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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19년 12월 05일(木)
청와대 과잉 통제와 행정관료 무조건 복종… 민주주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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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 ‘감찰 무마·선거개입’ 의혹으로 본 권력 남용

文정부, 과잉 권력으로 공무원 정치중립 훼손·정책 실패… 과거 정책 책임 물어 고위공직자 퇴출도
행정·입법·사법부 3권분립 필요하듯 행정부 내 집권세력- 관료 사이 ‘견제·균형’ 필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별동대로 일하다 복귀한 수사 공무원이 최근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청와대의 공무원을 동원한 선거 개입, 민간 첩보 수집과 문건 생성, 수사 상황 보고 요구 등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사건은 청와대에 의한 또 다른 권력 남용 사례다.

청와대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하다. 행정·입법·사법부 3권 사이에서뿐 아니라 행정부 안에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돼야 하는데 실상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 등 집권세력의 과잉 통제와 직업 행정관료의 복종 관행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부르고 공화주의의 기틀을 허문다.

◇靑의 과잉 통제와 관료의 복종 관행

청와대 비서진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권력 남용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결정과 집행에 있어 실패의 위험성을 높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해당 분야에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가진 행정부 공무원의 의견이 묵살되고 집권세력의 정치적 고려와 판단에 의해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 소득주도성장, 주택 가격 안정, 고교 교육제도 개편 등에서도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제기한 이견들이 반영되지 않고 집권층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됐고 그 결과 역효과가 발생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은 무조건 복종의 관행을 보이거나 복지부동의 태도를 드러냈고, 어떤 공무원은 소신을 지키며 집권세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 5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개석상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누다 대화 내용 일부가 노출된 사건이 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 관료가 말을 잘 안 듣는다.…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을 한다”는 등 관료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어공’과 직업 공무원인 ‘늘공’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긴장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선거로 선출된 집권세력과 전문 행정관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은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공화주의를 수호하는 데 꼭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19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난 30여 년간 5년 주기의 대통령 선거로 정권이 바뀌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나름 그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왔다. 3권분립의 주체가 되는 국회와 사법부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어느 정도는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입법·행정·사법부 사이에서만 적용될 뿐 행정부 내, 즉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청와대와 직업 관료 사이에서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청와대는 과잉권력 상태라고 봐야 한다. 청와대는 행정관료체제를 전횡에 가까울 정도로 통제하지만, 집권세력에 대한 행정관료의 견제 기능은 심각하게 위축돼 있다. 대통령이 여전히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헌법에 나타난 공무원의 집권세력 견제 기능

대선에서 승리한 집권세력은 첫 번째 과제로 고위 공무원 사회를 물갈이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집권세력의 행태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과 동시에 과거 정부에서 수행한 정책의 책임을 물어 수많은 고위 공무원을 공직에서 쫓아냈다. 물론 이전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고위직 공무원이 아닌 하위직 공무원도 과거 정권에서 핵심적인 정책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좌천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집권세력은 때론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관료사회 통제라는 명목을, 때로는 적폐청산의 명분을 들이댄다.

물론 행정관료들이 타성에 젖어 과거부터 유지된 관행에 안주하려고 하거나, 국가적 필요보다는 소속된 부처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자신의 승진을 먼저 챙기려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공무원들의 전관예우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서로 암암리에 끌어주고 밀어주는 소위 ‘관피아’ 관행도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국민이 선택한 집권세력이 이러한 행정관료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민주적 통제를 행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장관 등 고위직에 정치인을 임명해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거나, 정부와 관료 사회에 체계적인 성과 평가를 실시해 복지부동하려는 행태에 제동을 거는 제도를 도입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집권세력의 통제를 받는 행정관료가 동시에 집권세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때 공화주의의 가치, 민주주의의 정신이 정착된다. 아무리 민주적 선거로 뽑힌 집권세력이라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위임받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제한적으로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공화주의 헌법 정신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헌법은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의 기능을 행정관료에게 부여하고 있다.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 66조 4항에서 행정권이 대통령에게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위 조항들에 따르면 대통령이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가지더라도 행정관료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대통령과 장관 등 집권세력의 부당한 지시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으며, 합법성의 원칙과 더불어 합리성과 전문성에 기초해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잘못된 정책을 견제해야 한다.

◇집권세력과 행정관료의 ‘견제와 균형’

행정관료에 의한 집권세력 견제의 실질적인 사례를 최근 미국 의회에서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청문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악관 공무원에 의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대한 탄핵 소추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청문회가 열린 것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 비선 실세의 역할에 대해 냉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국무부 외교관들의 증언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렇다고 집권세력의 통제와 행정관료의 견제가 반드시 대결과 갈등의 양상을 띨 필요는 없다. 먼저, 집권세력은 자신들에게 위임된 권력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제한된 권력이며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도 합법성과 합리성 범위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품격 있게 정치를 해야 한다. 행정관료의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행정관료들은 조직의 이해를 위한 이기적 행동이나 복지부동의 행태를 과감히 버리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 집권한 정당한 권력이 국민 전체를 위해 추진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또한 집권세력의 무리한 정책에 대해서는 필요한 견제를 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을 가져야 한다. 미국처럼 해당 부처의 변호사가 공무원의 공익 제보 행위를 보호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러나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백원우 별동대’의 민간 사찰 의혹 및 관련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 등 뉴스가 쏟아지는 우리나라에선 이 모든 게 여전히 요원한 과제인 것 같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세줄 요약

靑 과잉통제와 관료의 복종 관행 : 행정·입법·사법부뿐 아니라 행정부 내 청와대와 관료 사이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돼야 민주주의임. 집권세력의 과잉 통제와 직업관료의 복종 관행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부름.

공무원의 집권세력 견제 기능 : 헌법은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는 점을 명시. 행정관료는 대통령과 장관 등 집권세력의 부당한 지시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고 잘못된 정책을 견제해야 함.

집권세력과 관료의 ‘견제·균형’ :집권세력은 자신의 권력이 제한된 권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품격 있게 정치를 해야 하며, 행정관료는 집권세력의 무리한 정책에 대해서는 견제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을 가져야 함.


■ 용어 설명

우크라이나 스캔들 :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9년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군사원조를 조건으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는 의혹. 트럼프는 해당 의혹을 부인하지만 민주당은 탄핵 절차에 돌입함.

견제와 균형 : ‘견제와 균형’은 원래 과거 군주제·귀족제·민주제적 요소를 상호 혼합시킴으로써 최선의 정체를 얻을 수 있다는 사회계급 간의 균형 원리였는데, 후에 로크와 몽테스키외 등에 의해 3권분립과 결부되면서 국가기구 내부의 민주주의 원리로 받아들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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