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진영논리, 국민 눈엔 기득권 지키기·계급투쟁으로 비칠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천주교광주대교구 교구청에서 만난 김희중 대주교는 “복음 성경 말씀대로 살기 위해 모든 부와 명예를 포기하면서 어느 누구도 구별하지 않고 형제자매로 받아들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 김낙중 기자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보수·진보 합리적 철학 있어야
수레 양바퀴처럼 상호보완 가능
상대가 다른 의견 개진할 때도
끝까지 잘 듣는게 대화의 기본

이념·계층 대립 심화되었지만
이는 일방통행 견제 순기능도
다른색이 조화 이룰때 美 창출
文대통령에 ‘더 큰 포용’ 부탁

지난 10월 대통령 모친상 조문
文대통령 모친, 매일 뉴스보며
마음 졸였다는 말 전해 듣고는
험악한 막말 삼가야겠다 생각

북핵 문제와 한·일 갈등,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쓴 편 가르기식 진영논리 그리고 무너지고 있는 서민경제…. ‘2019년 대한민국호’가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이다. 이 같은 ‘혼돈의 시대’에 사랑과 생명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설파해온 종교와 종교인들, 그들의 역할과 사명은 무엇일까.

광주대교구 교구장이며 국내 16개 교구의 교구장 주교들을 대표하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72·세례명 히지노) 대주교를 천주교광주대교구 교구청에서 만나 불확실성이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소중한 가치는 어떤 것인지 들어봤다.

그는 한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인사 중 한 사람으로 국내외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 왔다. 지난 11월 25일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일본 도쿄(東京)돔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대규모 미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특유의 선한 표정과 부드러운 어조로 그는 사목자로서의 사명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대주교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많이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세 가지 책무를 수행 중입니다. 저의 일차적인 책무는 광주대교구의 교구장으로서 책무입니다. 여기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으로서의 책무에도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그 같은 공식적인 일정외에 우리나라를 방문하시는 외국의 고위 성직자들에게 우리나라와 한국 가톨릭 교회의 사정을 설명하고 홍보해 위상을 높이는 일 역시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월 말에는 부산 남천성당의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에 다녀오셨는데 어떤 말씀을 나누셨는지요.

“대통령이 ‘정치인들은 부모님에게 불효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을 떠나신 어머님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에 공감했습니다. ‘평소에는 신문도 읽지 않고 TV도 시청하지 않으시던 어머님께서 아들이 대통령이 된 다음부터는 마음 졸이며 매일 신문을 읽고 뉴스를 들으셨다’고 합니다. ‘그 같은 소식을 접할 때마다 대단히 죄송하고 안타까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말씀을 들으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나 우리 국민이 여과되지 않은 험악한 표현은 삼가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한·일 관계, 한·미 관계 등 외교적으로 큰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사촌인데도 현실적인 이해관계로 갈등하며 아슬아슬한 긴장 관계가 두 국가 사이에 만들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동북아시아의 평화가 바로 세계 평화를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미 관계도 그렇습니다. 일부에서는 ‘혈맹의 동맹’이 아닌 ‘주종 관계’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우방 국가로서의 한·미 관계가 상생하는 관계로 더욱 발전하고 돈독해지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관계가 양국의 이익에도 부합합니다.”

김 대주교는 이와 관련, 지난해 미·북 대화와 남북 정상회담을 즈음해서는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에게 한국 주교회의 의장 이름으로 기도와 협력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또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이름으로 미국에 있는 세계종교인평화회의 실무책임자에게도 서한을 보냈다. 그는 특히 한·미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부족하고 약한데 미국이 국가 이익을 위해 우리를 시장처럼 생각한다면 동맹관계 취지와는 안 맞는다”며 “상생 관계에서 누가 더 배려해야 하겠나. 더 강한 자, 많이 가진 자가 약한 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종교 지도자가 국가 현안인 외교 문제를 거론하는 등 세속의 일에 너무 깊이 간여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대주교의 설명을 들어봤다.

“모든 종교는 항상 평화의 가치를 존중합니다. 이것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입니다. 정치와 종교는 구별해야 하지만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분리될 수 없습니다. 정치 고유영역과 종교 고유영역 역시 구별될 수 있지만 종교는 정치인들의 행위가 인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지, 공동선을 해치는지를 식별하여 윤리 도덕적 가치에 입각해 교정을 요구하고 방향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종교인이면서 동시에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인류 공동선에 반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해 더 일해야 할 의무와 사명이 있습니다.”

―대주교님을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는 합리적인 근거 없이 진영논리로 편을 갈라 선입견 내지는 편견으로 서로가 상대방을 평가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수든 진보든 그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철학이 있어야 하고, 양측의 철학이 확실할 때 보수와 진보는 수레의 양 바퀴처럼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보수가 전통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가치를 시대 환경에 맞게 더욱 발전시키려는 철학 없이 기존 가치를 무조건 고집하기만 한다면 기득권 지키기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진보 또한 전통의 정신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변화하는 시대 환경과 상황에 맞춰 성장과 발전을 위한 미래의 가능성과 합리적인 대안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과거와의 단절과 계급투쟁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진보주의자로 예단돼 한쪽의 진영으로 분류되기보다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공동선의 원칙주의자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사회전반 ‘공정’에 대한 불신 팽배… 韓 행복지수 낮은 이유중 하나”

취업부터 불공평 여론 높아
공동善 출발은 불평등 해결

종교지도자도 국익 위해서
국가현안 얘기할 사명 있어
도덕 입각해 방향 제시해야

동북아평화 이뤄야 세계평화
韓日 갈등 바람직하지 않아
韓美도 돈독해야 양국 이익

종교인으로 평양 수차례 방문
“민족의 미래 함께 열어가자”
北 고위당직자에 호소하기도

―많은 사람과 대화하며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고민을 많이 들으셨을 텐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법이 법으로서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지위고하나 빈부귀천을 불문하고 그 시행에 있어 공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습니다. 판사의 일부 판결이나 검찰의 일부 행태에도 비판적 시선이 많습니다. 취직의 문턱에서도 불공평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경제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가난한 동남아시아의 일부 나라 국민의 행복지수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회정의와 공동선에 어긋나는 불평등 해결이 우리 시대의 큰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얼마 전 ‘조국 사태’ 등에서 나타났듯 우리 사회의 이념 또는 계층적 대립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 같은데요.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묻지마 식의 획일주의는 사회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합리적 대립은 자칫 일방통행으로 진행될 수 있는 전제주의적 정치환경을 견제할 수 있는 순기능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무절제한 대립과 갈등은 대화 문화의 미성숙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나와 의견이 다를 때 상대방의 의견을 틀린 것으로 예단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름이 반드시 틀린 것이 아닌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림을 그릴 때 내가 선택한 색깔과 다른 것을 고른다고 해서 틀린 색깔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색깔이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미술작품이 완성되지 않습니까? 음색과 소리가 서로 다른 악기들이 조화를 이룰 때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지 않습니까?”

김 대주교는 이 대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거론했다. “교황께서는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아무리 자기 의견과 다른 의견이 개진될 때라도 중간에 말을 끊지 말고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까지 진심으로 경청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일각에서 현 정부에 대해 ‘좌파 독재’라는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 일단 대통령이 반대 세력을 끌어안지 않는다는 지적으로 들리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진보주의적인 인사들을 향해 ‘좌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좌파’라는 개념의 역사적 배경과 그 본뜻이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좌파’라고 지목되는 인사들은 고전적인 유물론적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는 거리가 먼 진보주의자들로 보고 싶습니다. ‘독재’라는 용어의 개념을 제대로 알고 선택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저도 대통령에게 지지하는 국민뿐만 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국민의 대통령이기도 하니 모두를 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지만 더욱 포용력을 발휘해주시도록 부탁드렸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에도 ‘49%는 당신을 찍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부터는 49%도 우리나라 국민이니 51%의 대통령이 아니라 100%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반대 세력을 끌어안지 않는 것도 문제겠지만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지금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지난 2년 반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양 진영이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갈라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하는 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정학적인 위치를 잘 활용하면 도널드 트럼프의 조커처럼 국익을 도모할 수 있는데 여야가 국내 정쟁에만 함몰돼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국익보다는 차기 총선과 정권 창출의 유불리를 계산하거나 정략적인 이해관계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이 서민들과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특권을 내려놓고 민의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회기 동안에는 출석을 제대로 해서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기를 바랍니다. 국회의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킬 수는 없을까요?”

―지난 10월 국정감사는 어떻게 보셨는지요.

“피감자나 증인들에게 질문은 장황하게 해놓고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 망신주기 식의 국정감사나 청문회는 시간 낭비입니다. 또한 국방이나 외교에 관한 의원들의 질문을 보면서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국익을 생각한다면 온 국민에게 공개된 생방송 중계에서 상대 국가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우리 국방 전력과 외교적인 문제를 공개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화투 놀이할 때 자신의 패를 상대방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은 상식 아닙니까. 외국에 노출돼서는 안 될 민감한 문제는 비공개로 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 천주교 대표단 그리고 교회일치 대표단 등과 함께 평양을 여러 번 방문하셨습니다. 어떤 성과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무엇보다도 그곳의 실상을 직접 보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할 필요성을 더욱 강력하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그곳 종교계 인사들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쪽의 고위 당직자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어떠한 정치적인 계산이나 자존심을 내려놓고 민족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고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북측 인사들도 원칙적으로는 동감했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서로 다를 수 있겠지요. 자주 만나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서로 자주 만나면 그들도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종래의 선입견과 편견을 어느 정도 시정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여러 번 알현하셨는데 어떤 분이신지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념과 사상, 종교와 피부색, 국가나 종족 등의 어떠한 울타리도 없이 모든 사람을 포용하기 위해 기다리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기도해주시며 적절한 기회에 언급해 주십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환경 문제와 사회정의에 관심을 표출하시며,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과 종교 간의 평화를 촉구하고 세계의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평화를 강조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단히 잘 소개해주는 영화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 맨 오브 히스워드(언행일치의 삶)’라는 영화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세 차례나 오른 독일인 빔 벤더스가 감독과 각본을 맡은 기록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거짓말과 부패, 가짜뉴스가 판치고 아무도 권력자와 정치인을 믿지 않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언행일치의 삶을 살면서 종교와 문화, 전통을 초월해 전 세계인의 믿음을 한몸에 받게 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황의 철학과 메시지를 중심으로 교황께서 지금껏 해오신 개혁 작업을 소개하고, 오늘날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교황의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 협상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측 고위 당직자들에게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첨단 무기는 평화를 위한 대화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북측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것은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도 분명히 상처를 입겠지만, 북측의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을 북측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1년 정도 월남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인간의 존엄성이나 품위, 인권, 윤리도덕이나 양심이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동물의 세계’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며 정글의 법칙만 남을 것입니다. 어느 측이 승리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남북이 한꺼번에 잿더미가 될 것인데, 이겨본들 천문학적인 복구비용이 들어갈 것이며 그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도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없고, 우리나라가 세워놓은 경제적인 바탕을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남북통일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남북이 공히 평화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공유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이 평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우리 스스로가 평화와 통일을 위한 힘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8·15광복은 주변의 강대국에 의해 이뤄진 결과로 아직도 남북이 분단돼 있지 않습니까? 한반도 평화와 통일도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이뤄야 합니다. 물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협력도 필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선 남북의 여러 계층의 인사들이 자주 만나면서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 무슨 기도를 많이 하시는지요.

“우리나라 정국의 안정과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삶의 끝자락에서 생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삶의 용기와 희망을 가지도록 기도합니다. ‘희망은 실패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포기하는 데서 끝난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기를 바랍니다.”

―가장 존경하는 분은 누구신지요. 그분을 존경하는 이유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과 프란치스코 교황, 안중근 의사입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복음 성경 말씀대로 살기 위해 가문의 모든 것, 부와 명예를 포기하면서 어느 누구도 구별하지 않고 형제자매로 받아들여 평화와 선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심지어 이슬람 지도자들로부터도 배척받지 않고 환대를 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을 따라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밑바닥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안중근 의사는 참된 신앙인은 참된 애국자가 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한 정신과 마음으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한 삶에 더욱 매진하고 싶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사제의 길을 걷고 싶으신지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족 모두가 천주교 신자였고, 어머님이 교회 봉사자로 활동하셨기에 자연적으로 사제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신부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분들처럼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다시 태어나도 사제가 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삶이 자유스러워요. 결혼하면 아무래도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일이 많겠죠. 반면에 사제가 되면 가난하게 살고 싶으면 가난하게 살고, 타인을 돕고 싶으면 언제든지 도울 수 있습니다. 이전에 환경조사를 할 때 직업을 묻길래 ‘다른 사람을 위해 대신 얘기해주고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변호사를 적어낸 적이 있습니다.”

인터뷰 = 이경택 문화부 부장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