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볼 1인자서 직장인으로… 다시 당구 태극마크 단 최완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완영이 29일 오전(한국시간) 덴마크 라네르스에서 열린 UMB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 32강전에서 당구대 위 공을 응시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제공

인터넷으로 접한 3쿠션에 흥미 재입문
세계선수권 16강 … “개막식때 눈물이”

최완영(35·충북당구연맹)의 당구인생엔 우여곡절이 있었다.

최완영은 고교시절 포켓볼 전국대회 정상에 오르는 등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군에 입대하면서 잠시 무대를 떠났고, 전역한 뒤엔 아예 당구와의 인연을 끊었다. “포켓볼로는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는 부모의 만류에 당구대를 떠나 LCD 공장에 입사했다. 2년간 직장인으로 잘 살았지만, 그의 눈에 다시 당구가 들어왔다. 우연히 인터넷방송으로 3쿠션 경기를 봤고, 흥분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포켓볼 선수 경력이 있기에 공의 두께를 계산하는 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다시 큐를 잡았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최완영은 29일 오전(한국시간) 덴마크 라네르스에서 열린 2019 세계캐롬연맹(UMB)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 32강전에서 모리 유스케(일본)를 40-32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최완영은 32강전 직후 “이번 세계선수권 개회식에서 나도 모르게 펑펑 울었다”면서 “한때 공장에서 일했는데, 태극마크를 다니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최완영의 세계랭킹은 87위. 그런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56위인 토마스 안데르센(덴마크)을 40-11로 눌렀고, 4위인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에 40-39로 역전승을 거뒀다. 어려서부터 포켓볼을 익혔기에 최완영의 자세는 독특하다. 상체와 큐의 각도가 크게 벌어지고, 큐를 잡은 손을 뒤로 더 빼서 공을 맞힌다. 김정규 대한당구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최완영은 전형적인 포켓볼 선수의 자세”라면서 “그래서 당구대의 면을 잘 맞히는 재주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완영은 올해 2차례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했고,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포켓볼을 반대했던 부모는 이제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최완영은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는데, 16강까지 올랐다”면서 “평정심을 유지해 계속 돌풍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라네르스(덴마크)=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