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지역주민 공존 필요…‘특별법’ 국회서 꼭 통과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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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공주시장 한국세계유산도시협회장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남한산성’.

너무나도 유명한 이 소중한 유산들은 바로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올해는 ‘한국의 서원’이름으로 돈암서원 등 9개 서원이 등재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95년 경북 경주의 석굴암·불국사와 경남 합천의 해인사 장경판전, 서울 종묘가 처음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이래 24년 만에 모두 14번째 세계유산을 갖게 됐다. ‘세계유산 (보유) 도시’도 총 22개 시·군·구로 늘었다.

공주시는 12, 13번째인 ‘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2018년)에 연속 등재되면서 문화적 자긍심이 한껏 고취되는 순간을 맞았다. 1500년 전 백제의 숨결이 녹아있는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그리고 천년고찰 마곡사는 세계유산이라는 날개를 달면서 다시금 화려하게 비상했다.

가장 가시적인 효과는 관광분야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말 공산성 주변은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주차문제를 걱정할 만큼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도시의 관광지도가 새롭게 그려질 만큼 그 파급력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방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엔 이 같은 세계유산은 큰 복덩어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세계유산을 보유한 도시의 경우 기대와 고충을 동시에 안고 있다. 세계유산은 현재 국내 지정문화재 및 그 주변의 보존에 중점을 둔 ‘문화재보호법’ 적용을 받고 있다. 보호 중심의 규제 성격이 강하다 보니 세계유산 주변은 도리어 침체기를 맞고 있다. 주민들은 노후화하고 퇴락한 주거와 점포를 안고 사느라 규제 당국과 씨름하기 바쁘고, 애써 편성해 놓은 지방정부 예산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느라 곳간 속에서 썩기 일쑤다. 세계유산 주변 지역을 국제적인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성화하려는 목표는 늘 한계와 제약에 부딪히고 있다. 이것은 한국세계유산도시협의회에 속한 22개 지자체가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것을 해결하고자 2016년 제출된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안)’이 올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별법안의 주요 골자는 국가가 세계유산을 보존·관리·활용하기 위해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문화재청장으로 하여금 10년마다 세계유산 관리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5년마다 변경계획을 세우도록 의무화했다. 시·도지사는 매년 세계유산별 보존·정비 사업계획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

세계인류가 인정한 세계유산의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활용은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특별법이 이번 국회에서 조속히 제정돼 세계유산과 지역주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역사·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기를 11만 공주시민은 물론 한국세계유산도시협의회 22개 지역 시민들은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