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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9년 12월 02일(月)
청와대부터 물갈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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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청와대 오작동에 스캔들 양산
비서실장 국회 답변 문제 많고
안보실은 안보 불안 책임져야

정책실은 고위급 자리만 많고
민정수석실은 정치 갈등 조장
독서 홍보 ‘구름 위 권력’ 인상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 인사가 임박했다고 한다. 내년 4월 총선 출마 장관들 때문에 후속 개각도 예상된다. 경제와 안보 불안은 심화하고, 지지율도 하락 추세여서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후반을 시작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리나 장관이 바뀌어도 국정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다. 정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정책부터 인사까지 대부분의 국정을 이끌어가는 ‘청와대 정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와대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심각한 스캔들을 양산하고 있는데,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비서실장. 지난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울산시장 ‘하명(下命) 수사’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나 검찰·경찰과 다른 말을 했다. 문 정권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사건인데, 답변 준비가 제대로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국회에 출석한 것이다. 단순히 국회, 특히 야당을 무시해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위기의식이 부족할 수도 있고,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국가안보실. 한·미 동맹이 흔들리고,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중국·러시아는 맹수가 영역을 표시하듯 한반도 주변을 배회한다. 외교·안보 현실을 무시한 북한 최우선 정책이 낳은 결과다. 그런데, 북한으로부터도 ‘삶은 소대가리’ 소리를 듣는다. 안보실장은 지난해 3월 김정은으로부터 핵 포기 의사를 들었다고 한다. 어떤 말을 들었나? 안보실 2차장은 유년기 일본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대일 정책에 반영하는 것 아닌가. 두 사람 모두 핵 협상은 물론이고 주요국과 양자 외교 경험이 없는 통상 전문가다.

정책실. 정책실장,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경제보좌관. 장·차관급 자리만 넷인데, 경제는 2% 성장도 어려워졌다. 100가지 경고를 무시하고, 한두 가지 청신호만 부각시키는 ‘발가락이 닮았다’ 식의 통계 분식으로는 어려운 경제 현실을 바꿀 수 없다. 국회에서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조차 답변하지 못하는 인사들에게 무슨 기대를 하겠는가.

경호실. 경호실장 얼굴을 TV에서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친근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 그와 가족의 사생활 문제 유출과 발설자 색출, 술 취한 경호관의 폭행 소식도 마찬가지다.

정무수석실. 정무수석이 야당과 협상 대신 삿대질을 하며 갈등을 부추긴다. 정무비서관은 전직 대통령의 급사를 원한다는 SNS 메시지를 게시할 정도로 야당에 적대적이다. 같은 지역에 같은 이념. 애당초 협치는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소통수석실. 국민소통수석·대변인이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공개 브리핑하는 모습을 본 지 오래됐다. 두 사람이 중요 현안을 놓고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이어갈 내공이 있는지 의심하는 공직자, 언론인도 많다. 대변인은 대통령이 청와대 사무실마다 걸어두게 한 ‘춘풍추상(春風秋霜)’의 뜻조차 다르게 해석했다. 인사수석실. 지난 2년 7개월 동안의 인사 참사를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다. 금융기관 주요 인사는 아예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나 정권 실세들에게 맡겼던 것인가.

민정수석실. 문 정권을 뒤흔드는 폭탄이 됐다. 조국 전 민정수석의 가족 비리는, 설령 그가 뇌물 혐의로 처벌돼도, 개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와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은 지난 정권의 ‘국정 농단’을 무색하게 하는 심각한 ‘국기 문란’ 사건이다. 유재수 사건은 이미 조 전 수석의 책임으로 접근해가고 있다. 이제 조 전 수석이 ‘전화 걸어온 윗선’을 밝히느냐에 파장의 크기가 달렸다. 그가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손해를 감수할까? 하명 수사 사건은 민주주의 체제 그 자체인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해 부정을 저질렀느냐가 관건이다.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이 재배당된 것은 검찰이 그런 판단을 내렸다는 의미다. 수사의 충격파가 어디까지 갈지 예측조차 어렵다.

지난 금요일 휴가를 떠났던 문 대통령이 일요일 오후에 책 세 권을 읽었다고 알렸다. 짐짓 여유를 부려본 걸까, 현실 세계가 아닌 구름 위를 거니는 것일까. 청와대의 고장 난 시스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나쁜 사람에겐 안 보이는 옷을 파는 재단사, 훌륭한 옷을 입었다고 칭찬하는 신하들에게 둘러싸여선 진실을 볼 수 없다. 개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청와대 전체를 물갈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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