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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0문10답 게재 일자 : 2019년 12월 03일(火)
징용 배상 ‘1+1+α 문희상案’ 내용·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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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1월 5일 일본 와세다대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문재인-아베 선언을 기대합니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둘러싼 한·일 갈등 해법으로 ‘1+1+α’안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韓·日 기업+민간 성금’ 1인당 2억 지급… 연내 ‘특별법’ 발의 추진
양국 ‘물밑협의’… 피해자 “日에 면죄부” vs 日내부선 “나쁘진 않다”

재판·소송 예상자 등 1500명
‘일본기업 배상 책임 끝’ 명시
아직 韓·日 공식 협의는 없어

위안부 피해자는 포함 안될듯
책임 인정·사죄 빠져 비판 커

日 “국제법 위반” 주장 지속
‘패트’ 갈등탓 法상정도 불투명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1월 5일 일본 와세다대에서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1+1+α’안이 현재 최악 상태인 한·일 관계를 풀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가 미국의 중재 노력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지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한국 배제 등 경제 보복 조치가 풀리기 위해서는 강제징용 배상문제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1+1+α’는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제시한 ‘한·일 기업(1+1)’안에 민간 성금을 더하고, 간접적으로 한·일 정부 보증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실리적 해법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으로, 일본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들려온다. 하지만 기금 방식은 일본의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점,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배상이 혼용될 수 있다는 점 등 한계가 상당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른바 ‘문희상 안(案)’의 구체적인 내용과 한계 등을 점검해본다.


1. ‘문희상案’은

문 의장이 11월 5일 일본 도쿄(東京) 와세다대 특강에서 밝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걸어 재판에서 이길 경우 위자료를 일본 기업에서 직접 받는 대신, 한·일 양국 기업이 조성한 재단 기금에서 배상액을 지급하는 게 이 안의 골자다. 초안은 배상 신청 기간은 1년 6개월이며, 현재 재판이 끝났거나 진행 중인 990명, 소송이 예상되는 500명 등 총 1500명에게 1인당 2억 원(위자료 1억 원+이자 1억 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끝난 것으로 하자는 것이다. 기금은 양국 기업의 기부금으로 조성하되, 책임 있는 기업뿐 아니라 그 외 기업까지 포함해 자발적으로 기부를 받는다. 양국 국민의 민간 성금 형식도 더한다. 양국 정부가 기금 조성을 보증한다는 점에서 ‘2(한·일 기업)+2(한·일 정부)+α(성금)’안으로 불리기도 한다.


2. 기존 ‘1+1’안과의 차이는

‘문희상 안’은 당초 문재인 정부가 제시했던 ‘1+1’안과 비교해 ‘기억·화해·미래재단’(가칭) 기금을 조성하는 주체의 범위를 넓히고 정부가 기금 조성을 보증하는 등 한·일 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담보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일본에 제안했던 ‘1+1’안은 일본의 전범 기업과 청구권 자금의 혜택을 받은 한국 기업의 기부금으로 공동 기금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송에서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기금에서 배상금을 지급받되,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1+1+α’를 정부가 제시했다는 설이 있었지만, 청와대는 이를 공식 부인한 바 있다.


3. 일본 반응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측근들은 ‘문희상 안’에 대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자발적’이라는 형식을 취하는 데다, 한·일 양국이 박근혜 정부 당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화해치유재단’ 설립 모금으로 낸 10억 엔(약 107억8700만 원) 이 외에 추가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중의원 의원은 11월 20일 아베 총리를 면담한 후 “(문 의장 제안에 대해) 아베 총리가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11월 28일 기자회견에서 “타국 국회의 토론 내용에 대해선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특별한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전에 한국 정부가 공식 제안한 ‘1+1’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곧바로 거절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로서도 기금을 출자할 일본 기업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의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회장은 11월 25일 “일·한 관계를 재구축하고 싶지만 이 문제에 재계가 직접 돈을 쓸 일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4. 한·일 양국 간 협의

일단 한·일 의원 간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한의원연맹 소속의 시모지 미키오(下地幹郞) 일본 중의원은 11월 26일 방한, 문 의장과 만찬을 하면서 일본 측의 ‘문희상 안’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한·일 정부 간 공식 협의는 없는 상태지만, 오는 16~20일 한·일 통상국장들이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발표의 단초가 됐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위한 논의를 재개한다. 또 한·일은 일단 지소미아가 ‘조건부 유예’된 상황에서 물밑 접촉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말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도 추진되고 있어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강제동원공동행동·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문희상 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5. 위안부 피해자는 포함되나

‘문희상 안’에는 당초 위로금 지원 대상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포함돼 있었으나 관련 단체의 반발로 제외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기금(약 60억 원)을 기금에 포함하려던 계획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 의장과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법안을 발의한 여야 의원 10명이 모인 간담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는 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일 갈등의 계기가 된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는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무리하게 위안부 피해자들까지 포함하는 게 시간을 지체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6. 강제징용 피해자 입장

강제징용 피해자 단체들은 ‘문희상 안’에 반대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양국 기업과 민간에서 기부금을 모으는 형태가 일본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면해주는 방식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측이 역사적 사실과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이 빠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문 의장 측이 애초 구상한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기금 60억 원을 배상 기금에 포함시키는 데 대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를 부당하게 연결짓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11월 27일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대일 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등 피해자 단체들은 “피해자들을 모욕하지 말라”며 문 의장을 항의 방문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도 11월 28일 성명을 통해 “문 의장의 원칙 잃은 강제동원 문제 해결안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7. 향후 법안 추진 절차

문 의장은 여야 의견을 수렴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법안을 늦어도 12월 둘째 주까지는 공동발의한다는 계획이다. 문 의장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된 법안을 제출했던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과 11월 27일 간담회를 열었고, 참석자들은 문 의장 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법안을 ‘문희상 안’으로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피해자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갈등으로 국회가 멈춰 선 상태에서 올해 내 상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여전한 데다, 일본 측의 반응도 확실치 않아 아직 좀 지켜보자는 기류가 감지된다. 정의당에서는 “문 의장이 배상에 한국 정부까지 포함한 것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도 맞지 않고 국민 정서로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8. ‘문희상 안’ 모델 된 독일 사례

‘문희상 안’에 포함된 ‘기억·화해·미래재단’(가칭)은 독일의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EVZ)’를 본떠 만드는 재단이다. 독일 정부와 기업은 2000년 나치 시절의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하기 위해 EVZ를 설립했으며, 기업들은 추후 배상 관련 소송을 면제받는 조건으로 재단에 참여했다.

독일에서도 1980년대 말부터 나치의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독일이 민간인과 전쟁포로 1200만 명 이상을 강제노동에 동원한 데 대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사회문제화됐기 때문. 다임러크라이슬러·벤츠·지멘스·폭스바겐·바이엘 등이 외국인 노동자 노역에 연루됐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도 확산됐다. 기업의 경우 소송에서 지면 천문학적인 배상액을 내야 하는 데다 전범 기업 낙인으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는 국가 경제에 입힐 피해를 우려, EVZ 설립에 적극 나섰으며 독일 정부와 6500여 개 민간기업이 절반씩 출연해 총 100억 마르크(약 8조3800억 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대기업이 출연한 기금이 바닥난 뒤에는 교회와 전시에 존재하지 않던 중소기업들도 연대 의식을 표하면서 모금에 참여했다. 재단은 2007년까지 폴란드, 헝가리,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동원된 강제노동 피해자 166만 명에게 44억 유로(약 6조5843억 원)를 보상했다.


9. 갈등 단초가 된 대법원 판결 내용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0월 30일 일본 전범 기업들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014년 사망한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주식·특허권 등 자산을 압류하고 법원에 배상액 상당을 매각하는 현금화를 신청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국 기업 자산의 현금화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0. 1965년 한·일 협정과 관계

일본은 1965년 12월 18일 발효된 한·일 기본조약과 4개의 부속 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4개 부속협정은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재일 한국인의 법적 지위 및 대우에 관한 협정 △어업 협정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등인데, 이 중 첫 번째가 이른바 한·일 청구권협정이다. 논란의 핵심은 청구권협정 1·2조에 “일본은 한국에 10년에 걸쳐 무상 3억 달러와 유상 2억 달러를 제공한다”(1조)면서 “양국과 그 국민의 재산·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2조)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와 사할린 한인, 조선인 원폭 피해자 등 3개 항을 제외한, 강제징용을 포함한 8개 항은 배상이 완료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외됐던 항목 중에서 위안부 문제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최종적으로 해결”됐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뒤집었다는 게 일본 측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일 청구권협정에도 불구,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지난해 대법원 판결도 이 같은 논리의 연장선에 있다.

김병채·김윤희·손고운·정유정 기자
e-mail 김병채 기자 / 정치부  김병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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