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公正 수능’ 위한 변별력 강화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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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르면, 덜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을 활용하는 수시 모집 비율은 40% 이하로 줄어든다. 더 공정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능 위주의 정시 모집 비율은 40%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동안 다양한 교육적 활동을 촉진한다고 평가받았던 학종 기반의 수시 모집이 이제는 축소·약화되는 것이다. 공정성의 논리가 다시 힘을 받게 됐다. 교육의 다양성과 공정성이라는 2개의 가치가 부딪치면서 최선의 비율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정시 모집 비율의 권고 이후 개별 교육 주제별 후속 대응책 마련이다.

먼저, 교육부는 현 수능 체제의 고도화를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교육이 경쟁적일수록 공정성에 대한 기대는 높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측면은 공정성이 과연 무엇을 대상으로 하느냐이다. 전통적인 교과 지식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21세기에 필요한 창의성, 문제 해결력, 협동, 컴퓨터적 사고와 같은 역량 기반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이미 현재 수능에서도 일부 반영되고 있는 고도의 복합적 사고 능력을 측정하는 문항을 강화함은 물론 논술형·서술형 수능 체제의 도입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이러한 노력은 수능의 변별력을 키우는 쪽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다.

대학들은 수시 모집에 관한 교육 수요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교육부가 요구하는 ‘블라인드 평가’ 및 ‘학종 평가 항목과 채점 기준 공개’에 대해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대학이 선제적으로 고도의 수시 전형 방안을 개발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 입학사정관 제도가 안고 있는 순기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개별 대학 또는 대학 간 공동 연구를 통해 잠재력이 있으면서도 다양한 유형의 학생들을 선발하는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블라인드 평가를 하거나 학종 평가 항목을 공개한다고 해서 반드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이런 방식은 대학별로 독특하면서도 신뢰성 있는 평가를 하기 위한 몇 개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책임 지고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객관적 기준으론 선발되기 어렵지만, 잠재성을 가진 학생들이 선발되는 사례가 더 많아야 한다. 사회통합전형 또는 지역균형선발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결과가 일반 수시 전형에서도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처럼 대학의 자율적 선발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지원해야 한다.

고등학교 또한 수능 위주의 정시 모집 강화 방안에 대한 최적의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고교 교육과정이 일정 부분 대학 입시의 논리에 좌우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고교 교육의 자율성도 포기해선 안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율성의 과정과 결과를 고등학생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가치 있게 인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교과 수업 내에서 다양한 창의적 체험 활동을 포함해 그것이 자연스럽게 정시 및 수시 모집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고교 학점제의 도입을 수시 모집과 연결해 개별 학생이 자신만의 독특한 포트폴리오 개발로 연결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교육부의 대학 입시 공정성 강화 방안은 전체 교육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노력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것이 지니는 긍정적 가능성에 주목해 각 교육의 주체들이 후속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