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맞춤 현지화’ 전략… 한국기업, 러시아 시장서 ‘승승장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1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현대자동차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크레타 등 현지전략모델을 조립·생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年産 23만 대 규모 현대자동차
추운기후·소비자특성 정밀분석
현대·기아차 점유율 23.7% 1위

초코파이 불패신화 쓰는 오리온
5년간 30억개 판매 ‘입맛’잡아

지난 11월 15일 오후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에서 차로 40분가량 북서쪽으로 달리자 현대자동차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200만㎡ 부지에 건설된 10만㎡ 규모의 현대식 공장 내부에는 퇴근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공장 밖 초겨울 추위가 무색하게 반팔 작업복 차림의 현지 직원들이 바쁜 손놀림으로 차를 생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연산 23만 대 규모인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은 지난해 차량 23만3000대를 생산해 공장가동률 100%를 기록했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현대차 현지전략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와 세단 쏠라리스, 기아자동차 위탁생산모델인 리오 등을 만들고 있다. 안내를 맡은 현동인 생산관리부 책임은 “2300여 명 직원이 3교대로 77초에 1대씩 하루 평균 990대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기아차를 더해 10월 기준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23.7% 점유율로 자국업체인 아브토바즈 라다(20.8%), 르노·닛산(11.8%), 폭스바겐(6.4%), 토요타(5.8%) 등을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가 뒤늦게 뛰어든 러시아 시장에서 선두에 오른 비결로는 무엇보다 뚝심 있는 현지화 전략이 손꼽힌다. 2012년 294만 대에 달했던 러시아 시장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제재 등을 겪으며 2016년 시장 규모가 143만 대로 주저앉았다. 시장이 반 토막 나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15년에, 포드는 지난 6월에 공장을 폐업했다. 일본 닛산은 물론 아브토바즈도 대대적 감원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대차는 2014년 2204명이었던 직원을 지난해 2309명으로 오히려 늘리는 등 러시아 시장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줬다.

러시아의 추운 기후와 소비자 특성 등 시장 여건을 면밀히 분석해 쏠라리스, 크레타 등 최적화된 현지전략 모델을 투입·생산한 점도 판매 1위 비결이다. 현 책임은 “러시아 직원이 ‘도난이 많아 쏠라리스 구입이 망설여진다’고 말할 정도로 인기”라며 “제네시스 SUV 모델이 언제 나오느냐는 문의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러시아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현대위아는 오는 2021년 10월 양산을 목표로 연산 24만 대 규모의 엔진공장도 설립한다. 현대차 측은 엔진공장 건설 등을 통해 현재 평균 46%(가격 기준) 수준인 부품 현지화율이 높아질 경우 수익성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국토면적을 자랑하는 러시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대표 한국기업으로는 현대차 외에도 2007년 법인 설립 후 러시아 제과시장에서 초코파이 불패 신화를 자랑하는 오리온, 4각 용기의 컵라면 도시락으로 러시아 용기면 시장을 석권한 팔도 등이 손꼽힌다. 21일 모스크바 본사에서 만난 강정훈 오리온 러시아법인 부장은 “최근 5년간 러시아에서 판매한 초코파이 개수가 30억 개”라며 “러시아 인구가 약 1억38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연간 5개의 초코파이를 먹는 셈”이라고 말했다. 초코파이의 러시아 시장 연매출액은 장기간 이어진 루블화 하락에도 약 700억 원으로 제과업계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오레오(600억 원) 등을 제치고 러시아 현지 제품 바르니(1000억 원)에 이어 2위를 고수하고 있다. 1990년대 부산항을 오가던 러시아 선원들과 보따리상의 입소문에서 인기몰이를 시작한 팔도 도시락은 수년째 러시아 용기면 시장의 60%를 점하는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지난해는 처음으로 연 매출 100억 루블(1837억 원)을 돌파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모스크바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