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警의 檢수사 방해, 공수처·수사권 부당성 보여준다

청와대와 여당, 친문 세력은 물론 경찰까지 나서서 검찰을 공격하는 기막힌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법치 수호에 앞장서야 할 집권 세력의 그런 행태는 사실상 수사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지만, 주장 내용도 적반하장과 혹세무민 수준이다. 조국 사태 때도 그런 여론몰이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울산시장 하명 수사’ 경우엔 더 강하게 검찰을 겁박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그런 당위를 여권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윤석열 검찰’ 때리기는 이성을 잃었다고 할 정도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원이었던 검찰 수사관의 자살과 관련, “검찰 수사팀의 강압적 수사가 있었는지 특별감찰을 실시해 사실을 규명할 것을 법무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어느 의원은 “윤석열은 악마의 손”이라고 했다. 조국 수사 때는 ‘조국 수호=검찰 개혁’이라고 외쳤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검찰 체제로는 ‘무리한 수사’를 막을 수 없으므로 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논리다. 조국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공작 의혹 수사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반(反)개혁 행태라고 주장한다. 실상은 정반대다. 수사의 칼날이 정권을 향하자 여권이 총출동해 저지하려는 것이다. 만약 정권이 인사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공수처를 만들면 권력형 비리 수사는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이자 수사 대상자이기도 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3일 ‘알릴레오’ 유튜브 방송에 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김기현 전 시장이 몸통인데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 한 번 안 했다”면서 김 전 시장을 향해 “배은망덕”이라고 했다. 정치 경찰임을 자인한 것과 마찬가지다. 꼭 필요한 수사였다면 철저히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황 청장은 아직 법률적으로 현직 신분이다. 그런데도 오는 9일 대전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고 한다. 이런 주장과는 달리 당시 황 청장은 울산경찰청의 기존 수사팀을 해체하고 고발자와 오랜 인연이 있던 성모 경위를 포함시켰다. 성 경위는 고발자와 535차례나 통화하고 수사 정보를 넘겨준 혐의로 지난 4월 구속됐다. 이런 현상들은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의 부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