를 다시 팔아달라는 단골들의 요청이 많아져 다시 시작할지 고민 중입니다.” 등뼈찜과 명태구이, 월남쌈 등 별미 반찬과 함께 가지구이조림, 새송이버섯조림, 고추조림, 호박조림과 두부된장찌개 등이 함께 나와 편안한 집밥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2인 이상만 주문할 수 있는 게 조금 야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좋은 음식으로 보답하고 있다”는 배 대표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동행이 있어 다행이었다. 맛있는 밥상 1만2000원. 명태구이 추가 3000원, 등뼈 추가 2000원, 월남쌈 추가 3개 한 접시 4000원.

강태안 미식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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